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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금 까먹은 해외펀드 환차익 과세가 웬 말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3.05 08: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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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해외펀드'에 투자했다가 원금 손실을 입었어도 환차익(환율 변동으로 인한 이익)에 대한 세금은 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는 2007년 일본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는데도 정부가 환차익에 대한 세금 1300여만원을 떼 간 것은 부당하다며 김모(53)씨가 낸 소송에서 "펀드 원금을 까먹었어도 환차익에 따른 소득을 얻은 것은 별개의 문제여서 세금을 내야 한다"며 4일 김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작년 1월 1심(서울행정법원)에서 "펀드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환차익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환차익만을 구분해 세금을 물릴 수 없다"고 했던 것을 뒤집은 것이어서, 앞으로 어떻게 판결이 확정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는 결국 환차익에 대한 복잡한 세금 구조와 여러 금융상품이 갖는 논리적 차이 등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금융소비자를 위한 상식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환차익과 그에 대한 과세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일찍이 '엔화스왑 예금'의 환차익에 대한 과세는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2011년 5월에 있었던 점을 다시 살펴 보자. 엔화스왑 예금은 주지하다시피 원화를 엔화로 바꿔 예금한 뒤 만기가 되면 미리 정해놓은 환율에 따라 선물환 거래를 해 차익을 얻는 상품이다. 그런데 이런 엔화스왑 예금의 선물환 차익(환차익)을 이자소득으로 볼 수 있느냐의 논란이 불거졌던 것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서 법학 측면에서 가장 주시할 대목은 "당시 소득세법에서 볼 때 과세할 수 있는 이자로 보기 어렵다"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전체적인 논리적 흐름, 경제적 의의는 따로 챙겨야 한다고 생각된다. 즉 세법 영역은 여타의 법률 체계와 좀 다르게, 그때그때의 판단에 의해 개정이 쉽게 이뤄진다는 특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이 같은 사건에서도 당시의 관련 세법에서 이를 이자로 규정했는지 자체가 중요할 뿐, 논리적으로 정치한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고 그것이 변경이 절대적으로 어렵다고 볼 것은 아닌 것에 주목하고 싶다. 대법원 판결 역시 당시 세법이 어떻게 규정을 했는지(즉 입법자의 의도와 태도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판단했다.

이런 배경 위에 펀드의 환차익에 대해 우리 관계 당국이 그간 어떤 태도를 보여왔는지(어떤 신뢰를 심어왔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당국은 이미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주가가 떨어졌는데도 환차익으로 소득세를 내야 하는 문제를 주시, 유권해석을 한 적도 있다. 이는 손실을 본 경우까지 환차익을 물리는 게 온당치 않다는 판단을 대전제로 제도 변경을 하고 그에 따른 적극적 해석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주식시세 변동에 따른 이득은 비과세, 환차익은 과세가 원칙이고 이 자체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2009년 7월에 기획재정부는 환차익 과세기준을 바꾸는 방법으로 '환매시점에서 이미 존재하지 않는 환차익에 세금을 내야 하는' 불합리를 시정하는 묘수를 뒀다.

   
 
결론적으로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렸으니, 법적인 해석의 여지도 크기 때문에 이를 기다려 봐야 할 것이다. 다만 해외펀드 환차익 자체에 대해 이미 해석이 반드시 딱 떨어지는 것 같지 않으니 대법원의 판단이 1심과 같은 논리 하에 나오기를 기대한다. 더욱이, 그런 판결이 불가능한 미비점이 혹시 있더라도 제도를 일부 손봐서(일반 납세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서) 원금의 손실까지 입은 해외펀드 가입자의 경우 환차익 과세라는 당혹스런 문제에 직면하지 않게 해 줘야 한다고 본다. 한때 환율 관리 차원에서 해외펀드 투자를 장려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있었고 이에 따른 불완전 판매 문제 역시 적지 않았는데, 이제 그 뒤치다거리의 일환으로 이번 원금의 손실 케이스와 환차익 논란을 본다면, 제도 개편의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