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환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간 주식교환절차 추진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달 이사회에서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들러리를 서서는 안 된다는 외환은행 노조의 공세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공격은 단순히 여론의 동정과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유발하는 차원 말고도 다른 유용한 포인트를 노린 것으로 분석돼 배경이 주목된다.
외환은행 노조는 오는 15일 외환은행 주주총회에서 한국은행이 주식교환에 반대의사를 표명해 달라는 탄원서를 이미 제출한 바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에도 이런 주식교환에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방치하는 일은 사실상 국민들의 혈세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근혜 '의결권 강화' 발언에 기재부 '한은 지분 처리 지침' 노림수
이 같은 공략은 외환은행 노조가 이미 강세를 보인 바 있는 각종 자료 및 상황 해석과 관련 규정 등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데서 얻은 노하우 발휘로 볼 수 있다. 이미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고에 대한 출연 문제가 은행법 등 규정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 당국의 해석으로 이 문제에 제동을 거는 데 성공한 바 있다(이른바 은행법 제35조의2 제8항 논란: 이후 규정 개정 추진됨).
이번 문제 역시 2012년 봄 나온 '한국은행 소유 외환은행 주식의 매각지침'을 해석한 결과물로 일단 보인다. 이 기획재정부 고시로 한국은행은 증권시장 상황, 한국은행 재정수지 등을 고려해 적정한 타이밍에 주식을 매각할 권한을 갖게 됐다(이전에는 기재부 당국이 정하게 돼 있어 한국은행에 재량권이 없었음).
8일 국민연금 앞에서 시위 중인 외환은행 노조원들. ⓒ 외환은행 노조 |
더욱이 국민연금의 경우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경제 민주화를 위해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 하겠다"고 한 바 있는 점은 물론, 실제로 국민연금이 지난 2일 동아제약 주주총회장에서 동아제약의 지주사 설립에 반대표를 던지며 의결권을 행사했던 이력이 있다. 그간 형해화(사장)돼 있던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되살아난 상황이라, 외환은행 노조가 요청하는 의결권을 행사해 달라는 요청이 전혀 설득력이 없지 않은 국면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면 왜 각종 근거와 권한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길을 택하냐는 외환은행 노조의 비판에 대해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이들의 답변이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입장이 특히 어렵다. 한국은행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하나금융의 지분 교환에 앞서 주식매수 청구를 신청하는 방법이 있지만 매수청구가격이 주당 7383원으로 시가보다 낮다는 점에서 선뜻 택하기 어렵다(9일 종가 7640원). 한국은행의 취득원가 1만원(3950만주를 3950억원에 취득)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
물론 한국은행이 시장에서 먼저 파는 방법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두번째 방법을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 주가 흐름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매입가보다 낮은 데다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처분하라는 정부 방침에도 어긋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다른 변수가 개입하면 문제가 다소 달라진다. 현재 외환은행 주가에 영향을 미칠 주요 키를 쥔 곳은 뱅가드. 외환은행의 교환 성사 여부에 따라 다음 달 3일부로 매매가 정지될 예정인 가운데, 뱅가드가 보유 외환은행 지분 전량을 매도할 경우, 충격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시장 분석이 있다(이런 의견으로는 예를 들어, 김영성 KDB대우증권 연구원).
이런 주가 급변 상황에서는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이라는 자체가 이미 변동되므로, 한국은행으로서는 영리회사인 시중은행의 지분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 위배 우려가 있는(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 주식으로 바꿔서는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는 논란) 점에서 차라리 싸게 시장에 파는 게 나은 상황이 정당하게 된다(외환은행도 시중은행이지만, 이 점은 특례로 허용된 것이고, 따라서 하나금융의 주식을 새로 갖게 되는 문제에 연장을 해서 가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으로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뱅가드 지분 대량 매각 상황에서 주가 안정 명목 등으로 각종 연기금과 함께 매수 대응을 하기도 어렵다. 의결권 행사 등에서 모르쇠를 할 것이면서 주가 떠받치기로 매각을 해 주냐는 새로운 비판 가능성을 키우는 선택을 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점에서, 현재 외환은행 노조의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관련 공세는 단순히 선전전이라기 보다는, 외국 세력인 뱅가드가 외환은행 주가의 변동 가능성을 여전히 쥐고 있는 3월 증시에서 이들이 처신(운신)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대의명분 논쟁과 국민 혈세 낭비 논란이라는 실무 논쟁의 결합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두 개의 전선을 가진 전쟁으로 가게 되면,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외환은행 노조의 요청을 외면하는 것은 더 난처해지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뱅가드의 실제 움직임이 어떻게 진행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