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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연이은 악재·국세청 세무조사까지 '첩첩산중'

[심층분석] KT&G ①잃어버린 성장동력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3.12 1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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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세청이 대기업을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KT&G가 유독 눈에 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하락 소식과 함께 민영진 사장의 연임 문제를 놓고 노사 갈등이 벌어지는가 하면 최근 담뱃값 인상 논란과 이번 세무조사를 연관 지어 바라보는 시각이 강한 이유에서다. KT&G 측에서는 "통상적인 세무조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이에 KT&G의 직면과제와 계열사 지분구조 등을 비롯한 관련 이슈를 낱낱이 살펴본다.

KT&G는 1987년 4월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전매공사로 설립됐고, 1989년 4월 주식회사 한국담배인삼공사로 변경됐다. 이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에 따라 1999년 1월에 홍삼사업을 분리한 KT&G는 2002년 12월 상호를 주식회사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주식회사 KT&G로 변경했다.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주사업으로 하고 있는 KT&G는 국내는 물론 중동·중앙아시아 등 60여개국에도 수출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어려운 고비를 겪기도 했다.

KT&G는 지난 2011년 소망화장품 지분을 인수했는데, 그 배경에는 KT&G의 실적부진이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90%를 넘었던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이 당시 58.5%까지 떨어지자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소망화장품 지분을 인수했다는 것.

실제 KT&G는 소망화장품에서 화장품 부문 지분 60%를 인수하고 화장품 사업에 본격 진출, 홍삼 화장품을 출시했다. 

◆4분기 실적 저조에 이은 국세청 세무조사 왜?

   
"산 넘어 산이구나" 국내 1위 담배제조회사 KT&G가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 직격탄을 맞았다. 통상적인 정기조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KT&G 서울 사옥. ⓒ KT&G
이후 야심차게 사업 분야를 넓혀온 KT&G가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 직격탄을 맞았다. 앞서 지난 1월 발표한 공시에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기도 했던 KT&G가 암초를 만난 셈이다.

지난달 28일 주주총회 결과 공시에 따르면 KT&G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637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9727억원으로 나타났지만 4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저조했다. 매출액은 전년과 동일한 9500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1800억원을 기록, 이는 전년동기대비 15%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4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인삼공사의 매출을 꼽았다. 경기 침체로 인해 고가의 홍삼 제품의 판매가 부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인삼공사의 매출은 전년대비 23%, 영업이익은 5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영업 실적이 저조하다는 소식에 투자자는 물론 재계의 관심은 KT&G에 쏠렸다. 나아가 최근 국세청에서 '특별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은 주식 투자자들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었다.

국세청은 지난 6일 국내 담배업계 1위 KT&G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사옥과 대전 본사에 100여 명의 직원을 대거 투입한 대규모 조사다.

특히, KT&G를 조사하고 있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탈세혐의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대기업 저승사자'로 알려져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KT&G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다각화와 담배, 인삼 등의 수매 및 판매 과정에서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이 있었는지 등이 조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달 말 재선임이 결정된 민영진 사장의 연임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T&G 측은 이 같은 주장은 억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의 탈세, 비자금 조성, 사장 연임은 이번 세무조사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KT&G 관계자는 "6일 국세청에서 세무조사가 진행된 것은 맞지만 정기 세무조사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국세청 직원들이 '통상적인 세무조사'라고 말하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특별 세무조사'라는 보도와는 상반되는 부분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지난달 말 비자금 조성 의혹 확인을 위해 관계자가 경찰조사를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소환된 관련자가 없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KT&G는 최근 담뱃값 인상과 이번 세무조사를 연결 지어 생각하는 일부 시각을 우려하기도 했다. "담뱃값 인상은 이미 예전부터 공론화 됐던 문제이고, 최근 국회의원 발의 건은 사실상 담배 세금을 인상하는 안으로 가격은 이후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KT&G 관계자는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담뱃값 인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 얘기가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정부 정책이 결정되면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따르겠다"고 말했다.

4분기 영업 실적 저조에 이은 담뱃값 인상 논란과 민 사장 연임 반대 운동까지 '악재'가 겹친 가운데 진행된 대규모 세무조사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게 하기 충분하다.

이와 관련 한 국세청 관계자는 "연초에 이뤄지는 첫 세무조사는 국세청 자체분석 결과 세금추징 가능성이 높은 기업부터 우선적으로 이뤄진다"면서 "전년도 세무조사를 마치고 일이 없는 기간 동안 충분한 사전분석을 마친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들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 맞물려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