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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 넘은 이통사 경쟁, 강 건너 불 아닌 이유

나원재 기자 기자  2013.02.28 17: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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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여년 전 숱한 화제를 뿌리며 MBC 예능 프로그램의 간판 코너로 떠오른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는 당시 신선한 충격과 그보다 더한 재미로 시청자들을 휴일 저녁 TV 앞에 어렵지 않게 불러들였다.

이제는 추억의 단편으로 기억 속 한 조각으로 남았지만, 이따금 꺼내들어 다시 생각해봐도 여전히 즐겁기만 하다. '몰래카메라'가 요즘도 TV 예능 프로그램 단골 메뉴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유다.

시청자들의 판단력인 '보는 눈'이 진화하면서 이제는 다소 식상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은 콘셉트가 돼버렸지만, 시청률을 반짝 끌어올린다는 의도로는 여전히 매력적인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평소 좋아하는 스타가 곤경에 처했을 때 그들의 진실어린 행동이 어떻게 나올까란 생각, 즉 그들 본연의 행동을 보겠다는 생각이 식상함을 덮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본다면 문제는 180도 달라진다. 일례로, 미국 할리우드 배우 짐캐리의 '트루먼쇼'를 생각해보자.

30평생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평범한 삶을 지낸 주인공 짐캐리. 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동네와 믿었던 친구, 심지어 아내와 가족까지 모두 가짜다. 이런 모든 상황을 이상히 여긴 그는 대학 첫사랑의 "모든 것이 다 거짓이다"는 말을 되새이며 일상을 탈출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미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영화를 보며 소름끼치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해봄직하다.

인터넷이 발전하며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가 성행하고, 스마트 디바이스가 빠르게 성장하며 우리네 삶은 이제 어렵지 않게 노출되고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우리가 울고 웃는 사이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가 최근 반전으로 떠올랐다. 지상파 방송에서 통신사들의 도를 넘은 가입자 유치전이 보도되면서다.

내용을 보자니 다소 충격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대표 통신사들이 판매점을 감시해왔다는 내용이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휴대폰 판매점이 경쟁 통신사 제품을 추천할까봐 불법 녹취는 물론, 감시와 협박까지 서슴지 않아왔다. 휴대전화 판매점 이름과 주소 등이 정리돼 있는 문서도 공개됐다. 당근과 채찍은 판매점에 지원되는 '보조금'이었다.

이는 과도한 보조금으로 최근 각각 영업정지를 받은 이통사들이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물밑 경쟁은 그간 상상 이상으로 치열했다는 반증이다.

이통사들이 짜놓은 판에 판매점과 소비자들이 몇 갈래 안 되는 길에서 그간 정해진 길을 가고 있었다고 해석하자니 이 또한 소름끼치는 상상이 아닐 수 없다.

마냥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통사들의 치열한 경쟁에 과도한 보조금이 소비자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시선도 물론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도로 나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통사들의 행보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선택할 권리'와 '알 권리' 등 소비자의 기본권리가 이들 경쟁에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몇 해 전 '클린 마케팅'까지 선포하며 공정한 경쟁을 다짐해온 이통사지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흙탕 싸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조짐이다. 그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