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빚 권하는 풍조가 만연한 한국 사회, 바야흐로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빚이 사회 전반을 옥죄고 빚 탓에 나라 전반이 흔들리는 시대다. 이런 가운데 재무관리 전문업체 에듀머니에서는 상담과 교육을 통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제 생활의 조언자이자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하도록 돕는 힐링 기능도 제공한다. 오래 진료를 해 환자에 대해 잘 알고 건강한 생활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의사를 주치의라고 부른다면, 에듀머니는 재무주치의가 되고 싶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건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에듀머니가 제시한 조언은 △신용카드를 잘라버리고 체크카드를 쓰고 △한 통장에 돈을 몰아 넣지 말고 지출의 목적별로 여러 통장을 만들며 △과도한 빚을 내 집을 사지 말고 혹시 빚을 내더라도 이자비용까지 따져 본 뒤 그 정도 가치가 있나 판단할 것 등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권해온 레버리지 투자(빚을 지렛대로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제테크법)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레버리지 투자가 호황기에 어울리는 방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에듀머니의 가치관은 이제 본격화될 '저성장·저금리시대'에 차근차근 정직하게 돈을 모으기에는 가장 온당한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에듀머니가 설립된 것은 2007년. 이때부터 에듀머니는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각자의 가계소득과 부채를 파악, 생애주기별 지출 씀씀이를 예상하고 이에 맞는 재무설계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등 대상 연령과 조건을 다양하게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각하는 소비'를 마비시키는 마취제 같은 금융의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더 넓게 활동하는 길을 택하게 됐고, 이는 노동부로부터 2011년 9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
◆재무설계 노하우, 이제 저소득층 금융소외감 극복 지원에
저소득층이 경제정보에서 뒤떨어지거나 금융소외감에 빠지지 않을 비전을 제시해 온 에듀머니는 기업철학도 "돈으로부터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나눠주고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그야말로 사회적기업다운 목표로 정해 실천하고 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좌측)가 수원평생학습관과 재무관리 전문가 양성 협약을 맺고 있다. ⓒ 수원시 |
에듀머니는 2012년 1월, 서울시 희망온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인터넷금융 등과 공동으로 P2P 소액저축 사업인 '위드세이브(with save: 함께 저축하자)'에 착수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절박한 사연이 있는 저소득층에게 자립의 희망을 제공하자는 것으로, 저축을 통해 빈곤 해결을 꾀한다는 게 이 사업의 취지다.
예를 들어 어떤 사정으로 100만원이 필요한 저소득층 A씨가 매달 5만원씩 6개월간 저축(30만원)하면, 다수의 기부자들이 그 계좌에 저축 형태로 기부(70만원)해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형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공적급여 형태인 기존 복지의 정책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 실험이었다.
◆재능기부로 상담과 강연, 수원과 서울에선 인력 육성도
가계부채 위기 탈출을 위한 강연과 1:1 상담에 나서는 문제로 서울시와 협력하기도 했다. 일종의 재능기부라고도 할 수 있다. 2012년 8월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 에듀머니가 서울의 25개 자치구를 돌며 가계부채 위기 탈출을 위한 강연과 1:1 상담을 실시한다는 구상을 밝혀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금융사고 예방을 비롯해 △재무관리의 비법 △서민금융 제도 소개 △개인회생·파산면책 관련 설명 등의 소중한 정보를, 찾아가는 서비스로 제공하는 틀을 짠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에듀머니의 사회적기업으로서의 행보는 아예 지역에서 활동할 재무관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까지 닿는다.
2012년 3월에는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평생학습관과 '지역 재무관리 전문가 양성 협약'을 맺었다. 이는 금융 관련 상품의 판매를 목적으로 했던 기존 재무상담의 한계를 넘는 인력을 새로 길러야 한다는 필요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금융소외 상황을 극복하고, 위기에 빠진 가계재무를 구할 수 있는 조력자로서 지역의 재무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인식 속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한 백년대계다.
수원 외에도 서울의 상담 인력 육성에도 에듀머니가 막중한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서울시에서는 금융복지상담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사를 양성했는데 이 양성교육과 보수교육을 실시하는 사업을 에듀머니가 함께 한 것이다.
김미선 에듀머니 본부장은 이런 상담사 교육과 관련, 금융부채라는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담'이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에듀머니는 종로와 마포를 거쳐 현재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공간에서 강의실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많은 교육은 외부로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 이종희 기자 |
김 본부장은 "사회적기업을 바라볼 때 (사람들이 갖는) 사회적 역할과 그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같이 작업하게 됐다"고 새로운 마인드를 가진 상담사와 전문가 육성에 에듀머니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소명감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취약계층, 저소득층은 금융정보 비대칭성으로 소외감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인력이 단순히 정보 전달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서울시의 경우 사회복지사들과 금융 관련 이력자들이 일정 비율 섞인 상태에서 상담사 후보군을 선발, 교육을 진행했는데 "사회복지사들의 경우 (이런 상담의뢰자의 아픔에 대해) 이해가 빨랐다"고 소개했다.
에듀머니는 재무설계를 돕는 주치의를 자임하던 '기업'에서 모두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소셜 디자인하는 '사회적기업'으로 발전해 왔다. 에듀머니의 이상과 철학을 잘 엿볼 수 있는 연희동 건물 내부 전경. = 이종희 기자 |
앞으로 지역에 밀착되고 소외된 이들의 정서에 교감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이들을 선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재무관리와 상담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기를 때 더욱 효과적일 것임을 에듀머니가 경험을 통해 증명한 셈이라 특히 주목된다.
이는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나 중앙기관에서 이런 금융과 복지를 융합한 영역을 한층 더 활성화하려고 시도할 때 에듀머니가 체득한 노하우가 큰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그간 에듀머니가 재무설계라는 특수한 영역에 특화된 사회적기업으로서 관심을 모았다면 앞으로는 자신과 닮은 재무설계 관련 사회적기업, 상담자들을 많이 교육하고 재생산하는 교육기구로 더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인력은 물론 고급정보도 만들어 사회환원하는 특이한 곳
김 본부장은 "길지 않은 기간에 인력을 교육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철학과 신념을 갖춘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듀머니가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들인 땀과 그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은근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편,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책을 통해 빚 권하는 사회·약탈적 금융이 쳐놓은 덫에 사람들이 걸리지 않게 널리 지식을 전파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동시에 책을 통해 독자들을 만나는 사회공헌을 하는 셈이다.
'돈에 밝은 아이'와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 '약탈적 금융 사회(공저)' 등을 저술한 제 대표는 "2013년에는 금융의 '비하인드 마켓'을 털어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내 자료 조사 외에 해외 취재까지 아우르고 싶다는 희망사항인데, 유례를 찾기 힘든 고급정보를 담은 책이 될지 주목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인력은 물론 정보까지도 스스로 육성, 구성하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에듀머니는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라 향후 행보가 시선을 잡아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