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 취임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국민과 약속했던 경제민주화, 나아가 금융민주화… 지금 외환은행은 금융민주화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오는 15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간 주식교환 승인 처리를 앞두고 외환은행 노조는 사상 처음으로 공중파 TV에 광고 영상을 지난 달 25일부터 이번달 말까지 내보내고 있다. ⓒ SBS 방송 캡처 |
외환은행 노조가 자체 제작한 광고 영상입니다. 송혜교나 이병헌처럼 묵직한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닌데, 흑백 톤의 문구 몇 마디가 새겨져 있는 20초짜리 광고에는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광고는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해 이번 달 말까지 총 48회에 걸쳐 방영됩니다.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축하를 시작으로 국민과 약속한 경제민주화를 강조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금융민주화의 실현을 소망하며 현재 갈림길에 서 있는 외환은행을 지켜봐달라고 호소합니다.
노조 광고 역사상 첫 공중파 방송(SBS)입니다. 과거 금속노조가 라디오광고를, 지난 2011년 현대차노조가 최초 자체 제작 광고를 울산지역 케이블TV에 내보냈습니다.
대중에게 호소하기에는 강력한 시위보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한편의 광고가 더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론스타 매각 사건부터 시작해 한시도 마음 편할 날 없어 보이는 외환은행은 이제 공중파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는 15일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운명을 놓고 주주총회가 열립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월28일 외환은행 잔여 지분 40%를 모두 확보키로 발표하며 만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규모가 1조원을 초과하면 이를 무효로 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주식교환은 외환은행 주식 5.28주당 하나금융 주식 1주 비율로 교환됩니다.
주식교환이 주총에서 승인되면 외환은행 주식은 내달 3일부터 매매가 정지되고 내달 26일에는 상장폐지됩니다. 새로운 하나금융 주식으로 상장되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이번 주식교환이 무난히 성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가로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요구가 1조원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2017년 2월까지 합병하지 않겠다며 독립경영을 보장한 하나금융지주에서 이제 겨우 1년이 지나 포괄적 주식교환 결의 발표를 발표해 외환은행 노조 전 직원은 릴레이 투쟁에 나섭니다. 또 지난 6일에는 한국은행에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한국은행은 외환은행 설립 당시 100억원을 출자하며 몇 차례 증자에 참여해 현재 외환은행 지분 6.1%(3950만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한은법상 영리회사에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주식교환 보다는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가 유력시되는 상황입니다.
론스타 매각사건 이후 끊임없는 잡음을 끌고 다녔던 외환은행은 또 다시 주식교환을 반대하며 북을 칩니다. 지난 9일 을지로 길거리는 온통 붉습니다. 외환은행 본점 앞에 6000여명의 직원이 모여 어깨동무를 하며 '상장폐지, 어림없다!'라는 등 구호를 외칩니다. 지난 11일에는 경제민주화국민본부회원들이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모여 국민연금·한국은행 등의 공익적 행동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현재 외환은행 본점 로비에는 '하나금융지주 관련 출입금지'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으며 붉은 머리띠를 두른 노조의 북소리는 내 달까지 이어질 것이라 합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돌아온다는 '권토중래'가 떠오릅니다. 곧 있을 주식교환 발표로 다시 모인 외환은행이 그동안 쌓아온 영업망과 특화된 외환부분 등에도 더욱 탄탄해져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