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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사탕절'에 '알바' 눈물 담긴 엿을 보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3.14 10: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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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3월14일은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사탕을 주는 날이라는 '화이트데이(사탕절)'입니다.

사탕보다는 다른 것 즉 '작고 반짝이는 것(보석 등)'을 받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사탕바구니가 빠지면 서운한 날인데요. 사탕은 종류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설탕이나 엿 따위를 끓였다가 식혀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굳힌 것라고 사전에서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알사탕 △눈깔사탕 △드롭스 △캐러멜 △누가 따위가 대표적 갈래라고 할 수 있고요. 설탕 혹은 엿을 식혀 모양을 바꾼 것이니, 엿 역시 사탕의 일종이라고 넓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엿은 그럼 무엇인가 찾아보면, 곡식으로 밥을 지어 엿기름으로 삭힌 뒤 겻불로 밥이 물처럼 되도록 끓이고, 그것을 짜낸 다음 진득진득해질 때까지 고아 만든 단 음식이라고 합니다.

화이트데이에 왜 갑자기 엿 이야기냐구요?

'알바연대'라는 단체에서 14일 '알바5적(알바 처우를 힘들게 하는 다섯 군데의 대표적 문제 기업 혹은 기관)' 중 한 곳인 '파리바게뜨' 앞에서 시위를 기획했는데요. 그에 앞서 시위 용품(?)으로 등장할 대형 엿 사진을 기자들에게 공개했습니다.

14일 화이트데이는 사탕, 사탕은 곧 엿이라고 연결지어 준비한 데다 과거 어느 시위에서 "엿 먹어라"라며 강하게 항의했던 전례도 참고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알바연대
엿이 시위에 등장한 유명 케이스로는 이른바 무즙 파동이 있었답니다.

과거 좋은 중학교에 가려면 시험을 쳐야했던 시절 이야기인데요. 1964년 12월 서울 전기 중학교 입시 자연 과목 18번 문제를 보실까요?

18) 다음은 엿을 만드는 순서를 차례대로 적어놓은 것이다.

① 찹쌀 1㎏가량을 물에 담갔다가

② 이것을 쪄서 밥을 만든다.

③ 이 밥에 물 3ℓ와 엿기름 160g을 넣고 잘 섞은 다음에 60도의 온도로 5~6시간 둔다.

위 3과 같은 일에서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

당국이 생각한 답은 '디아스타아제'. 하지만 '무즙'을 선택한 학생들은 무즙도 답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학부모들은 교과서에 침과 무즙에도 디아스타아제가 들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는 점까지 밝혀내며 따졌고, 무즙을 넣어 엿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실험'까지 해 가며 이를 들고 와 "(엿) 먹어 보라"고 항의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역 먹으라는 표현이 욕이 됐다는 속설이 있습니다(다른 설 존재). 어쨌든, 저 중학교 무즙 파동이야 세칭 '명문학교'를 가고 싶은 '옵션'의 문제지만, 그 이후로 한참 후인 2013년 화이트데이 시위에 등장한 큰 엿 모형은 아르바이트생 근로 환경 등 그야말로 '생존' 문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국격은 나날이 올라가는데 서민들 개개인의 삶은 별로 질이 좋아지지 않는 것 같으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안타까운 '14일 사탕절'의 '엿' 모형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