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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종훈 내정자 사퇴에 관심 쏠리는 이유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3.05 14: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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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4일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지명을 받은 지 2주 만의 일이다.

이날 오전 9시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 한시간 전 국회 정론관 브리핑룸에 모습을 나타낸 김 내정자는 "어제(3일)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문을 연 뒤 "이제 제가 헌신하려는 마음을 접으려 한다"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예상 밖의 사의 표명에 기자회견장은 술렁거렸지만 김 내정자는 2분 가량의 회견문을 읽은 뒤 질의응답 없이 곧바로 브리핑룸을 떠났다.

김 내정자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정치권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정작 김 내정바는 '정치권의 난맥상'을 이유로 내세우며 '마음을 접겠다'고 했지만 돌연 사퇴를 결심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와 관련, 박 대통령의 야당 압박에 힘을 보태주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청문회를 앞두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돌출 변수가 생겨 자진 사퇴한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또 다른 편에서는 김 내정자가 그동안 미 중앙정보국, CIA에서 4년간 비상임위원으로 일하며 사업에도 관여한 경력으로 논란을 낳은 것과 관련, 국가기밀 유출을 우려한 미국정부가 시민권 포기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황 판단이 확실해지자 사퇴한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 사실상 미국인으로 한국 정치 문화와 정서가 맞지 않다는 점도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쩐지 김 내정자의 사퇴가 마음에 걸린다. 발탁 이전까지 한국인들에게 김종훈이라는 이름 석자는 생소했다. 하지만 이후 그의 이력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김 내정자는 존스 홉킨스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고, 알카델-루슨트의 벨 연구소 전략연구소장으로 재직했다. 오직 자신의 힘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 정치판에 나타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김 내정자에 대한 공격은 거셌다. 'CIA와 관계가 있다'는 의혹과 함께 각계각층에서는 미국에서 활동했던 그의 이력을 문제 삼았다.

다른 장관 내정자들이 재산이나 병역 의혹에 대해 해명할 때 그는 일단 '한국인'이라는 사실부터 증명해야 했다. 청문회를 앞두긴 했지만 사실 김 내정자는 야당의 표적이 아니었다는 점도 그의 사퇴 이유를 궁금케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해 "김 내정자 사퇴의 변을 표현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많은 사람들은 '인재가 없다'며 한탄한다. 하지만 막상 인재를 찾아 대령하면 '그는 인재가 아니다'며 또 다른 한탄을 시작한다. '털어서 먼지'를 낼게 아니라 '닦아서 보물'을 찾을 때다.

어찌됐든 정확한 속내를 알 수 없는 김 내정자의 사퇴로 미래부는 최소한 이달 말까지 업무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김 내정자에게 미래창조과학부 지휘를 맡겨 창조 경제와 일자리창출을 선도하려 한 박근혜 정부에 또 하나의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