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첫 선물옵션동시만기일(쿼드러플 위칭데이·네 마녀의 날)을 앞두고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뉴욕증시에 비해 국내증시는 급작스러운 북한 리스크와 환율 압박, 모멘텀 부재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13일 코스피 지수가 1990선 후반까지 반등하며 2000선 재진입을 타진했으나 여전히 투자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규모 만기청산, 이른바 '물량폭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2월 만기 이후 외국인과 금융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추가 유입된 1조2000억원대를 더해 총 5조원에 달하는 순차익잔고가 부담이다.
◆3월 '키맨'은 외국인보다 금융투자
최근 코스피 거래대금이 4조원 미만에 머물고 있는 만큼 이들 잠재 물량이 단기적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외국인보다는 국내 기관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3월 동시만기일의 키를 쥔 것은 외국인보다 금융투자가 될 것"이라며 "차익거래 3700억원, 비차익거래 5200억원 등 프로그램 순매수만 8900억원 가까이 진행시켰기 때문에 만기를 통해 단기 회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잔고 이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동시만기의 관전 포인트는 차익잔고의 원활한 청산 또는 롤오버 여부"라며 "외국인의 경우 롤오버 가능성이 높지만 7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기관 물량은 베이시스 여건에 따라 언제든 매물화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의 경우 환율이 급등하지 않는 이상 만기일에 청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다만 선물간 스프레드(가격차이) 추이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1일 종가 기준 3월-6월물 스프레드는 이론 스프레드 1.63포인트보다 0.32포인트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기존 매수차익거래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라면 롤오버 전략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이번 동시만기일이 매도 충격 없이 무난하게 지나갈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것은 이처럼 높은 스프레드 덕분이다.
안 연구원은 "북한 도발 위협으로 불안한 안보 상황이 스프레드를 급격히 하락 시킬 수 있고 순차익잔고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다는 점, 지난달 유입된 매수차익잔고의 차익 실현 가능성 등등을 고려하면 스프레드 변화로 인한 대량 청산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북한 리스크, 금융투자 성향 고려하면 부담 커져"
반면 상대적인 매도 우위의 만기일을 예상하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3월물 시장 베이시스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향후 국내증시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이 아직까지 유효한 까닭이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청산 차익잔고가 상당 규모 축적된 상태지만 이번 만기에 출회될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3월물 시장 베이시스(Basis)가 1.00포인트 내외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3월-6월 스프레드 가격도 이론 가격을 웃돌고 있어 청산 가능 물량은 5000억원 수준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 동안 3월 동시만기 효과를 보면 매수차익잔고 전부가 롤오버 된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인데다 금융투자의 속성상 장기보유를 선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외국인 차익거래서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프레드가 높다고 무조건 롤오버를 예상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최 연구원은 "투자자마다 다르지만 6월 만기까지 조달비용을 따지면 지금의 스프레드 수준은 그다지 매력이 없기 때문에 2.5포인트 이상의 스프레드가 형성되지 않는 이상 만기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