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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형저축도 '나몰라라', 외국계 또 얌체 상혼 논란?

금리경쟁부터 아예 포기…파생상품, 중기대출 등에도 빨간불

이종희 기자 기자  2013.03.11 1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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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번에도 외국계은행들은 얌체 논란을 비껴가지 않았다. 6일 출시 당일 200억원이 몰리며 18년만의 화려한 부활을 이뤄낸 '재형저축' 이슈에서도 유독 외국계은행은 한 발 뺀 상태로 물러서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6일 기준 16개 은행의 재형저축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7만2280계좌(54억원)로 가장 높은 실적을 보였고 △국민은행 5만9370계좌(49억원) △하나은행 4만295계좌(25억원) △신한은행 4582계좌(7억원) 등이다. 하지만 △SC은행 20계좌(400만원) △씨티은행 27계좌(300만원)로 저조했다.

   
6일 출시된 재형저축에 뜨거운 반응이 일고 있다. 재형저축은 고금리·비과세혜택으로 서민들 목돈 마련에 도움을 주고 저축을 독려하기위함에 목적이 있으나, 유독 외국계은행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 이종희 기자

시중 4대 은행의 재형저축 금리는 모두 우대금리 포함 최고 4.5%선이었지만 외국계은행은 이런 상황에 각축전을 벌일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SC은행은 우대금리 포함 최고 3.8%이며 씨티은행은 기준금리 3.2%에 우대금리 혜택이 전혀 없었다. 후에 논란이 일어 씨티은행은 기준금리를 3.4%로 변경하며 가입 상품 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최대 0.6% 제공하기로 변경했다.

재형저축은 금융권과 소비자 모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정부가 저축을 독려하기 위해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라는 점은 뒤로 하더라도, 소비자는 세제 혜택을 통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금융권은 장기적으로 거래할 고객들을 확보할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계은행들은 이른바 역마진 우려 때문에 이 같은 영업전에 뛰어드는 것에 부정적 판단을 했다는 후문이다. 많은 시중은행들에게도 4%대 금리를 제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던 조건은 같다.

하지만 시중은행들 대부분은 현재 서민금융 저축상품이 없다는 점과 재형저축은 7년 이상 돈을 묶어둬 장기거래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 역마진이 생기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장기적 포석+공공적 목적'을 택했다.

결국 '의지'의 문제에서 외국계은행이 쉬운 길을 택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파생, 중기대출 등에서도 문제

물론 외국계은행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므로 지나치게 공공적 역할론을 요구하거나 뻔히 손해를 볼 수 있는 저수익 상품 판매를 요구할 수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또 일반적인 영업전으로 능력을 소모할 게 아니라 선진금융기법을 한국 시장에 이식하는 역할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재형저축 같은 상품군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 외국계은행이 파생상품 등 고차원 금융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례로 금감원에서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동안 6개 은행 점포 300곳을 두고 파생상품의 일종인 주가연계신탁(ELT) 판매 실태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 결과, 씨티은행은 60점이 안 되는 낙제점을, SC은행은 보통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에 있는 외국계은행 39개 지점 당기순이익은 1조878억원으로 전년도(1조2310억원) 대비 11.6%(1432억원) 감소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국계은행은 유가증권관련 이익은 증가했으나 유가증권 운용규모가 축소돼 이자이익이 감소되는 상황을 겪었으며 △외환·파생상품이익 또한 감소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종합해 보면, 환율과 금리 등의 상황 여건으로 부득이한 손실도 있겠지만, 파생상품을 운용하거나 판매하는 등에서 별달리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철수 안 한다 주장하지만 '얌체' 비판 자초

더욱이 외국계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출할 때 미확약부 여신약정(대출한도 중 아직 대출이 이뤄지지 않은 금액을 은행이 마음대로 축소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약정. 현행법상 불법임) 논란을 낳았다. 씨티와 SC 두 곳 결국 이 문제로 최근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전산 시스템 구축 문제 등에서도 외국계은행들은 한국에 별달리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씨티와 SC 모두 고액배당 논란으로 매번 마찰을 빚고 있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계은행들은 한국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주장하지만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한국 시장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등 비판 여론이 잠복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의 원인을 따져 보면 당장의 적은 손해 가능성도 감수하지 못하겠다는 외국계은행들의 입장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점에서 재형저축 돌풍을 외면한 외국계은행들의 최근 태도는 더 시선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