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수급불안을 보이던 코스피 지수가 이틀 연속 하락하며 20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전일 미국 다우지수가 닷새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 기록을 세운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0.01포인트(0.0.50%) 내린 1993.3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 밑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달 19일 이후 14거래일 만이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불거지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시장에서 개인은 124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저가매수세에 힘을 보탠 만면 외국인은 1107억원을 순매도하며 맥빠진 행보를 이어갔다. 기관도 연기금과 국가를 중심으로 200억~300억원대 매수 우위를 보였으나 투신이 1200억원 이상의 현물을 팔아 치우며 총 156억원의 매도 우위로 거래를 마쳤다. 총 거래대금이 3조20000억원대에 불과하면서 수급불안의 영향이 더욱 컸다.
프로그램매매는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팔자세가 우세했다. 차익거래는 249억7800만원 순매수를 보인 반면 비차익거래는 485억9800만원 순매도를 기록 총 200억원 규모의 매도 우위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 저가매수세 덕에 하루 만에 반등
상당수 업종이 하락세였지만 섬유의복, 종이목재가 나란히 1%대 강세였고 기계, 비금속광물 등도 상승했다. 반면 의료정밀과 건설업이 각각 1.33%, 1.01% 밀린 것을 비롯해 보험, 전기전자, 철강금속, 금융업, 통신업, 은행, 대형주, 운수창고, 증권 등은 내림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대부분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1% 가까이 밀리며 149만원대로 내려섰고 포스코와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상당수 종목이 하락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0.96%, 0.38% 반등한 것을 빼고 시총 상위 15개 종목들이 모두 하락했다. 현대차는 엔화약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가격 매력과 중국 시장 판매 호조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주요종목 중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신작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중국 상용화와 모바이 게임 진출 본격화에 따른 실적 모멘텀 회복 전망이 제기되며 3% 넘게 올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 홀딩 아게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또 다시 불거지며 13% 가까이 급등했다. 쉰들러 측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를 금지해 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영원무역은 원가경쟁력을 보유한 OEM 업체로서의 매력과 중국 의류시장 성장의 수혜주라는 점이 부각되며 3% 가까이 상승했다. 오뚜기는 1인 가구 증가와 조미식품 수요 증가 등 외형 성장과 수익성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며 3%대 뛰어 올랐으며 한세실업은 외국인 매수세 유입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잦아들며 8.22% 급등했다.
반면 에이블시엔씨는 미샤가 서울시 지하철 1~4호선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매출 감소 우려로 6%대 급락했다.
오전 중 약보합권에 머물던 코스피 지수는 오후 들어 외국인 순매도 물량이 불어나며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전일 뉴욕증시가 이탈리아 신용등급 하락과 중국 경제지표 부진 등 악재에도 상승세를 지속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진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의 상대적인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틀 뒤 선물옵션 동시만기일과 금통위, 지정학적 리스크와 수급불안 등 여러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시장의 불확실성을 자극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북한의 정전 협상 파기 선언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며 "코스피가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을 밑돌았지만 60일 이평선이 지지선 역할을 하면서 추가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단기적으로 지수에 배팅하기 보다는 음식료, 홈쇼핑 등 경기방어주를 중심으로 단기 대응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3개 등 434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4개를 비롯해 365개 종목이 내렸다. 91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안랩 하한가, 코스닥 시총 상위주 약세
코스닥은 개별종목을 중심으로 하루 만에 반등했다. 12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3.44포인트(0.64%) 오른 543.88로 마감했다. 개인이 432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13억원, 31억원을 순매수했다.
대부분 업종이 상승세를 탄 가운데 출판/매체복제가 4.58% 치솟은 것을 비롯해 의료/정밀기기, 코스닥 신성장기업, 섬유/의류 등도 2%대 강세를 보였다. 이밖에 디지털컨텐츠, 제약, 인터넷, 코스닥 벤처기업, 방송서비스, 반도체 등도 1%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소프트웨어가 1.84% 밀렸고 종이/목재, 오락/문화, 운송장비/부품, 음식료/담배, 일반전기전자, 비금속 등은 약세였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종 가운데 안랩이 하루 만에 하한가까지 추락하면서 업종 하락세를 주도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내린 종목이 더 많았다. 파라다이스가 3.22% 반락했고 CJ E&M, 동서, SK브로드밴드, 다음, 포스코 ICT, 에스에프에이, 파트론, 젬백스가 하락 마감했다. 반면 CJ오쇼핑, 서울반도체, GS홈쇼핑, 씨젠, 에스엠은 상승했고 셀트리온은 보합이었다.
특징주로는 씨젠이 유럽 대형 검진센터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6% 넘게 치솟았다. 이번 계약을 통해 회사의 신규 매출 규모가 5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컴투스는 신규 게임 모멘텀에 대한 기대로 3%대 올랐고 테라젠이텍스는 LCD 장비 사업부와 제약 사업부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작용하며 6.02% 뛰었다.
바이오랜드는 중국 시장 진출 본격화와 아모레퍼시픽향 매출 증가에 따른 성장성 기대로 7.03% 치솟았고 AP시스템은 삼성디스플레이 OLED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에 14.29% 급등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10개 등 582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10개를 비롯해 336개 종목이 내렸다. 80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한편 환율시장에서는 나흘째 달러 가치가 상승세를 탔다. 엔화 가치가 장중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를 부추긴 것이 원인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4원(0.04%) 오른 1095.20원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