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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된 금호종금, 우리 vs 대우 기싸움 내막

어떻게 팔아도 우리PE는 손해…3자배정 유증에 희망

이수영 기자 기자  2013.02.28 16: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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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마지막 전업 종합금융사인 금호종합금융회사(이하 금호종금)를 둘러싸고 우리금융지주와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이 기싸움에 한창이다. 지난달 말 우리금융지주가 삼일PwC를 주관사로 실사에 돌입한 가운데 대우증권도 지난 21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우증권이 산은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마지막 남은 종금 라이선스를 차지하기 위해 국내 양대 금융지주가 격돌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한국금융지주가 인수 절차를 밟다가 무산된 바 있고 자본잠식 상태인 금호종금의 최근 주가 흐름이 심상찮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인수전 핵심은 '종금 라이선스' 획득 경쟁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리금융과 KDB대우증권 모두 금호종금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분명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국내 마지막 전업 종금사인 금호종금이 대규모 결손 등 자금압박에 시달리며 M&A 시장 매물로 등장한지 1년째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와 KDB대우증권(산은금융지주 계열)으로 인수 협상자가 좁혀진 가운데 양대 금융지주의 기싸움이 한창이다. ⓒ 프라임경제
인수에 성공해 종금 라이선스를 따낼 경우 기업여신과 예금자보호CMA, 리스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최근 거래대금 급감으로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증권사로서는 구미가 당길만하다.

전배승 신영증권 연구원은 "성사 여부를 떠나 양측 모두 종금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플러스' 요인"이라며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증권 모두 자본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수익 다각화에 목마른 상황에서 양사 모두 종금업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과거에 종금 라이선스를 보유한 적이 있고 대우증권은 김기범 사장이 메리츠종금 출신으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작년 3분기(10월~12) 어닝쇼크를 기록해 수익성 악화에 빠졌다는 점도 적극적인 인수 추진을 점치게 한다. 증권사의 실적 부진은 주식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주요 수익원인 수탁수수료 수익이 쪼그라든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대우증권의 경우 작년 3분기 순영업수익 1507억원으로 전분기대비 28.7%, 전년대비 16.7% 감소했다. 수탁수수료 수익 역시 한 분기 만에 12% 이상 줄었고 운용이익도 400억원 이상 감소하는 등 시장 예상보다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우리투자증권은 3분기 순영업수익 132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5.8%, 전년 대비 34.7% 감소했다. 특히 (지배)순이익은 21억원에 불과해 한 분기 만에 무려 94% 이상 급감하며 체면을 구겼다. 상품운용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컸고 프로젝트파이낸신(PF) 부실로 1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이 발생한 탓으로 분석된다. 

양사 모두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이번 인수 경쟁의 키잡이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개정안이 전격 통과되면 핵심 사업인 기업대출(여신)의 경우 굳이 종금사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증권사 영역이 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자본시장법이 국회에서 빨리 통과된다면 관련 프리미엄은 상당히 약화될 수 있다"며 "최근 금호종금 주가 수준과 함께 인수전 참여자들이 상당히 신경 쓰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M&A 이슈, 지나친 기대 위험

결국 관건은 금호종금의 주가다. 업계에 따르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증권 중 한 곳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경영권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매자 입장에서 최근 금호종금 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8일 금호종금은 6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달 2일 309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불과 두 달도 안 돼 주가가 120% 이상 치솟은 셈이다. 작년 4월 한국금융지주와의 인수 협상이 불발됐을 때도 금호종금의 주가는 500~700원대를 호가한 바 있다.

금호종금이 2년 연속 대규모 결손을 피할 수 없는데다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주가는 별로 매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증권사 금융담당 애널리스트는 "업계에서도 금호종금 M&A 이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다소 꺼리는 분위기"라며 "이미 가격 문제로 협상이 무산됐던 전례가 있고 금호종금의 몸값을 제대로 추정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대우증권의 실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알려진 28일을 전후해 금호종금 매집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감지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온라인 증권 게시판을 중심으로 "4일 장 마감 후나 5일쯤 인수 여부에 대한 공시가 있지 않겠느냐"며 매집을 권하는 글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탓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실사를 정확하게 마치더라도 모그룹인 산은금융지주와의 의견 교환이 이뤄져야 하고 실사 결과를 분석할 시간도 필요하다"며 "당장 결과를 발표하기에는 아직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일부 투자자들이 단순한 M&A 이슈에 휘둘려 섣불리 나서는 게 우리로서도 상당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대우증권에 비해 인수 과정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독으로 입찰에 나선 대우증권에 비해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가 직접 나선만큼 자산건전성 리스크라든가 자본 부담이 비교적 덜하지 않겠느냐"며 "현재 금호종금 최대주주가 우리금융 계열 사모펀드(우리프라이빗에쿼티·우리PE)라는 점도 우리금융 쪽에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우리PE는 2007년 우리PE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금호종금 지분 41.44%를 633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우리PE가 인수한 지분은 총 710만여주, 주당 870원꼴이다. 현재 주가 수준에서 재매각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우리PE는 150억원 상당을 손해 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