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금융위원장 인선] 금융정책, 이번에도 모피아 기조?

위기시 믿을 건 경험 풍부 '관료'? 美시퀘스터-日아베노믹스 국면 의식한 듯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3.02 12:18:2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김석동 시대'의 뒤를 이을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신제윤 내정자가 지명되면서, 이번에도 금융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 내정자는 행정고시 출신의 국제금융통으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등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아 주요 보직을 경험했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과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기재부 1차관으로 승진했으며 이번에 금융위로 금의환향하게 됐다.

카드 대란 수습, 금융위 경험 높은 평가받은 듯

신 내정자의 이력 중 돋보이는 것 중 하나는 참여정부 초기 '카드 사태'를 무난히 수습한 대목. 이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1국장을 맡고 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손발을 맞췄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시절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파견을 나간 경험도 있어 실물경제에도 식견이 있다. 

신 내정자는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해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탁월한 국제감각을 발휘했다는 평도 있다. 아울러 부처 내에선 친화력과 유머감각으로 '닮고 싶은 상사'에 여러 번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관치 키워드 물려받았나…이헌재 사단 분류하기도

하지만 그의 공직 경력에서 가장 주요한 키워드는 바로 '이헌재 사단'으로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신 내정자 자신이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 중에 속하기도 하지만, 김 전 위원장과의 인연을 통해 이런 경험이 더욱 강화, 증폭된 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언급했듯 신 전 내정자와 김 전 위원장은 카드 사태 당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아울러 위원장-부위원장으로 금융위에서 일한 적도 있다.

그런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부총리의 모피아 계보를 잇고 있다는 평을 듣는 인물.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부총리가 금융감독위원장 재임 때 재경부와 금감위를 오가며 측면 지원한 핵심 인물이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거친 김 위원장을 중간 고리로 이헌재 사단은 금융위와 기재부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이어져 왔다. 그리고 김 전 위원장과 신 내정자가 이번에 금융위 수장직을 '바통 터치'하게 되면서 신 내정자가 "이헌재 사단은 끝나지 않았다"는 상징으로 부각되게 된 셈이다. 
 
이 전 부총리도 그렇지만, 이헌재 사단의 중간 고리이자 '영원한 대책반장'으로 불려온 김 전 위원장은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확고한 인식을 가진 인물. 즉 이런 쪽으로 함께 분류가 가능하다는 점은 신 내정자의 색채 역시 이들을 관찰함으로써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김 전 위원장은 금융위기 소방수 역할을 해냈지만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면이 있다. 즉 신 내정자 역시 관치와 모피아 논리를 지속해 나가려는 색깔을 띨지 주목된다.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논란 처리시 '관료 중심 색채' 드러내?

실제로 신 내정자는 2011년 5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결정 유보 문제 국면에서 관료주의 색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금융위를 이끌고 있던 김 전 위원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빠른 시일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 이때 '말뒤집기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신 내정자는 당시 금융위의 부위원장 자격으로 김 전 위원장이 한 발언에 대해 당초 의견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밝하면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같은 신 내정자의 행보는 론스타로의 외환은행 매각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해 비판 대상이 됐던 김 전 위원장을 '엄호'한 것으로도 풀이됐고, 아울러 하나금융의 주가 하락 및 김승융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사퇴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당국이 긴장하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시장에는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즉 안전 드라이브 중심의 관료주의 색채를 가진 모피아 기본틀에서 신 내정자 시대의 금융위를 볼 여지가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위, 금감원 조율 등에서 '큰 폭 변화 원동력'보다는 '현상유지' 신호? 

이런 상황은 매번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관료 특히 모피아를 배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다 결국 믿을 건 관료라는 식으로 청와대의 반응이 바뀌는 패턴을 이번 정권 역시 답습할 여지가 크다는 점으로도 연결된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초 인선 갈등으로 인해 관료 중시 성향이 강해지는 상황이라, 모피아 등 관료 중용 패턴이 이전 정권들보다 더 강할 가능성마저 있다. 그런 중심에 이번 금융위원장 인선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될 수 있다. 이 점은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는 일본,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 등을 겪고 있는 미국 등 세계경제 주요 주체들의 상황이 아직 안심하기 이른 상황과도 맞물려 안전제일주의로 경제 및 금융의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정권 초에) 있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한편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여러 모델의 연계 개편 대상으로 언급된 바 있는데, 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나, 이번 인선 등을 종합하면 금융부로의 확대 개편까지는 몰라도 금융위가 가져온 관료 중심의 콘트롤 타워 기능 자체가 한 번에 약화될 여지는 적은 것으로 이번 인선의 배경 의미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