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남 순천시의회가 오밤중에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로변에서 주먹을 교환, 징계의결된 2명에 대한 본회의 표결에서 모두 구제해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순천시의회는 14일 제173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지난 11일 윤리특위에서 폭행혐의를 물어 징계를 의결한 주윤식 의원(52.초선)에 대한 '출석정지 10일'에 대한 표결에 부쳐 찬성 6명, 반대 12명, 기권 2명으로 부결시켰다. 주 의원은 검찰로부터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 처리된 바 있다.
또한 주 의원으로부터 두들겨 맞은 서정진 의원(47.초선)에 대한 '공개경고' 징계안 역시 찬성 3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부결 처리했다. 서 의원의 전화를 받고 말리러 나가 사건에 연루된 신민호 의원(46.초선)은 가담정도가 약해 징계에서 제외됐다.
이날 본회의 표결은 언론취재나 방청을 일체 불허한 채로 재적의원 24명 가운데 20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윤리특위가 상정한 징계안은 의원 전체 투표를 통해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효력을 발생한다.
주 의원과 서 의원은 당사자여서 제척됐고, 김인곤 의원은 중국에, 정병휘 의원은 서울출장을 이유로 표결에 불참했다.
본회의에 출석한 20명은 민주당 16명, 통합진보당 4명이었다.
김대희 의장, 정영태 부의장, 정병회 신민호 유혜숙 문규준 이창용 임종기 이종철 손옥선 남정옥 허유인 오행숙 최종연 유종완 김봉환 의원 등 16명이며, 통합진보당 소속은 신화철 김석 최미희 이복남 의원 등 4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
|
|
순천시의회 제173회 임시회 2차 본회의가 14일 열리고 있다. |
지방의회 초유의 폭행사건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 의회 안팎에서는 이번 2명의 징계안이 무난히 의결되고 의회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개표결과 대다수 의원들이 동료의원 징계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후안무치에서 더 나아가 남우세스럽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부결에 표를 던진 일부 의원들은 "언론이 너무 앞서간다"며 되레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징계안 처리는 표면적으로는 동료의원을 두둔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속내는 지역 정치권 헤게모니 싸움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역 정가는 민주당 서갑원 전 국회의원과 노관규 전 시장(민주당 순천곡성지역위원장) 세력으로 크게 재편돼 있다.
굳이 비율을 따지자면, 서갑원 의원때 공천을 받은 인연으로 '친갑' 세력이 의회내 다수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친노'로 불리는 노관규 전 시장 측도 '서갑원 사면복권' 이후 긴장의 끈을 놓치 않은채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오밤중 폭행사건에 연루된 주윤식 의원은 서갑원 의원 시절 비례대표로 시의원 뱃지를 달았고, 서정진.신민호 의원은 중도이탈한 '탈갑(甲)' 멤버로 노관규 전 시장과 가까워진 절친사이다.
이 때문에 최근 지역위원장 공모에 따른 주도권 싸움과 내년 6월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최루탄 투척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혹여 있을지 모를 내년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양측간 수싸움이 벌어지는 것으로 지역정가는 훑고 있다.
이번 징계안 부결사태는 시의회가 연말시즌인 12월21일 0시30분께 발생한 사건을 갖고 대충 넘어가려다 안팎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한달만에야 윤리특위를 구성하고 징계안 역시 마지못해 의결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시중에서는 이번 징계안 부결사태가 시간을 '질질' 끈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정영태)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비토가 쏟아지고 있다.
연향동에서만 20년간 살았다는 시민 이모씨(42)는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폭력사건이 발생했는데, 석달이 돼도록 징계를 미룬 것부터가 수상했다"며 "밖에서 시민들이 비판을 하던말던 우리끼리 상부상조하자는 의원들의 못된 특권의식이 문제다"며 맹비난했다.
한쪽에서는 이번 부결사태가 민주당 중앙당이 폭행사건의 당사자인 주 의원에 대해 당원자격 1년의 징계를 내린데 따른 동정심이 표심에 반영된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이던 주 의원은 지난해 연말시즌에 술을마신채로 한밤중 시내 도로변에서 서 의원을 폭행하고, 구난전화를 받고 달려온 신 의원까지 싸잡아 두들겨 팬 혐의로 입건돼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순천시의회는 폭행사건에 가담한 3명 가운데 가담정도가 가벼운 신 의원을 제외한 2명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신 의원은 당시 이례적으로 "싸움말리러 갔다가 주윤식 의원한테 일방적으로 맞았다"며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주 의원은 자신의 사업장이 있는 해룡면 순천시농산물도매시장에 대한 일부도색과 CCTV 설치예산이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삭감되자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소속된 서 의원 작품으로 판단해 주먹을 휘둘렀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싸움판이 벌어지기 이전부터 예산삭감을 놓고 주-서 의원간 전화통화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고 한다.
이번 징계안 부결은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따라 의회에서 재론되지는 않는다. 이것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서는 거듭 처벌하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