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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⑯] 한달만에 악기 마스터 '한달이' 진짜 매력은… '에듀케스트라'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음악으로 '건강한 정신' 선물

전지현 기자 기자  2013.03.13 15: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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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도'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음을 맞춰 보세요."

'딱딱' 대는 메트로놈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진다. 트롬본, 트롬펫, 색스폰 등 관악기부터 첼로, 바이올린 등 현악기, 그리고 국악기 해금까지. 오케스트라에서나 봤음직한 다양한 악기를 각자 손에 든 20여명 사람들은 퇴근시간이 훌쩍 넘은 평일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박자와 음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이들 사이로 6세 남짓 소녀는 음악의 선율에 맞춰 강당 곳곳을 누비며 뛰어 논다.

영등포구 하자빌딩에 위치한 '하하허허'홀. 동장군의 기세가 홀 전체에 퍼져 손가락을 에이는 듯한 이 기온에도 단원들의 연습은 한창 진행중이다. 창의적인 음악교육과 공연을 통해 내면의 소리를 끌어내도록 돕는 비영리 민간단체, 이곳이 바로 에듀케스트라다.

   
에듀케스트라 '한달이'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지난해 12월23일 첫 갈라 콘서트인 '한달이 페스티벌' 공연을 진행했다. ⓒ 에듀케스트라

에듀케스트라는 지난 2009년 설립해 3년만에 2011년 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 취약 및 문화 소외 계층 청소년에게 음악교육과 공연으로 예술을 접하고 사회 진출 발판도 마련해 주고자 설립됐다. 즉 취약계층 아이들이 꿈과 희망, 건전한 정신적인 마음, 그리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또 전문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음악을 접하고 즐기도록 문턱을 낮춰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업명도 에듀(edu, 교육)와 크리에이티브(creative, 창의적인), 오케스트라(orchestra)로 이뤄진 합성어로 만들었다.

◆"건강한 정신 청소년에게 일자리 창출해주고파" 

"일반적으로 사회적 기업이라 하면 사회적인 서비스를 저가나 무료로 제공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활동을 통해 목적 실현과 공공 이익을 달성한 후 그 수익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기업이죠."

에듀케스트라는 교육과 공연 등 두 가지로 사업을 나눠 진행하고 있다.

   
에듀케스트라 신상훈 대표. ⓒ 프라임경제
신상훈 에듀케스트라 대표는 '정신이 건강한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는 마인드로 청소년 취약계층 음악 교육전파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음악이 소위 돈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회적 편견으로 취약 계층에서 음악을 거의 못하는 것이 현실임을 알고 청소년에 더욱 욕심을 냈다. 음악으로 교육받은 건강한 정신의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 청소년 교육은 세 곳. 직접 방문 교육한다. 클래식 악기는 고가라 취약계층 청소년이 레슨 한번 받는 것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에듀케스트라는 강사 한명이 이동에 필요한 실비 정도만 받고 교육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많은 이익 실현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려면 수익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취약계층 아이를 가르치는 교육 사업 외에 공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 교육을 제외한 대부분은 유료다.

악기를 배우고자 하는 아마추어를 양성하는 한달만에 악기 마스터하기, 친구밴드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500여명의 교육생이 수료했다.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다름이 어우러지는 앙상블 공연 컨텐츠를 개발하는 한편 기업행사, 축제, 공공기관, 결혼식 등에서 100여회 공연을 했다.

◆한 달만에 악기 연주?

#1. 죽기 전에는 꼭 배우겠다는 소원을 성취하고 이제 당당하게 색소폰을 연주하는 천평씨. 일본의 유명한 색소폰 연주 그룹인 '티-스퀘어'의 열렬한 팬인 그는 신촌에서 사람들의 눈 건강을 책임지는 안과의사다. 이번 연주에서 색소폰을 향한 그의 '사랑의 징조'를 엿봤다.

#2. 햇살처럼 따뜻한 사람이고 싶은 엔지니어 햇살씨. 그에게 트롬본이란 숙명과도 같다. 아버지를 알고자 트롬본을 배웠다. 한국 트롬본 연주가 1세대인 아버지의 과거를 만나며 자신에게도 그 피가 흐름을 느꼈다.

지난해 12월23일 대학로 서울 연극센터 작은 무대에 20여명의 사람들이 한 데 모였다. 음악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 악기를 배워서 세계일주 하며 연주하고 싶은 요리사, 악기를 전공하고 싶은 청소년들, 미루고 미루다 기회가 생겨 악기를 배운다는 전업주부까지…. 바쁜 하루를 쪼개 하루에 2시간씩 12번 악기 교육을 받았던 '한달이' 아마케스트들이다.

   
에듀케스트라가 지난 2012년 12월23일 진행된 '한달이 페스티벌'을 앞두고 거리 홍보 공연에 나서고 있다. ⓒ 에듀케스트라
'한달이'는 음악의 문턱을 낮춰 누구든지 음악에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에듀케스트라가 진행하는 악기 교육 프로그램이다. '한달만에 악기 마스터하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부르는 애칭이다.

에듀케스트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달이 페스티벌'라는 갈라 콘서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화통화로 시간 맞는 이들 20명을 모을 수 있었다. 첫 회였기 때문에 미숙함이 많았지만 음악으로 하나 됨을 경험했던 '한달이'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단숨에 달려와 줬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한달이'들이 모여 음악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했다.

홍보를 위해 산타복을 입고 거리 퍼포먼스도 했다. 대학로 거리를 지나가며 연주를 하니 추운 날씨였음에도 등에는 땀이 가득했다.

배권식 에듀케스트라 운영팀장은 "준비만 3~4주 걸렸지만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기에 힘든 줄 몰랐다"며 "밤 늦도록 함께 노력한 끝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됐다"고 그 순간을 회상했다.

악기 배우기는 한달만에 속성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음악인들이 모여 기획부터 공연까지 자발적으로 무대를 만드는 축제의 장 '한달이 페스티벌'을 생각하면 이들의 인연은 평생인 셈이다.

◆내면의 소리를 무대 위로…

사회에 있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힘들겠지만 사회에 닿은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기업으로 발전하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Let's perform inner sounds!'라는 슬로건처럼 내면에 있는 뜨거운 입김이 무대 위에서 발휘되길 바라는 것이 소망인 셈이다.

올해의 목표를 물었더니 참 교육자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배권식 팀장은 "사회 서비스 부분을 작년보다 50% 이상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사회적 기업을 무상만이 아닌 일반 기업과 같은 곳으로 여겼으면 한다. 따라서 양질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만나기 위해 노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