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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후크송? 서브리미널? 흥국생명·화재, 정말 딴딴해지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3.02 16: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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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브리미널 효과(Subliminal Effect)라는 표현을 아시나요? 인간에게 빠른 자극을 줘 자극한다는 이론인데요.

'딴딴딴딴 딴딴딴딴 딴딴딴따 딴따따~'하면서 '딴딴한 약속'을 강조하는 흥국생명·흥국화재 광고를 보다 보니 이 효과가 생각났는데요. 흥국의 이번 광고는 특히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기업 이미지 공중파 및 케이블 광고를 제작했다는 점에서도 회자된 바 있습니다.

물론 동일한 음을 (허밍 부르듯 전달하는 것을) 통해 자극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서브리미널 효과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기법은 '인간이 쉽게 인지할 수 없는' 음향을 삽입해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기법을 말하거든요. 잠재의식 효과 즉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미약한 자극도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에 근거한 기법인데, 흥국의 광고는 쉽게 인지할 수 없는 음이 아니라 반복이니까 '후크 송(Hook Song: 반복되는 가사 등을 통해 뇌리에 각인시키는 노래로, 소녀시대의 Hoot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음)에 오히려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흥국생명·화재
왜 새삼 이 노래가 서브리미널인지 후크인지 생각해 봤냐면 '딴딴'하다는 뉘앙스로 끊임없이 주입을 하는 데다 자막 역시도 '앞으로도 딴딴하게'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단하다는 단어는 흔히 '살림이 단단하다' 등 응용 표현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치밀한 것 외에도 내실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은 믿을 만 하다는 뜻으로 최종적으로 수렴하겠지요. 그러니, 아무 데나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단어도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게 상식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자막에서 "앞으로도 딴딴하게 당신과 함께 걸어가겠다"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좀 허풍이라고도 보이는데요. 문제는 자막에서 보듯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라는 식으로 얘기하기엔 흥국생명이나 흥국화재가 그렇게 단단(딴딴)했었는지 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자막은 물론 딴딴딴딴~ 하면서 효과음을 계속 넣어 기정사실화하고 있지요.

물론 흥국생명이나 흥국화재 등은 규모면에서 신한, KB 등 주요 금융그룹 계열의 보험사들과 바로 지표를 갖고 비교한다든지 하기에는 어폐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고려돼야 할 겁니다. 또 큰 금융그룹 산하 보험사들이 흥국보다 지표가 꼭 좋은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전략은 각사의 영업 전략과 자산 규모 등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이런 전략상 차이점이 2010 회계연도 들어 사라져 버린 건 사실입니다. 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BC)가 도입되면서 안전자산 편입이라는 획일화된 투자의 전략이 대세로 자리잡은 것이죠.

이렇다 보니, 흥국 등은 상대적으로 지표면에서 열세에 밀려 대형사들과 달리 RBC비율 제고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근래에 나온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니, 흥국생명은 RBC비율에서 200%을 겨우 넘겼는데(203.3%), 어찌 보면 언제 200%선이 무너질지 모르는 것이기는 하나 KB생명(158.2%)이나 우리아비바생명(190.0%)에 비하면 나은 것도 사실입니다. 손보의 경우는 흥국화재(-12.8%p)의 하락율이 큰 점이 좀 부담스럽기는 하군요.

2005년 7월 보험소비자연맹의 자료를 보겠습니다. 당시 생보쪽 자본적정성 순위에서 삼성생명, 교보생명, 푸르덴셜생명, 흥국생명, ING생명 등의 순이라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다만 이런 여러 상황을 들어, "과거에는 정말 괜찮았는데 기준이 획일화되다 보니 중소형사의 애로사항이 너무 크다"고 막바로 목소리를 높을 수 있는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2011년 흥국화재가 선수금환급보증금(RG)보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678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던 점은 애교로 넘어간다 치더라도('선박금융' 때문에 힘든 금융기관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요), 2006년 9월에 금감원이 내놓은 민원 관련 통계를 보면, 흥국생명은 씨티은행과 신한카드, 외국계 손해보험사인 AHA,ACE 등과 함께 고객들의 불만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요.

또 민원평가 문제는 다시금 반복되는데,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금감원이 제재조치를 취한 금융사에 대해 민원발생평가 등급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나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한 때에도 흥국화재와 흥국생명이 문제시됐습니다. 흥국의 두 회사에 대해서 '대주주 부당지원 등'으로 기관경고를 내렸지만 민원발생평가에서는 전년도 보다 1단계씩 오른 3등급을 부여했다는 지적입니다.

상황과 경과가 이렇다고 하면, 꼭 RBC라는 괴물 때문에 은근히 겉보기에 좀 그런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말 알고 보면 단단한 그리고 고객이 정서적인 면에서도 믿을 수 있는 회사라고 자부하기엔 뭔가 살짝 부족해 보입니다. '앞으로도 딴딴하게'이 아니라 '딴딴하게 가고 싶다'는 미래형으로 살짝 모호하게 넘어가면서 음악을 '딴딴딴딴'으로 깔았으면 정직해 보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