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출범 직후 외풍 맞은 '근혜노믹스' 출구전략을 찾아라

美 시퀘스터· 伊 총선 불안 대외악재 연이어…정권 초 모멘텀에 촉각

이수영 기자 기자  2013.02.27 15:05:4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박근혜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강력한 경제적 외풍을 맞고 있다. 당장 다음달 1일로 다가온 미국 연방정부의 대규모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으로 경기 회복세에 급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와 더불어 불안정한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이 가뜩이나 고민거리인 유로존의 새로운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일단 26일(이하 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3차 양적완화는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환율과 외국인 수급에 크게 흔들리곤 했던 국내증시는 더욱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코스피 3000 돌파"를 언급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이 같은 대외 변수는 부담스러운 한편 돌파해야할 과제다. 박 대통령 취임당일인 25일 하락 반전했던 코스피는 이틀 연속 하락하며 2000선을 가까스로 사수했다. 특히 이탈리아 총선 최종결과가 발표됐던 26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장중 1990선 초반까지 밀리며 휘청거렸다.

◆이탈리아 포스트 총선 시나리오는?

미국 시퀘스터에 앞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문제아로 떠오른 것은 이탈리아다. 당초 상하원 승리가 점쳐졌던 민주당은 하원에서만 근소한 차로 앞섰고 상원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당연합에 제1당 자리를 내줬다. 민주당은 전임 몬티 총리의 중도연합과 함께 긴축정책을 지지했었다. 그만큼 이탈리아 국민들의 표심이 긴축완화에 쏠렸다는 얘기다.

시장은 이탈리아의 긴축과 개혁이 지연되거나 최악의 상황 중단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긴축 포기로 돌아설 경우 유로존 전체로 바람이 확산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총선 결과가 발표된 26일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42bp가량 상승 출발했고 유럽 주식시장도 1~4%대 하락했다.

이탈리아는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정부구성에 실패할 경우 선거가 다시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가 재정불안을 악화시키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그리스 총선 당시보다는 충격파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처럼 이탈리아가 연정구성 또는 재선거를 치러 긴축노선을 철회하지만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우려는 상당부분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내달 1일로 예정된 미국 시퀘스터가 난항을 겪고 있고 유럽에 대한 불안감이 부각됐으니만큼 시장 변동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다시 커져 유로화와 유가의 조정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총선결과는 이탈리아 상황을 몬티 내각 출범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는 악재"라면서도 "작년 그리스와는 달리 악재가 반영되는 시점이 다소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원은 "그리스의 경우 1차 선거 이후 연정협상 기간이 9일밖에 안됐지만 이탈리아는 다음달 중순까지 1개월 정도 협상 과정을 거칠 수 있다"며 "재선거 여부는 최소 다음 달 말~4월 초에 결정될 가능성이 있어 금융시장 충격도 초기에 극대화되기 보다는 분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시점에 대해서는 재선거 여부가 결정되는 다음달 말부터 4월 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원 다수 의석을 확보한 자유국민당이 섣불리 긴축 포기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과거 이탈리아 재정을 2013년 균형적으로 이끌겠다고 공표한 적이 있다"며 "몬티 총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재정건전화 정책을 추구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긴축반대를 외쳤다면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정권 유지를 위해 다소 유연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중수 낙관론, 국내경제에 먹힐까

국내증시에 있어 또 하나의 '산'인 미국 시퀘스터에 대해 금융당국은 경계하면서도 영향력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다독이는 분위기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투자은행(IB)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시퀘스터는 이미 알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모르는 일이 발생했을 때는 당황하겠지만 여러분들 손 안에는(대처 방법이) 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총재의 낙관적인 발언과 달리 적어도 미국 현지 경제주체들에게는 시퀘스터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이후 기업들의 경기전망과 투자의향지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 증권사 황나영 연구원은 "소비심리지수에서도 향후 기대지수 항목이 여전히 낮아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지난해 재정절벽 우려와 마찬가지로 시퀘스터 협상 역시 일부 마찰은 있을지라도 타결되거나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나중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시퀘스터는 당초 올해 1월로 예정됐었지만 3월로 미뤄진 것"이라며 "남은 시간과 양당의 의견차이가 크고 5월 채무한도 증액 협상이 예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대타협보다는 당분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나 연구원은 "만약 하반기 이후 재정감축이 본격화된다면 정부지출 항목에서만 미국의 연간 GDP의 1% 내외가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3차 양적완화의 조기종료 같은 우려도 현재의 미국 정치 상황에서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기우"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재정절벽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과 마찬가지로 시퀘스터 역시 타협점을 찾을 경우 글로벌 증시에 상당한 호재가 될 수 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앞서 미국 재정절벽 논란이 부분 타결된 것에 비춰 시퀘스터 역시 타협점을 찾을 경우 세계증시의 상승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노이즈(마찰)는 좀 있겠지만 타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경기부양 강도에 달렸다

출범 초 강력한 외풍을 맞은 박근혜 정부로서는 내치에 좀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국내증시가 유독 정권교체 초기에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국내증시는 전통적으로 새정부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있었다. 1988년 이후 정권교체 첫해와 이듬해 코스피 상승률이 20%를 웃돌 정도로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 한국거래소,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한국거래소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1988년 이후 대통령 임기 1년차를 맞은 해 코스피 지수는 연간 평균 26.9% 상승했다. 정권 2년차에도 평균 26.7%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3~5년차에는 평균 등락률이 각각 -3.1%, 1.6%, 1.7%에 불과했다.

여기에 올해 1분기에만 2013년 일반, 특별회계 예산 298조4057억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1%를, 2분기에 26.5%를 조기 집행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곽 연구원은 "2005년과 2009년에도 전년대비 6조원 이상의 예상을 조기 집행한 사례가 있다"며 "일정한 시차를 두고 경기부양 효과가 실제로 드러났었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이전 정부 말기에 경기부양 의지가 다소 소극적으로 돌아섰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경기부양책과 추가 금리인하, 기업의 M&A와 투자 확대 등이 기대되는 만큼 국내증시 역시 강세장으로 전환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