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위한 부동산 개발 자문 서비스를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정보 관련 영역으로 경쟁의 무대를 이미 넓힌 바 있지만 이 같은 서비스가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내게 되면 은행계의 부동산 정보 취급이 보다 특화되고 고급화되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서비스 구상 추진은 건축 노하우가 부족한 자산가 고객이 직접 건설업체와 계약해 일을 진행하다 보면 업체가 하도급비를 전용하는 등 문제점이 많은 점에 착안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구체적인 구상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 브레인스토밍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은행으로서는 관련 토대를 이미 갖춘 상태라 일단 윤곽선을 잡으면 구체화까지는 빠른 진척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은행 구상안, 디벨로퍼의 일종될 가능성?
우리은행이 부동산 개발 자문 서비스 마련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회현동의 우리은행 본점. = 임혜현 기자 |
즉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은 주택에 대한 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할 필요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일단 현재의 시장 냉각 상황과 하우스푸어 등 각종 난제들이 얽혀 있어 언제 시장이 기지개를 켤지 단언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재편으로 공급자도 다양한 주택 유형을 개발하는 등 틈새시장을 겨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 중심의 일률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건물을 신축 혹은 개축하려는 수요층은 이런 상황에서 늘 여지가 높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이런 고객층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 같은 고객들을 잡는 것은 부동산 자산관리 업체를 연결지어 주는 메신저 노릇에 그쳐서는 제대로 목표 달성을 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와 PB 고객을 연결짓는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려고 해도, 부동산 개발에 일부나마 관여를 해야 하기 때문에(또 관련 금융 수요에 대해 나중에 유치를 해야 하므로), 기획·분양·건물 관리 종합적으로 다루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역할은 △부동산을 바라보는 통찰력 뿐만 아니라 △개발할 수 있는 근거 △개발해야 하는 이유 △관련 법령 등의 숙지 등을 모두 갖춘 상황에서 가능하다. 결국은 부동산 디벨로퍼에 준하는 조언 능력을 바탕에 깔고 연결 작업에 들어가야 제대로 PB 고객 눈높이에 걸맞는 서비스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부동산 디벨로퍼라는 영역이 쉬운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협력사)의 사정에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고, 경기를 민감하게 타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디벨로퍼의 1세대 모델로 꼽히는 신영 같은 회사는 부동산 개발 수요의 사업성 검토를 해 주는 부동산 컨설팅에 먼저 진출했다가 나중에 주택건설업자로 등록하면서 직접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공사였던 한라건설 부도 여파로 위기를 맞았지만 책임 준공을 위해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조율해 명성을 높였다. 이런 드문 성공 사례는 역설적으로 디벨로퍼 자체적 역량만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다만 은행에서 디벨로퍼 능력을 일부 갖고 이를 제한적으로 기존 영역(PB)에 접목하는 정도로는 위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아무래도 '개발 사업은 분양 안 되면 끝'이라는 냉정한 상황에서 이 문제는 PB 고객이 우선적으로 안기 때문에 일반적인 디벨로퍼와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영역에 능력 발휘를 하는 것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이 아주 위험한 개발사업 방식으로 오해받고 있는 현재 실정에서 틈새시장 공략으로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성숙하게 되면 PF나 리츠 같은 금융의 기법이 분명 부동산 투자의 안전장치로 작용하게 되겠지만, 그런 시기의 도래 전에는 이런 영역에서 '부동산+금융'을 접목 시도해 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연구실 통해 금융에서 부동산 바라보기 '감식안' 훈련
부동산 시장의 해빙이 본격화된다고 해도, 앞으로는 천편일률적인 투자보다는 각종 틈새를 찾는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신축 및 개축 등을 노리는 PB 고객들이 늘 수밖에 없고, 우리은행은 이들을 대상으로 개발 관련 자문 서비스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 임혜현 기자 |
더욱이,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은 PB 부서와 협의를 거쳐 고객 니즈와 상품에 대한 조언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PB쪽과 커뮤니케이션의 호흡이 어느 정도 맞춰져 있고 관련 감각도 공유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시범적으로 부동산연구실이 파악하는 부동산 동향이 PB 고객들에게 제공되기도 했던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노하우가 이번에 새 서비스 마련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공식적으로는 구상 단계 초입이라고 하지만, 빠른 출시와 시장 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은행 PB 관련 영역이 크지 않은 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이번 서비스가 맡아 큰 기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PB사업단을 WM사업단으로 개편, 본격적으로 PB영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대형 PB센터보다는 시중 일반영업점을 통해 고객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런 패턴에서 보다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가 여럿 금년에 제기될 공산이 크다. PB 고객에 대한 부동산 개발 지원 서비스는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PB센터의 자매격이자 일종의 전초기지인 어드바이저리 센터 개념의 설치와 함께 이번 서비스가 우리은행 PB 영업의 새 보검이 될지 실제 등장까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