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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첩첩산중 영훈중, 이런 귀족학교 필요한가?

김태형 기자 기자  2013.03.06 17: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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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귀족학교 논란이 일고 있는 영훈국제중의 학부모가 학교 측에 현금 2000만원을 주고 자녀를 입학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설립 초기부터 말이 많았던 터라 이미 예견된 일이라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입학 대기자였던 자녀가 탈락한 뒤 학교 측으로부터 '학교 발전기금 명목으로 현금으로 2000만원을 주면 입학시켜주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부모는 돈을 주고 입학을 시켰다. 이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로 학부모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고발을 했다.

실제로 영훈국제중의 입학 전형은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추첨으로 이뤄지는 일반전형에서 30%대의 신입생이 같은 재단인 영훈초 출신이고, 여기에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의 자녀가 (이혼 가정 자녀라는 점을 들어) '사회적 배려 대상자(이하 사배자)'전형으로 입학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영훈초에 컴퓨터 50대를 기증했던 적이 있는데, 물론 선의로 한 일이겠지만 폭넓게 보면 같은 재단에 제공한 일종의 촌지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라 개운치 않다.

국제중으로의 전환 시 귀족학교라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사배자 전형을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귀족자녀'들의 편법성 편입학 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편입한 학생의 대부분은 부모가 기업인·변호사·의사 등 부유층인 경우라 한다.

실질적인 사배자 대상 계층의 학생들은 위화감을 느끼거나 학칙이 엄격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나간다는 안타까운 소리도 들린다. 이 자리를 채우는 과정에서 고위·부유층 자제들로 채운 것 같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영훈중이 국제중으로 전환한 초기에 제기됐던 문제점은 이미 한두가지가 아니다. 연간 700여만원에 달하는 등록금과 여기에 급식비·특기적성비와 같은 추가 경비 부담 등이 화제가 됐다. 부유층만 다닐 수 있게끔 만든 '귀족학교'를 완성하는 진입장벽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일반 학부형들에게는 무리한 경제적 부담이다.

또 원어민 교사가 3년 동안 2000시간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몰입교육을 한다. 대부분의 교과 과목을 외국의 원서 교재로 가르치고, 국어와 한국사 등 일부 과목만 한국어로 수업을 한다.

   
 
이런 여러 문제가 지적됐지만 오로지 글로벌 인재양성이라는 대의를 위해 국제중 전환 승인이라는 결단을 당국이 내린 것이었다. 그 대신 사배자 전형을 통해 사회적 역할도 하라는 일종의 조건을 붙였다고 볼 수도 있다. 즉 영훈중을 국제중으로 만들어 주는 대신 이 정도의 사회적 공헌은 할 것으로 기대한 게 국민들의 공감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졸업생들의 진학률을 보면 글로벌 인재양성보다는 명문고, 명문대 진학을 위한 '엘리트 코스'에 머물고 있다. 실제 1기와 2기 졸업생의 경우 75~80%달하는 인원이 과학고, 외고와 같은 특수목적고에 진학했다. 결국 귀족들만의 엘리트 코스를 만든 셈이다. 그런 와중에 사배자 전형마저 농락당하고 있고 심지어 입시의 비리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으니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