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화됐던 일본 소설 '화차'는 불법 사금융의 수탈에 시달리다 살인을 하고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소설의 숨겨진 주인공은 단연 불법 사금융의 수렁에 빠진 이들을 돕는 미조구치 변호사라고 할 수 있다. 잔혹한 수탈에 시달리는 이들은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존재한다. 일본에 미조구치 변호사 같은 이들이 있다면, 한국에는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이 있다.
"요즈음에는 '자본론' 읽을 시간도 없어요."
송 처장은 26일 이런 말로 자기 근황 소개를 대신했다. 진보정치권에서 '자본론 박사'로 통하는 그가 이런 말을 할 때에는 그야말로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자본론 연구로 쌓은 논리적 사고의 틀은 그를 정책통으로 만들어줬지만, 진보정치권의 정책통으로만 남지 않고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치르는 시민운동가로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경제민주화 운동, 그리고 그 가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약탈적 금융과의 전쟁을 치러온 것도 십수년. 아직 그의 일은 이골이 나 쉬워지거나 줄어들지 않고 있어 종종 밤새 일하기 일쑤다. 1998년 국민승리21의 실업대책운동본부, 2000년 이후 민주노동당의 경제민주화운동 본부 등에서 활동했던 송 처장은 현재 민생연대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 올해 활동 키워드는 채권추심법 개정 운동
송 처장은 1998년 이자제한법 폐지가 금융대출 기업들의 폭리를 합리화하는 전환점이었고, 이것이 다시 불법 사금융이 독버섯처럼 번지는 토양이 돼 줬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런 인식 하에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에서 정책실장으로 일하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자 상담과 지원 활동을 펴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런 그는 올해 △대부업 제도 개선 △법정 최고금리 인하 △채권추심법 개정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이 금년 들어 대부업과 채권추심의 각종 문제에 대한 완결판 대책을 제시하고 제도 개선 운동에 불을 당겼다. '빚 권하는 사회'가 끝나지 않는 한 그의 운동도 끝나지 않는다. = 임혜현 기자 |
송 사무처장이 한 세미나장에서 지난 2월 발표한 종합대책의 핵심은 대부업 제도의 단계적 폐지 및 인허가제의 복구 그리고 관리감독의 강화 등 굵직한 주제들을 담고 있다.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 경제민주화의 원조, 최재천 의원과 만나다
송 처장은 또 지난해 치러진 대선 국면에서 부각된 '경제민주화'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 중 하나다. 송 처장은 그런 선구적 이론가들 중에서도 △자본과 노동 관계의 불평등 △채권·채무 관계의 불평등 △토지소유 관계의 불평등 등을 적극적으로 시정하자는 입장이라 가장 강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송 처장이 민노당을 떠나게 된 것은 당에서 자주파의 입김이 점점 거세지던 시기다. 이후 진보신당이나 통합진보당에서 활동을 계속하길 원했지만 여러 이유로 여의치 않았다. 그런 앞이 막힌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쳐 왔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그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민생연대 일을 하면서 의원실 업무를 도와 달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 이런 배려로 현재 그는 민생연대 사무처장과 의원 보좌관을 겸직하고 있다.
송 처장은 이제 한층 힘을 얻은 상황이다. 하지만 '빚 권하는 사회'와 '대출 천국의 사회'는 불법 사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대기업과 신용카드사 등 과도한 이익 실현에 열올리는 구조가 금융 소비자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지 않는 한 그의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불법 사금융 종합대책 구상에 이어 약탈적 금융 종합대책들이 그의 입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