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3.03.02 12:18:25
[프라임경제] '김석동 시대'의 뒤를 이을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신제윤 내정자가 지명되면서, 이번에도 금융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 내정자는 행정고시 출신의 국제금융통으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등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아 주요 보직을 경험했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과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기재부 1차관으로 승진했으며 이번에 금융위로 금의환향하게 됐다.
◆ 카드 대란 수습, 금융위 경험 높은 평가받은 듯
신 내정자의 이력 중 돋보이는 것 중 하나는 참여정부 초기 '카드 사태'를 무난히 수습한 대목. 이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1국장을 맡고 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손발을 맞췄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시절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파견을 나간 경험도 있어 실물경제에도 식견이 있다.
신 내정자는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해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탁월한 국제감각을 발휘했다는 평도 있다. 아울러 부처 내에선 친화력과 유머감각으로 '닮고 싶은 상사'에 여러 번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 관치 키워드 물려받았나…이헌재 사단 분류하기도
하지만 그의 공직 경력에서 가장 주요한 키워드는 바로 '이헌재 사단'으로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신 내정자 자신이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 중에 속하기도 하지만, 김 전 위원장과의 인연을 통해 이런 경험이 더욱 강화, 증폭된 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언급했듯 신 전 내정자와 김 전 위원장은 카드 사태 당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아울러 위원장-부위원장으로 금융위에서 일한 적도 있다.
그런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부총리의 모피아 계보를 잇고 있다는 평을 듣는 인물.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부총리가 금융감독위원장 재임 때 재경부와 금감위를 오가며 측면 지원한 핵심 인물이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거친 김 위원장을 중간 고리로 이헌재 사단은 금융위와 기재부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이어져 왔다. 그리고 김 전 위원장과 신 내정자가 이번에 금융위 수장직을 '바통 터치'하게 되면서 신 내정자가 "이헌재 사단은 끝나지 않았다"는 상징으로 부각되게 된 셈이다.
이 전 부총리도 그렇지만, 이헌재 사단의 중간 고리이자 '영원한 대책반장'으로 불려온 김 전 위원장은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확고한 인식을 가진 인물. 즉 이런 쪽으로 함께 분류가 가능하다는 점은 신 내정자의 색채 역시 이들을 관찰함으로써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김 전 위원장은 금융위기 소방수 역할을 해냈지만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면이 있다. 즉 신 내정자 역시 관치와 모피아 논리를 지속해 나가려는 색깔을 띨지 주목된다.
◆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논란 처리시 '관료 중심 색채' 드러내?
실제로 신 내정자는 2011년 5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결정 유보 문제 국면에서 관료주의 색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금융위를 이끌고 있던 김 전 위원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빠른 시일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 이때 '말뒤집기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신 내정자는 당시 금융위의 부위원장 자격으로 김 전 위원장이 한 발언에 대해 당초 의견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밝하면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같은 신 내정자의 행보는 론스타로의 외환은행 매각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해 비판 대상이 됐던 김 전 위원장을 '엄호'한 것으로도 풀이됐고, 아울러 하나금융의 주가 하락 및 김승융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사퇴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당국이 긴장하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시장에는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즉 안전 드라이브 중심의 관료주의 색채를 가진 모피아 기본틀에서 신 내정자 시대의 금융위를 볼 여지가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금융위, 금감원 조율 등에서 '큰 폭 변화 원동력'보다는 '현상유지' 신호?
이런 상황은 매번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관료 특히 모피아를 배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다 결국 믿을 건 관료라는 식으로 청와대의 반응이 바뀌는 패턴을 이번 정권 역시 답습할 여지가 크다는 점으로도 연결된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초 인선 갈등으로 인해 관료 중시 성향이 강해지는 상황이라, 모피아 등 관료 중용 패턴이 이전 정권들보다 더 강할 가능성마저 있다. 그런 중심에 이번 금융위원장 인선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될 수 있다. 이 점은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는 일본,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 등을 겪고 있는 미국 등 세계경제 주요 주체들의 상황이 아직 안심하기 이른 상황과도 맞물려 안전제일주의로 경제 및 금융의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정권 초에) 있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한편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여러 모델의 연계 개편 대상으로 언급된 바 있는데, 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나, 이번 인선 등을 종합하면 금융부로의 확대 개편까지는 몰라도 금융위가 가져온 관료 중심의 콘트롤 타워 기능 자체가 한 번에 약화될 여지는 적은 것으로 이번 인선의 배경 의미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