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여의도 증권가 분위기가 흉흉하다. 증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났고 증권사 실적은 반토막 났다. 증권사들은 부진을 떨치고 활로 모색 나서고 있으나, 실적 회복에 대한 욕심이 잘못된 방향으로 빗나간 탓일까. 최근 증권사 영업맨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소형사인 동부증권의 지난 2010년에 이어 올 초 영업맨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사망한 동부증권 소속 A씨는 부진직원으로 찍혀 실적압박을 받았다는 점 등에서 그의 사망에 이러한 요인이 작용하게 아니냐는 말들이 오갔다.
◆만년과장 C등급 '압박'
지난 18일 밤 경기도 모 지점 소속 과장급 직원 A씨가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는 점 등 정황상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 중에 있다.
논란은 A씨가 이른바 '부진직원'으로 분류돼 그동안 실적압박에 시달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열됐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부진직원'이라는 명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A·B·C로 등급을 나눠 사원 평가가 이뤄지는 것은 맞다"고 귀띔했다. 사망한 A씨는 C등급으로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편에 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증권은 소속 영업맨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내외부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 동부증권 홈페이지 화면 캡처 |
동부금융센터는 동부그룹 안, 특히 고액 자산가들이 모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도 가장 '핫'한 중심부에 있지만 금융센터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운용자산 규모를 기준으로는 서울 16개 지점 가운데 중간에도 못 미치는 10위 정도에 그친다. 과거에도 이와 같은 실적을 보였다.
또 다른 동부증권 관계자는 "B지점장이 동부금융센터장에서 일산으로 옮겨 온 것은 일종의 좌천성 인사와 같은 것"이었다며 "B지점장이 그동안의 부진을 털기 위해 부하직원들을 심하게 다룬 게 아니냐는 말이 사건 이후로 조금씩 새어 나오긴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망한 A씨의 경우에는 직급에 비해 나이가 많았던터라 실적 스트레스가 더 심했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정황에 대해 동부증권 측은 "소속 직원이 안타까운 일을 당한 것은 유감스럽지만 실적압박과 관련한 내용은 지나친 억측"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내부적 신임 두텁지만…
한편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은 2010년 5월 부사장에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으며 3연임(임기 1년)에 성공한 인물이다. 임기 2년 8개월 동안 그는 투자은행(IB) 정비에 힘을 썼으며 트레이딩 본부를 채권 본부와 통합해 상품 개발력을 향상시키는 일종의 성과를 내며 그룹 내부적으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 사장 취임 이후 두 번이나 영업맨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무성하다. 지난 2011년 서울 여의도금융센터점 영업부 직원 장모(30) 대리는 이 건물 10층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었다.
숨진 장씨는 평소 주식투자 실패를 비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가 회사 내부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는 점에서 회사에 문제가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동부증권 측은 "해당 직원의 고객계좌를 조사했지만 대규모 손실이나 고객 분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동부증권의 잇단 자살 소식에 내부 분위기는 흉흉하다 못해 패닉 상태다. 한 동부증권 내부직원은 "리테일의 지점 통폐합과 명퇴 등의 소식으로 분위기가 흉흉하다"며 "회사 내에 노동조합이 없어서 직원 내부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이 없으며 압박은 옭죄어 오지만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