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기자 기자 2013.03.12 08:22:15
[프라임경제] 최근 불법파견 문제가 사회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노동부의 사내하도급에 대한 점검이 강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불법파견 때문에 안팎의 지적을 받아온 신세계 이마트가 하도급 직원 1만명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는 등 대기업의 태도 변화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 이에 따라 파견 주체인 아웃소싱업계에 미칠 파급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불법파견 문제와 아웃소싱업계의 오늘과 미래를 진단했다.
불법파견이란 계약의 형식은 '도급'이지만 실제로는 '파견'에 해당하는, 즉 파견법에 위배되는 근로자 파견을 일컫는다. 사용업체는 협력업체와 도급계약 등을 맺지만 협력업체와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에 대해 사용업체가 직접 지휘·명령권을 행사하면서 사용업체의 업무를 수행케 하는 것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법원은 계약 형식보다는 업무수행 관계의 실질을 따져 파견 여부를 판단하는데, 이에 따라 파견의 불법 유무가 결정되는 식이다.
아웃소싱업계는 판매·판촉 부분 업무 특성상 파견허용 업무로 인정돼야 한다며 법 계정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 김경태 기자 |
◆직영사원 vs 비직영사원
이마트의 근로 인력은 크게 직영사원과 비직영사원으로 구분된다. 직영사원은 이마트가 직접 고용하는 사원으로 공통직(4년졸 공채, 주로 사무직), 전문직Ⅰ(전문대졸, 업무관련 숙련도 요구되는 직무), 전문직Ⅱ(주로 2007년 파트타이머에서 정규직 전환된 캐셔직) 등이다. 직영사원은 주로 본부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며, 전문직Ⅰ·Ⅱ는 점포 등에서 근무한다.
비직영사원은 이마트가 간접고용하고 있는 인력을 말하는데, 간접고용이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당해 노동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아웃소싱업체와 도급계약 등을 체결해 타업체의 노동력을 직접 사용하는 형태다.
이런 비직영사원들은 청소·경비부터 판매·판촉, 상품진열, 운반, 가격표 부착, 시설관리 등의 임무를 행한다.
이마트의 경우 비직영사원들의 수가 다른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본지와의 서면 질의에서 "인력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고, 또 비직영사원에 대해서는 수급사와의 도급계약이나 납품계약 해지를 통해 수월하게 해고가 가능해 유연한 노동력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직영사원을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불법파견 행위로 적발된 이유는, 비직영사원들이 △이마트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고 △이마트 점포 내에서 근로제공을 하며 △이마트 직영사원의 업무 통제를 피할 수 없는 등의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SE)도 불법파견?
이마트는 남녀의류, 유아동의류, 슈즈, 내의, 자연주의 등의 매장들을 개인사업자(SE) 형태로 오랫동안 위탁계약을 맺어 운영해왔다. 이와 유사하게 지난 2011년부터는 가전제품 분야 역시 가전전문판매사원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가전전문판매사원제도 역시 불법파견 요지가 있다. 형식상으로는 이마트가 납품받은 가전제품을 매장에서 대신 판매하는 위탁판매자 즉 개인사업주라고 할 수 있지만 실질은 위탁판매자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그 이유는 판매장소가 이마트가 지정한 곳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과 △이마트가 정한 정찰가로만 판매 허용(할인, 인상 금지) △비품, 집기, 판촉물 등의 비용을 이마트가 제공하는 등 사업주로서 어떤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전문판매사원이 고용한 판매보조사원의 임금지급이나 4대 보험료 납부를 이마트가 비용 보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역시 불법파견의 요지가 있다.
이런 이유로 가전전문판매사원은 독립된 사업주가 아니라 이마트에 종속돼 위탁판매라는 변형된 방식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에 따르면, 가전전문판매사원과 그에게 고용된 판매보조원은 이마트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지난 2011년 12월 현재 가전 전문판매사원은 이마트 129개 매장에 285명이고, 그들이 고용한 판매보조사원은 1670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조사 이상 無, 올해 有?
이마트는 지난 1월부터 2월 말까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은 결과, 직원사찰과 노조탄압에 대한 혐의와 함께 23개 매장에서 불법파견 1978명이 적발됐다. 이마트가 전국 147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1만여명 이상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이마트는 불법파견 1978명과 함께 전국 147개 이마트 매장에서 하도급업체 소속으로 상품진열을 전담해왔던 하도급 직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는 특별근로감독에 적발돼 조치한 것이기에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신세계는 그룹차원에서 지난 2011년 이전에 불법파견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개선하겠다고 컨설팅을 받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에 대한 사내하도급을 점검했지만 단 한 곳도 불법파견을 밝혀내지 못했다. 반면, 이번 특별근로감독에서는 23곳 모두에서 100% 불법파견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창환 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사무관은 "지난 사내하도급 점검은 유통업 전반에 걸쳐 시행했고, 지방에서 자체적으로 2명의 감독관이 3일 동안 점검해 부실한 면이 있었다"라며 "이번 점검은 이마트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 전국적으로 1달 가까이 시행했고, 근로감독관도 전담감독관으로 배치해 집중 점검했기에 불법파견이 적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관은 "제조업이나 자동차 등은 불법파견 사례가 있어 접근이 용이하지만 유통은 자세한 판례가 없어 점검이 힘들었다"라며 "이번 이마트 사례를 기준으로 유통업에 대한 불법파견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법 운영하면 아무 문제없다
지난 2010년 8월 기준 이마트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아웃소싱 관련 협력업체는 28개사로 판매 5, 기술 1, 물류 1, 보안 5, 주차 7, 환경 9곳이다.
이중 이번 불법파견으로 적발된 곳은 바른사람, 래딕스플러스, CSHR, E&P, HNJ휴먼네트워크, CS휴먼리소스, R&J서비스, 휴맥스, 한별아소시에 등 8개 업체로 이들은 이번 이마트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원이 크게 줄어들어 울상이다.
반면, 이마트는 유통업계뿐 아니라 기업 전반적으로도 유래 없이 1만명이라는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들은 매장 내에서 상품 진열을 담당했던 도급 인력으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미화나 주차에 대한 부분은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번 정규직 전환에 대해 도급업체 관계자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며 "물리적으로는 수급비용이 없어지는 것이지만 정규직 전환은 인력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웃소싱업체의 인력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김정환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사무관은 "현재 노동법 자체를 위반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아웃소싱업체가 해당 근로자를 도급에 맞게 투입을 해 운영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관은 "아웃소싱 업체의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원 행위 자체가 법을 위반했기에 잘못"이라며 "모든 사용업체와 아웃소싱업체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법하게 인력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이마트의 불법파견 적발로 인해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에 대한 실태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 유통업체의 실태조사는 기본적인 현황을 먼저 파악하고 필요시 집중 관리 감독에 들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