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숙 기자 기자 2013.03.13 16:51:14
[프라임경제] 보험설계사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한보험인협회'는 2009년 3월 '보험사환수 대책 카페'로 활동을 시작해 5년만에 공식적인 협회로 재탄생했다. 이들은 지난 1월18일 발기인 총회를 통해 협회조직, 규약 등을 확정 짓고 3월4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모집수당 환수 관련 집단 소송이 모두 패소하고 한동안 '보험사환수 대책 카페'는 침체기를 겪었지만 지난해 대통령선거 기간 모임을 계기로 다시 한번 보험인의 뜻을 모으기 위한 협회설립 활동이 이뤄졌다. 보험설계사들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이고, 향후 협회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오세중 대한보험인협회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계약해지 설계사 책임? 해촉 후에도 환수통지서 받아
"가장 큰 문제는 '모집수당 환수'입니다. 해촉(퇴사) 후 초기에 교육비, 정착지원비라는 명목으로 받았던 돈이나, 고객이 경제적 사정으로 해약하는 경우 모집수당을 환수 당합니다. 설계사를 관두고 몇 년이 지나도 고지서가 오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오세중 대표는 "보험사들의 무분별한 설계사 모집과 무리한 영업실적 강요가 보험 중도 해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김태형 기자 |
그는 "설계사들은 일을 관둔지 4, 5년에 지난 후에도 환수통지서가 오면 보험사에 돈을 물어줘야 한다"면서 "설계사가 해촉된 후 유지되는 계약에 대한 모집수당은 지급되지 않지만 계약이 해지되는 보험에 대한 수당은 환수당하는 부당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험설계사들이 수년간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 대표는 10년 전 결성됐던 보험모집인노조가 설계사 모집수당 문제와 근로자 인정 등을 요구하며 활동했지만 보험사의 강제 해촉 등으로 와해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다양한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협회도 창립 당시 공동대표 체제였지만 보험사의 압박으로 다른 한명은 대표직을 사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미 계약된 보험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협회 일을 계속 해나가기 위해선 보험사 전속 설계사 보다는 대리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설계사 위촉시 보험사가 설계사는 '자영업자'라는 의식 교육을 매우 강하게 해 영업직 근로자와 비슷한 환경에서 근무하면서도 회사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사들이 상품에 대한 과장광고 교육을 해 이후 민원, 계약해지 등이 발생해도 이로 인한 책임은 모두 설계사에게 돌아온다"면서 "자신들이 필요할 땐 '가족'이지만 그 외엔 우린 철저히 계약된 '자영업자'들로 분류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관리감독 받지만 계약시엔 자영업자?
대한보험인협회는 향후 부당 해촉과 강제 영업 등 처우 개선, 보험설계사에 대한 최소한의 근로기준 마련 등을 위해 힘쓸 예정이다. 보험사의 관리감독을 받는 조직이라면 직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근로자와 유사한 노동력을 제공함에도 인적·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4일 출범한 대한보험인협회는 향후 잔여모집수당 등 보험사와 보험설계사 간 불공정한 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대한보험인협회 |
협회는 일반 보험사에 속한 전속 설계사들은 출·퇴근, 영업시간 등을 회사에서 체크하는 등 회사의 관리를 받고 있는 만큼 근로자로 고용하고 대리점 등 활동이 자유로운 곳은 자영업자로 분리하는 등 구분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대표는 "최근 보험사들은 높은 해약률의 대축으로 해약환급금을 높이는 것을 대안책으로 내놓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해약을 부축일 수 있으며 또한 초기 정착률이 낮은 설계사 수당을 빼앗겠다는 꼼수"라며 비판했다. 이어 그는 "협회의 가장 큰 목적은 '설계사 수당 챙기기'가 아닌 제대로 된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라며 "설계사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면 무리한 계약, 해약 고객이 크게 줄고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진정 보험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협회는 보험설계사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펼치며 적극적인 홍보로 회원모집을 활발히 진행해 협회 규모를 키우는데 힘쓸 계획이다.
오 대표는 "보험사와 불공정한 계약은 법률개정 등을 통해 개선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협회의 활동으로 장기적으로 고객관리를 할 수 있는 설계사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