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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사상생 여섯 섬돌' 스토리… 문형남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일자리 만들고 경제 살리려면 노사관계 정책․제도 개선이 핵심"

김경태 기자 기자  2013.03.14 14: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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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공생', '공정성' 단어가 최근 부쩍 많이 등장한다. 우리 사회는 산업화 시대를 거쳐 민주화 시대로, 그리고 이젠 '경제민주화'의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강조하면서 국가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복지'를 꼽고 있는데, 이는 경제민주화가 뒷받침 돼야 가능한 일이고, 경제민주화는 '노사 상생'의 전제 하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노사 상생을 심도 깊게 정리한 서적이 최근 출간됐다. '상생을 위한 여섯 섬돌'이라는 제목이다. 지난 13일 저자 문형남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만나 노사상생 이야기를 들었다. 
 
문형남 총장은 노동부 근로기준과장, 노사협의과정, 노동조합과장, 중앙노동위원회 사무국장, 노정국장, 노사협력관, 산업안전국장, 부산·대전지방노동청장, 기획관리실장 등 노동행정 요직을 두루 거치며 40여년간 노사관계 역사와 현장을 누빈 노동행정 전문가다.

그는 40년간 노사관계 업무 경험과 강의노트를 총망라해 우리나라 노사의 생활공동체인 기업에서 노사관계가 올바르게 그리고 원만하게 전개돼야 하는 방안, 그 주체인 근로자와 경영관리자의 올바른 의식과 행동을 통해 상생하는 방안 등을 이번 저서에 담았다.

◆위기와 예측 곤란의 시대

글로벌 경제를 두고 '뉴노멀(New-Normal)'이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우리 경제는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이윤 규모를 따지는 무한경쟁의 차원을 넘어 이제는 기업의 생존 여부가 관건이 된 '초경쟁의 시대'로 들어섰다.

   
문 총장은 "노사상생을 위한 6가지를 항시 실천한다면 노사 모두에게 행복한 일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노사발전재단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마당이어서 기업들은 저마다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으면 시장에서 쉽게 사라져버리는 무시무시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저성장은 고용 불안을 초래가고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은 갈수록 떨어지기 쉽다. 이 같은 시대 상황을 문 총장은 '위기와 예측 곤란의 시대'로 요약했다.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경제 성장의 근원인 기업과 그 안에서 같이 생활해나가고 있는 경영관리자․노조간부․근로자의 관계인 노사관계에 대한 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공생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결국 생활공동체를 유지·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사가 생활공동체의 파트너라는 굳은 생각으로 서로 화합해야 합니다. 이처럼 노사상생이 절실한 환경 하에서 경영관리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우리 노사의 생활공동체인 기업에서 노사관계가 어떻게 전개돼야 하는지, 그리고 그 주체인 근로자와 경영관리자가 어떤 의식과 행동을 통해 상생해야 하는지 그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상생을 위한 여섯 섬돌'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문 총장은 사회적 화두인 공생과 공정성을 구현하기 위해 노사는 △노사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 △원활한 소통과 공감 △확고한 원칙과 공정성 확립 △일과 직장에 대한 사랑 △늘 건강한 위기의식 가지기 △일상적인 업무개선과 창의성 발휘 등 6가지 의식과 행동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노사관계가 제일 밑바닥이었다면 상생이라는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한 계단씩 천천히 밟고 올라가야 합니다. 그 계단을 섬돌로 표현한 것인데, 섬돌은 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를 말하죠." 

◆상생 위한 지름길 '소통'

문 총장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리나라에서 13년 동안 거주했던 한 외국인 칼럼니스트는 한국인의 특징을 얘기하면서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우리의 가장 큰 문제를 '소통 부재'로 보고 소통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죠. 노사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엄청난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 갈등을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아마하다 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 소통 부재로 인해 엄청난 기회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죠. 소통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노사관계는 결국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남의 인격을 존중만 해줘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봅니다."

   
문 총장은 현재를 "위기와 예측곤란의 시대"라며 "서로 믿고 협력해야 경재역이 생기고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노사발전재단
문 총장은 저서에서 '자기만주의'라는 독특한 표현을 썼다. 자신만 생각하고 남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그나마 우리 사회가 경제민주화가 강조하면서 소통의 창이 조금씩 열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통 불능은 우리 사회의 큰 과제다. 

문 총장은 과거 노사 문제 해결 현장에 많이 서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해결의 키가 소통임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노사 문제 장소에서 대화를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기만 해도 분쟁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자기만주의를 버리고 상대를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전제만 잘 지켜지면 우리 사회의 노사 갈등 문제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현장에서 해결' 일본에서 배운다

문 총장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노사갈등 문제는 거의 '현장'에서 해결한다. 공장에서 노사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장관리자와 근로자가 현장에서 실마리를 찾는 식이다. 현장관리자는 뒷전에 있고 본사가 나서서 갈등 고리를 풀어나가는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좀 다르다. 심지어 현장에서 문제가 노사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장관리자가 본사에 이를 숨기는 일까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일을 심각하게 키우는 꼴이다.

"일본은 과거부터 현장을 중시해 모든 문제를 현장에서 바로 해결하는 방법을 써 왔습니다. 그래서 갈등이 증폭되는 걸 막았죠. 또 소통을 강조해 문제가 발생하면 부서장과 직원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그 다음 제안, 고충처리를 합니다. 이처럼 모든 문제를 현장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와 같은 격한 노사 갈등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 총장은 우리 노사는 갈등이 아니라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게 되면 일자리도 30만개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노사가 서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한 덩어리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 노동행정 전문가인 문형남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지난 5일 개최된 '상생을 위한 여섯 섬돌' 책 출판 기념회에서 노사관계의 해결책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 김경태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우리나라 경제도 뚜렷한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수시로 고용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구조조정 일상화'가 곧 닥칠 수 있다고 문 총장은 경고한다. 이에 근로자가 은퇴나 고용조정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재취업이나 이직, 전직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창조경제'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렇다고 경제가 만들어지고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노사가 협력해야 하지만, 먼저 노사관계 정책 개선에 포커스를 맞추고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한편, 문 총장은 지난 40년간 현장에서 쌓아온 노동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그는 대학생 멘토링을 시작으로 지방 기업체를 순회하며 강의하고 있다. 또 지식나눔재단을 설립해 운영 중이기도 하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환원해 많은 노사문제가 해결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노사 문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경영계 리더였던 분과 함께 지식나눔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노사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