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섹스 대한민국' 그리고 괌 관광청·루마니아

'sexkorea.ro' 도메인 10년 넘게 유지…악성코드 팝업 띄워 접속자 PC악용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3.12 16:32:5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1990년 국내 개봉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는 노출장면 거의 없이 남녀 간 파탄적 밀애를 기록한 김빠지는 수작이다.

남편은 처제인 A와, 부인은 남편의 친구인 B와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B는 A와도 성적 접촉이 있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B는 자신의 성경험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는 악취미가 있고 A를 비롯한 모든 여성과의 야사(夜事)를 기록한다.

지난 주 중순경 여러 인기 커뮤니티사이트 유머 섹션에 '섹스코리아'란 낯 뜨겁고도 불명예스런 단어가 인기 게시글로 올라왔다. 한국인 대상 괌 홍보 정부 공식기관인 괌 관광청 한국사무소 홈페이지가 'sexkorea(섹스코리아)'란 인터넷 주소(도메인)로 등록돼 있던 것을 한 누리꾼이 발견했고 이를 모 사이트에 올린 것.

이틀 정도가 지난 후 이를 보도한 국내 K신문사의 기사를 빌리면 이 인터넷 주소(http://www.sexkorea.ro/)는 2001년 9월 외국 도메인 대행업체에서 등록됐다.

이 신문사는 '누군가가 일부 한국인들의 동남아 성 관광을 비꼬기 위해 악의적으로 연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괌 관광객은 매년 12만명 정도로 괌 전체 관광객의 10%에 육박한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댔다.

다만 이 기사 자문역할을 한 카이스트 보안연구센터 관계자의 말처럼 악의를 가진 누군가가 당초 도메인 등록 때 괌 관광청 한국사무소 서버를 지정, 연결한 것은 맞지만 추가취재 결과 이는 단순히 추악한 한국인을 조명하기 위한 목적만 가진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10년 넘게 괌 관광청 한국사무소인양 행세하며 '골든 라즈베리 영화제(보통 영화제와 반대로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시상식)' 작품상 급의 열연을 펼친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사이트 폐쇄 전 괌 관광청 한국사무소 홈페이지(http://www.sexkorea.ro/) 접속 화면. ⓒ 프라임경제
12일 IT보안업체인 보이드소프트에 따르면 이 사이트엔 악성코드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해커로 추정되는 집단이 피싱사이트를 만들고 취약한 플래시 보안을 노려 사이트 접속 때 뜨던 세 개의 팝업창 중 하나에 악성코드를 심은 후 악성코드에 감염된 접속자 컴퓨터의 정보를 빼가는 등 악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 업체의 설명이다. 

김호광 보이드소프트 대표는 "'sexkorea.ro'의 경우 다이렉트로 직접 괌 관광청 서버에 붙인 것이 아니라 좀비 서버를 거쳐 괌 관광청 서버에 연결하는 방식인 만큼 팝업창 하나에 악성코드를 심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악성코드는 플래시 보안의 취약점을 이용, 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라며 "해당 악성코드의 경우 접속자 컴퓨터를 원격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PC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K신문은 괌 정부가 이 사이트를 차단했다고 전했지만 이 역시 보이드소프트의 의견과는 차이가 있었다.

김호광 대표는 "사건이 여러 사이트를 통해 퍼지고 언론에 나오는 등 일이 커지자 악성코드가 담긴 팝업과 웹 서버를 지우고 바로 괌 관광청 웹 서버에 도메인을 연결하는 등 자체적 패쇄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또 다른 전문가도 "통상적으로 플래시는 물론 윈도우와 자바 등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악성코드는 주기적 패치 업데이트를 통해 감염을 피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완전한 대응책이 될 수는 없다"며 "그간 누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는 누구도 알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족이지만 이번 건은 서두에 운을 뗐듯이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라는 영화에도 비할 수 있다. 별 문제 없이 지내왔던 우리나라와 괌. 쾌락을 위해 특수목적을 갖고 접근한 해커와 인터넷 불모지(不毛地)로 문제의 틀만 제공한 루마니아.

그러나 분명한 건 우리나라를 포함, 괌과 루마니아 3국의 국가 품격이 훼손된 건 모두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이번 일을 두고 누리꾼들이 뿔을 세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와 관련 asdf**라는 누리꾼은 "정부는 성인사이트, 게임사이트 규제보다는 국가적 명예를 챙겨 대외적 신인도를 제고하는 일에 우선적으로 힘을 쏟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루마니아의 인터넷 국가코드는 'ro'며, 괌 관광청 한국사무소의 공식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welcometoguam.co.k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