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미 키리졸브 훈련 실시 첫 날을 맞아 북한의 대남 위협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국내주식시장에서는 '국가'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반응하며 개장 초반 198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기관, 특히 국가의 막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 대부분을 회복한 끝에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66포인트(0.13%) 내린 2003.35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시장을 뒤흔든 것은 수급이었다. 개인이 1642억원을 순매도했으며 외국인은 2210억원어치 현물을 팔아치웠다. 반면 기관은 국가가 2400억원 규모를 쓸어 담은 것을 비롯해 대부분 주체들이 매수 우위를 보여 총 3909억원의 순매수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현물 시장에서는 매도세를 보인 반면 선물시장에서는 1500억원 이상을 사들이며 상반된 포지션을 유지했다.
프로그램매매는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사자세'가 우세했다. 차익거래는 464억300만원, 비차익거래는 2102억1400만원의 순매수가 몰려 총 2500억원 규모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불안한 수출주, 현대차 2%대 급락
업종별로는 혼조세였다. 의료정밀이 디아이와 미래산업 등 일부 테마주의 급등세 속에 3.91% 치솟았고 음식료업, 유통업, 의약품 등이 1% 안팎 강세를 보였다. 반면 운수장비, 비금속광물, 기계, 운수창고가 1% 이상 하락했고 건설업, 전기가스업, 증권, 소형주, 서비스업 등도 약세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내렸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2% 이상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포스코, 현대모비스, 한국전력, 신한지주, LG화학, 현대중공업, KB금융 등이 내림세를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가 0.60% 오른 15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삼성전자 우선주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이 각각 1% 안팎 강세였다.
주요종목 중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주의 약세가 두드러진 모습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3인방이 줄줄이 1~2%대 약세를 보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PC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1분기 호실적 전망이 잇따르켜 1.24% 상승했고 SK이노베이션 역시 벤젠 가격 강세로 인한 화학 부문 실적 기대감이 작용하며 1% 가까이 올랐다. CJ CGV는 중국 시장 확대 등 국내외 사업 성장성에 대한 기대치가 호재로 작용하며 장중 신고가를 경신했다. 주가는 전일대비 3.00% 오른 4만4700원을 기록했다.
코스맥스는 중국 광저우 공장 완공으로 고성장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에 5.26% 치솟았고 종근당은 높은 이익 성장률과 신약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며 5.30% 뛰어 올랐다.
동성제약은 거품형 염모제 '버블비'의 중국시장 진출과 LED 사업부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불거지며 2.05% 올랐다. 반면 현대상선은 지난해 적자 확대와 실적부진 우려가 이어지며 52주 신저가 기록을 세우며 3% 넘게 하락했다.
지난주 미국 다우지수가 나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호황을 누린 반면 국내증시의 엇갈림 현상이 다시 불거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환율 부담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준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환율 변동성과 함께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엔/달러 환율이 96엔대에 진입하는 등 엔화약세 기조가 길어지면서 국내 수출기업, 특히 자동차 관련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은 "다만 최근 미국 경기 회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고 신제품 이슈와 반도체 값 상승 등 모멘텀이 있는 IT 업종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접근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5개 등 276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없이 535개 종목이 내렸다. 63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코스닥 돌풍도 '잠잠'…수출주 관심 끌 때?
상대적으로 강세 흐름을 이어가던 코스닥도 장중 2% 가량 급락하며 휘청이다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11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2.66포인트(0.49%) 내린 540.44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3억원, 228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개인이 338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상승 반전에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음식료/담배, 오락/문화가 나란히 1%대 강세였고 정보기기, 방송서비스, 소프트웨어, 코스닥 신성장기업 등이 상승세를 탔다. 반면 기타제조, 금속, 통신서비스, 통신장비, 반도체, 운송, 섬유의류, 종이/목재, IT하드웨어, 화학 등이 줄줄이 1% 넘게 하락했고 의료/정밀기기, IT부품, 일반전기전자 등도 약세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내린 종목이 더 많았다. 셀트리온이 보합으로 거래를 마친 가운데 서울반도체, CJ E&M, SK브로드밴드, 다음, 포스코 ICT, 파트론, 젬백스, 에스엠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파라다이스가 3.57% 반등했으며 CJ오쇼핑, 동서, GS홈쇼핑, 에스에프에이, 씨젠 등은 상승했다.
특징주 중에서는 방산주의 급등락세가 돋보인 하루였다. 한미 키리졸브 훈련과 관련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불거지며 관련주 주가가 요동쳤다.
코스피 종목인 휴니드는 개장 초 4000원대 가까이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오후 들어 하락 반전하는 등 등락을 거듭한 끝에 0.38% 오르는데 그쳤으며 퍼스텍과 스페코, 빅텍 등 코스닥 종목들은 일제히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하고 하락 마감했다. 퍼스텍이 4.56%, 스페코가 4.58% 밀렸고 빅텍도 2.13% 주저앉았다.
씨티씨바이오는 신약과 개량신약 개발 활성화로 약물전달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것이 수혜 포인트로 평가되며 4% 가까이 올랐고 제로투세븐은 중국의 산아정책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며 5.43% 급등했다. 삼천리자전거는 봄 성수기를 앞두고 판매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6%대 뛰어 올랐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귀국 소식이 알려졌지만 관련주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잠잠하거나 오히려 하락 반전했다. 안랩이 4.10% 올랐고 미래산업이 2.25% 강세를 보였으나 써니전자는 상승률이 0.31%에 그쳤고 솔고바이오는 오히려 2.02% 하락했다.
2월 이후 강하게 오름세를 보였던 코스닥과 중소형주의 상승 탄력이 눈에 띄게 줄면서 대응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멘텀이 약해진 종목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일부 이익 실현을 하는 한편 조정 이후 재매수 전략을 구사하는 게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권 연구원은 "엔화약세 등 환율 움직임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수출주보다 내수, 음식료, 유통업종에 관심을 둘 만하다"며 "오는 목요일 동시만기일 등을 비롯해 주요 일정 전후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에 유의하면서 내수주와 중국 정책 모멘텀이 기대되는 소비 관련주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9개 등 272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2개를 비롯해 672개 종목이 내렸다.
한편 환율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사흘째 오름세를 탔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4.50원(0.41%) 오른 1094.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사흘 연속 상승하며 장중 한 때 1100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작년 10월 이후 넉 달여 만이다. 단기적으로 박스권이었던 1080~1090원선이 깨졌지만 장중 우려가 완화되면서 1095원 안쪽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