[프라임경제] 올해 첫 '네 마녀의 날'(선물옵션동시만기일)을 맞은 국내증시가 종일 냉·온탕을 오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몰리면서 한 때 코스피 지수는 1980선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개인의 저가매수 행렬이 이어지면서 지수는 2000선을 가까스로 회복, 강보합권으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코스닥은 1% 가까이 상승 기조를 유지하며 3년2개월여 만에 550선을 뚫었다.
◆코스피, 개인 저가매수가 살렸다
이날 코스피 시장의 구세주는 개인이었다. 개인은 2557억원을 순매수하며 하락 압력을 막아냈다. 반면 외국인은 1824억원의 현물을 팔아치운 동시에 선물 시장에서도 7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지난 7일부터 6거래일 동안 단 하루만 빼고 꾸준히 현물 팔자에 나섰다. 기관 역시 금융투자가 동시만기일을 맞아 1300억원대 매물을 청산하며 부담을 키웠다. 기관은 총 773억원을 순매도했다.
프로그램매매는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팔자세가 우세했다. 차익거래에서 159억8700만원 순매수를 보인 반면 비차익거래는 309억5400만원 순매도를 기록해 총 150억원 규모의 매도 우위로 거래를 마쳤다.
업종별로는 상승한 업종이 더 많았다. 전기가스업과 종이목재가 나란히 2% 넘게 올랐고 의약품, 기계, 통신업, 중형주, 비금속광물, 소형주, 운수장비 등도 상승세를 탔다. 반면 보험이 1.00% 밀렸고 음식료업, 운수창고, 건설업, 금유업, 철강금속, 은행 등은 약세였다. 전일 급등했던 전기전자는 보합세였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혼조세였다. 삼성전자가 전일 2% 이상 급등했다 하루 만에 소폭 조정세를 보였고 현대모비스, 삼성생명, SK이노베이션도 1% 넘게 하락했다 .반면 한국전력과 SK하이닉스가 각각 3%대, 2%대 치솟았으며 기아차, SK텔레콤, KB금융 등도 상승했다.
주요종목 중에서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AD-7 광구에 호주 에너지업체 지분투자 유치를 성공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4%대 뛰었으며 락액락도 중국 소비 관련주에 대한 수혜 기대가 몰리며 4% 넘게 치솟았다. 락액락은 올해 물병과 젖병 등 유아용품을 중심으로 중국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한솔제지는 펄프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며 7.56% 급등했고 비상교육은 올해 초중등 교과서 채택율 확대로 교과서 사업부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4%대 상승했다.
3월 동시만기일과 금통위가 겹친 이벤트 데이를 맞아 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5개월 연속 동결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동결 결정은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경제 지표가 개선 징후를 보이고 있고 국내 역시 경기가 추가적으로 악화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향후 여건을 감안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더불어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돌파한 것도 외국인을 중심으로한 수급불안을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다. 동시만기일을 맞아 외국인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매물 청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여기에 15일로 예정된 이탈리아 의회 소집 결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진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 의회가 소집될 예정이지만 연정 구성과 관련해 '오성운동'이 거부 입장을 보인 탓에 연정 구성 합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유로존의 재정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만기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동향은 계속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며 "프로그램 부담이 적고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코스닥 중심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6개 등 494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2개를 비롯해 324개 종목이 내렸다. 73개 종목은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21거래일 연속 '코스닥 사자'
'유리천정' 같았던 코스닥 550선이 3년2개월여 만에 뚫렸다. 외국인과 기관의 꾸준한 순매수와 일부 중소형주의 상대적인 강세 덕분이다. 14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3.85포인트(0,70%) 오른 553.58로 마감했다.
이날 시장에서 개인은 407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8억원, 280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달 13일 이후 21거래일 연속 코스닥 쇼핑에 나서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상당수 업종이 상승한 가운데 운송장비/부품이 2.25% 치솟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밖에 출판/매체복제, 비금속, 통신장비, 음식료/담배, 기계장비, 기타제조, 반도체, 통신서비스, IT하드웨어, 정보기기, 의료/정밀기기, 코스닥중견기업 등도 1% 넘게 올랐다. 반면 방송서비스는 홈쇼핑 관련주의 약세로 1.99% 밀렸고 통신방송서비스, 컴퓨터서비스, 인터넷, 운송 등은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혼조세였다. 셀트리온이 보합을 유지한 가운데 파라다이스, CJ오쇼핑, CJ E&M, GS홈쇼핑, 다음, 씨젠, 포스코 ICT, 파트론 등이 하락했다. 반면 서울반도체가 1.47% 오른 것을 비롯해 동서, SK브로드밴드, 에스에프에이, 젬백스, 에스엠 등은 강세 마감했다.
특징주로는 에스텍파마가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웃돌며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는 소식에 6.27% 급등했다. 크로바하이텍과 겜트로닉스 등은 삼성 갤럭시S4의 무선충전기 부품 수주 소식에 동반 상승했다. 미디어플렉스는 국내 영화시장 확대로 인한 수혜 기대감이 작용하며 6% 넘게 뛰었고 예림당 역시 전자책 시장 확대로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7.93% 뛰어올랐다. 파인디지털은 블랙박스 매출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매립형 제품의 판매 호조 소식에 7.54% 치솟았다.
◆화폐개혁 해프닝 관련주 급락
전일 정부의 화폐개혁 추진설이 돌면서 급등했던 금융자동화기기(ATM) 관련주는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기획재정부가 전일 장 마감 이후 "전혀 검토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화폐개혁안 자체가 일대 소동으로 막을 내린 탓이었다. 한네트와 청호컴넷이 각각 13.78%, 12.58% 급락했고 한국전자금융도 6% 넘게 미끄러졌다.
반면 통신장비와 지능형로봇 관련주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발표 소식에 관련주로 꼽히며 급등세를 탔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최문기 카이스트 교수를 내정했다고 발표한 것이 호재였다.
최 내정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과 한국통신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에 영우통신과 기산텔레콤, 서화정보통신 등 통신장비 관련주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 최 내정자가 로봇, 우주, 에너지 등 융합 신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꼽으면서 유진로봇, 동부로봇 등 로봇관련주도 급등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14개 등 581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6개를 비롯해 344개 종목이 내렸다. 74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한편 환율은 강력한 역외 달러 매수세에 힘입어 1100원대까지 치솟았다.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졌고 역외 시장에서의 수요가 몰린 것이 이유로 꼽혔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1.60원(1.06%) 뛴 1109.00원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