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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고수익' 취업선호 상위권 은행, '히피·늘비족' 눈길

최종면접까지 블라인드 형식, 영업마인드 어필이 가장 중요해

이종희 기자 기자  2013.02.28 17: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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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번에 또 '졸업연장'을 신청한 J씨(여·24세 서울). 취업만 생각하면 새벽에 자다가도 눈이 번쩍 떠진다는 J양은 학점을 모두 이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학생으로 남아있다. 이미 졸업한 학생은 반기지 않는다며 취업이 확정 될 때까진 학생신분을 벗어나기가 두렵다고 한다.

#2. 지난 구정 친척들을 피해 홀로 집을 지켰다는 L씨(여·26). 은행권 취업을 목표로 학생 때부터 관련 자격증을 하나하나 준비해뒀다. 남부럽지 않은 스펙으로 친척과 지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으나 인턴마저도 번번이 거절당하는 현실, 무엇이 무제일까 한참 고민해 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L양은 아직도 은행권 취업을 손에 쥐고 있다.

3월 상반기채용 일정이 하나, 둘 공개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고수익·안정성으로 2마리 토끼라는 메리트를 지닌 은행권 취업선호도는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한다.

   
지난 2월20일 국민은행 2013년 상반기 해외채용 1차 서류접수가 마감됐다. 이제 3월 들어 각 은행 상반기 채용이 시작된다. 취업선호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은행의 체감 취업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 국민은행

하지만 경기불황에 취업마저 혹한기를 겪으며 학생들이 넘어야 할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은 기업 464개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계획' 결과, 71.3%만이 '채용계획을 확정'해 지난해 채용(84.1%)보다 12.8%p 하락했음을 보였다.

'취업재수'를 선택해서라도 성공하고 싶은 은행권 취업, 소위 '스펙'을 갖추기 위해 각 관련 자격증학원만은 경기불황을 체감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은행권 인사팀 실무자는 중요한 건 스펙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우린 히피나 늘비(?)를 선호해"

바라는 인재상에는 늘 고전적인 멘트가 따라온다. 올바른 가치관과 책임감·진취적인 사고방식 등이 이에 속하겠다. 그러나 전홍철 국민은행 인사팀장은 "은행입장에서 생각해야"라고 주문한다. 전 팀장은 "히피나 늘비족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기성의 사회통념과 제도·가치관을 부정하고 탈사회적 행동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히피'족은 창의적인 사고와 행동의 인재를 의미한다. '늘비'는 질서 없이 여기저기 늘어서 놓여있다는 뜻으로 다방면의 지식을 갖춘 인재를 뜻한다. 
  
전 팀장은 "통섭형 인재상으로 폭넓은 지식과 창의력을 가져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이뤄낼 인재"를 환영한다며 "고객의 니즈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종면접까지 블라인드형식으로 진행해 면접관들은 지원자들의 학교와 지역, 심지어 이름까지 알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해 입사지원서에는 자격증·해외어학연수·공모전 등을 기입하는 사항이 아예 없었으며 자기소개서는 모두 읽어 본다는 게 정설이다.

예를 들어 어느 은행에서는 지난해 자기소개서란에 '읽은 책 10권을 기입하시오'라는 사항이 있었는데 지원자가 기입한 책을 면접관들이 직접 읽어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책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거나 지원자가 이 책의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대응 하겠는가 등을 물어보기도 한다.

중요한건 소위 남들이 말하는 '스펙'이 아닌 남들과 다른 진취적인 사고를 어필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보인다.

본업인 '영업'을 할 기본적인 준비와 자세를 어필해야…

"은행업무와 관련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한참 꽃다운 나이에 시중 4대 은행에 입사한 L대리는 은행을 목표로 취업에 열중하던 때를 떠올리며 강조했다.

또 "자신의 적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며 "면접에서 실제 펀드상품판매를 해보라고 하는 등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적극성과 관련한 조언이 한 가지 있다. 창의적인 지원서를 내보이겠다며 짤막하게 쓰지 말라는 것. 다소 고리 타분해 보일 수 있겠지만 빽빽이 작성한 지원서는 성실한 모습과 적극성 어필에 기본자세가 된다. 우리은행의 모 행원(과장급)은 남는 공백 없이 서식은 다 채우라는 팁을 제시했다.

학점관리와 자격증·영어성적·인턴은 은행뿐만이 아닌 어느 곳을 지원하더라도 성의를 보이기 위함이다. 특히 은행취업에서는 관련된 인턴경험이 중요한 것으로 기업입장에서 보면 같은 분야의 경험에 호감을 가지는 건 당연하겠다.

스펙에만 열 올리는 지원자에게 L대리는 "학점관리와 같은 기본적인 부분이 준비됐거나 더 이상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과는 차별화된 활동적인 경험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한 하나의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본적으로 일반 사무업무와는 다르게 영업이 본업인 만큼, 고객을 상대하고 영업을 할 준비와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며 실제로 어렵게 입사해 적성이 맞지 않다며 그만 두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고수익과 안정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은행 업무에 자신의 적성·성향을 고려하는 것이 성공적인 취업과 직장생활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3월 중순이 되면 1차 서류 마감이 끝나게 돼,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잘 분석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현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