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특별보로금. 비정규직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단어다. 원래 간첩 신고 등 특별한 공로가 있는 경우 지급하는 돈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요새는 본급여 외에 일정하게 공로를 치하하며 주는 돈으로 차용돼 사용하는 게 노동계 추세다.
그런데 근로자의 (근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특별보로금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해석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향후 법 개정 등을 통해서라도 성격 규정을 현실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며, 노동계의 후속 대응 역시 주목된다.
부당 면직처분된 뒤 다시 복직하더라도 회사에서 특별보로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계기는 이렇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부당면직 처분된 뒤 복직한 A씨와 B씨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의 상고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혜적인 금품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반대채무로서의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이 주장하는 특별보로금 역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지급요건이 정해지지 않았고 피고 경영진의 의사에 따라 지급여부가 결정되므로 피고가 지급해야 할 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일정한 이유로 면직이 됐다가 그 후 면직이 무효에 해당한다는 확정으로 복직이 됐다고 하더라도, 이 면직의 기간 동안 특별보로금에 대해서는 지급 요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로금, 특별보너스로 본 셈? 그때그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을 맡았던 1,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실제로 근무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인 피고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인 만큼 임금을 모두 지급해야 하고, 특별보로금 역시 피고가 지급할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지만 이번에 뒤집힌 셈이다.
이에 대해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 특별보로금을 해석한 과정을 풀이하면 보너스 그 중에서도 특별보너스이므로 시혜적인 지급이 맞다는 보수적인 논리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를 택하게 되면 사실상 은행권 등에서 이를 임금에 준해 사용한 실무와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또 굳이 은행권이 아니더라도 이런 특별보로금 및 유사 명목으로 지급하는 예가 적지 않다. 해당자에게 지급된 임금 총비용을 적게 잡으려는 경우, 타협적으로 여러 항목을 이리저리 만들어 급여 총액을 보충해 주는 식으로 타협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보너스류로 해석해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래 전에는 퇴직금의 경우도 시혜적, 은사적으로 회사가 내려주는 돈으로 해석했지만 임금적 성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해 온 전례 등을 참조해 앞으로 전향적으로 최고법원의 판결의 태도가 변경되거나, 입법 추진이 돼야 할 필요도 부각되고 있다.
◆보로금, 비정규직에겐 설움의 단어…인재用 '사이닝 보너스' 유사 해석해야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또 있다.
하나은행과 복직한 행원간의 특별보로금 지급 요청 사건이 결국 "특별보로금은 임금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해석을 낳으면서 향후 입법 등으로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전경. ⓒ 하나은행 |
2006년 우수한 인력을 일정한 기간 잡아놓기 위해 먼저 지급(통상 선지급이라고 한다)하되 일정한 기간을 못 채우고 떠나면 반환을 해야 하는 일명 사이닝 보너스(Singing Bonus)의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이런 사이닝 보너스를 스카우트시 따라붙는 특별한 비용처럼 생각했다.
그래서 세무 당국은 이를 '사례금'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국세심판원은 사이닝 보너스 역시 법적 지급의무 없이 고마운 뜻으로 지급하는 사례금으로 볼 수 없다고 해 태도를 바꿨다. 또 고용관계 없이 독립된 자격으로 용역제공계약을 체결하면서 받는 전속계약금으로 볼 것도 아니라고 했다. 결국 국세심판원은 이 역시 근로소득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국심 2004중1584).
이미 근로계약의 한 형태(변종)으로 활용되고 있는 게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이라고 한다면 사이닝 보너스에 대해서는 근로소득화해 인정하자는 유연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참조해 보면, 어떤 형태로 지급되는지 내막을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사이닝 보너스가 우수인재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할 때 참고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번에 특별보로금으로 문제가 된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과거(2000년대 중반) 비정규직 행원들에게는 특별보로금을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행원에 비해 적게 주거나 주지 않아 비판의 대상이 됐다는 것. 즉 특별보로금이란 길게 같이 일할 정규직의 행원들에게(만 혹은 그들 위주로)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급여를 더해주는 성격으로 주고받았던 게 거의 상식적으로, 또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져 온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특별한 보너스 비슷하게 해석하자는 것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금융감독 관련 태도에서도 참고할 만 한 대목
법조계가 참조할 만한 세태의 변화는 또 있다. 공시 관련 규정의 폭넓은 급여 관련 인정 태도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에 근로소득지급명세서 기준으로 급여를 공시토록 하고 있다. 성과급·복리후생비 등을 교묘히 숨기는 '꼼수 공시'로 그간 은행계가 각종 일회성 보상금을 공시에 반영하지 않았던(이런 점은 론스타가 국내에 들어온 이후 특히 주주들은 고액 배당을 챙기고 직원들에게는 높은 연봉을 챙겨주는 행태가 생긴 상황에서 특히 우려를 많이 샀다) 데 제동을 건 것이다.
즉 특별포상금 등 일회성 보상금을 공시에 반영하는 은행도 있었고, 아닌 은행도 있었는데 이제 기준이 통일되면서 은행원들이 실질적으로 받는 급여를 투명하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외환은행(론스타 시대의 외환은행을 말함) 등 일부 은행의 급여액은 기준의 수정 전과 비해 적게는 수백만원대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특별보로금이란 결국 은행계 등 여러 노동계에서 급여의 기준틀을 살짝 벗어나 이리저리 사용돼 온 비정상적인 개념이지만 결국 넓은 의미의 급여로 봐야 옳을 것이고, 이런 비정상적인 변종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제도적으로 근로소득, 급여로 일괄적으로 보자는 견해가 금융감독이나 세무 등 각 영역에서 일고 있으므로, 앞으로 법조계가 이런 사회 인식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