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영업적자 속 자금마련에 부심하는 해운업계가 잇따라 선박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는 해운업계에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가 좀처럼 떠날 줄 모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처럼 해운사들이 선박 매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오랜 해운업황 침체로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자금압박이 심해지고, 자금조달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업계 1위 한진해운은 지난해 매출이 10조원을 넘어섰지만, 70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영업 손실 5197억원, 당기순손실 9989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출혈이 커졌다. STX팬오션 역시 영업 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2100억원, 5000억원에 이르는 것은 물론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특히 최근 국내 4개(한진해운·현대상선·SK해운·STX팬오션) 해운업체들의 회사채 만기도래액이 올해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회사채 만기도래까지 집중돼 재무건전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운사들의 회사채 문제가 해소되려면 해운업황이 회복되거나 개별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져 회사채 발행이 원활해져야 한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부채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해운사들은 계속된 적자를 이기지 못한 나머지 운임을 올려서라도 적자를 만회해 보고자 또 다시 운임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차례 운임을 인상한 바 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줄고, 유가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진 상황이기에 운임 인상이 불가피한 것. 위의 내용들처럼 해운사들은 나름대로의 자구책들로 출구 찾기에 바쁘다.
그러나 해운사들이 해운업의 기반이 되는 선박과 항만 터미널 등을 매각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자신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업계전문가들은 언제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해운업 자체가 싸이클을 심하게 타는 만큼(최소 3년), 해운업황의 본격적인 회복이 내년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또 국내 해운사들은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마련된 대책이 없는 상황. 국내 해운사들은 해외 주요 선사들처럼 운임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친환경 선박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연료 효율을 향상하고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
현명한 농부는 아무리 흉년이라도 그 다음 농사를 기약할 씨앗주머니만은 털지 않는다고 했다. 해운업계가 스스로 그런 마지막 씨앗주머니를 털어 먹어서도 안 되고, 당국도 이를 멀거니 구경만 해서도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