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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투자도 '세렌디피티'가 먹히는 이유

"기관·외국인과 달라야 사는 개인투자자, 창조가 무기"

조선기 SK증권 안산지점장 기자  2013.03.11 08: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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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인류가 고안한 수많은 획기적인 발견과 발명은 작정하고 들어앉은 연구실에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에서 즉, 넋 놓고 쉬거나 놀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게 많다. 세균 감염으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낸 플레밍의 페니실린이나 비아그라 등이 대표적이다.

우주 생성의 비밀을 밝혀줄 주요한 현상 중 하나인 감마선 폭발, 전자레인지, 3M의 '포스트잇' 역시 우연한 발견에서 비롯됐다. 이 우연한 발견을 흔히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하는데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엄격한 실험에 의한 재현이 필수인 과학 분야는 물론이고 정량적 결과를 도출하는 과학적 방법론이 대세인 현대 사회과학 분야에서 유일하게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 바로 운(Luck), 즉 세렌디피티다.

운은 예측이나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핵심적인 변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점점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의성이 절실해짐에 따라 세렌디피티는 과학자들뿐 아니라 미래를 지향하는 기업에게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해야 할 소중한 자원이 됐다.
 
그런데 흔히 창의성은 자유로운 사고와 분위기에서 필연이 아닌 우연의 모습으로 발현된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나 3M 같은 회사에서 업무 중에도 순수한 개인시간의 필요성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자유로운 업무 환경, 언뜻 보기에 무질서해 보이기까지 하는 업무 추진 스타일은 이 세렌디피티를 꼭 필요한 경영자원의 하나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피터드러커는 "21세기에는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생각지도 못한 목적을 위해 찾아온다. 이 보이지 않는 손님을 우연하게라도 발견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우연한 발견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거나 문자 그대로 우연히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늘 몰두하고 준비한 자에게만 찾아온다. 준비된 사람이 과업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한가로이 '딴짓'을 하는 동안 그의 무의식은 현실을 재창조하고 정해진 방법을 의심한다.

   
 
개인투자자의 투자행태는 기관, 외국인과는 달라야 하며 무엇보다 여유 있고 창조적이어야 한다. 기관과 외국인이 수없이 많은 정보와 자료에 매달려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게임을 하듯 여유 있게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대부분 이성적 접근은 문제해결이나 대안 제시에는 한계를 보인다.

정서적으로 엄격할 때보다는 느슨할 때 새로운 연결과 창조가 쉽게 이뤄진다.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유머를 즐길 때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개념들이 연관돼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 새로운 연결과 창조에 기반한 투자야말로 바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투자방법이다.
 
조선기 SK증권 안산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