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탈리아와 미국발 불확실성에 밀린 코스피가 이틀 연속 하락하며 2000선을 간신히 사수했다. 이탈리아 총선 결과 어떤 당도 의회를 장악하지 못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됐고 미국의 시퀘스터(정부예산 자동삭감) 발동 우려가 더해진 것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9.51포인트(0.47%) 내린 2000.01로 마감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개인이 131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2000선 사수에 힘을 싣는 모양새였다. 반면 외국인은 1237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기관도 투신이 1400억원 이상의 현물을 쏟아내며 총 143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프로그램매매는 비차익거래에서 매도세가 다소 우세했다. 차익거래는 1459억4800만원의 순매수를 보인 반면 비차익거래는 1640억3500만원 순매도를 기록해 총 200억원 규모의 매도 우위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시총 상위주 일제히 하락세
업종별로는 내린 업종이 더 많았다. 보험이 2.86% 급락했고 운수창고, 금융업, 통신업도 1% 넘게 하락했다. 운수장비, 전기가스업, 대형주, 화학도 약세였다. 반면 음식료업, 의약품, 의료정밀, 비금속광물, 섬유의복, 서비스업은 소폭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일제히 약세였다. 삼성전자가 0.20% 내린 152만7000원에 거래를 마친 것을 비롯해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도 1% 안쪽의 하락률을 보였다. 삼성생명이 3.29% 밀렸고 삼성전자 우선주와 현대중공업, SK텔레콤도 1~2%대 내렸다. 시총 상위 15위권 내 종목 중 상승종목은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뿐이었다.
주요종목 중에서는 삼부토건이 르네상스호텔 매각 추진과 451억9800만원 규모의 공급계약 체결을 성사시켰다는 소식에 상한가로 직행했다. 한라공조는 비스티온이 회사 공개매수 계획이 없다는 조회공시 답변이 나온 뒤 4.51% 뛰었으며 대덕전자는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출시로 인한 실적개선 전망이 불거지며 5%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SK C&C는 성장성 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4.21% 미끄러졌고 무림페이퍼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9% 이상 급감했다는 소식에 실적부진 우려가 번지며 4%대 주저앉았다.
한화생명은 한화케미칼의 블록딜 여파로 10% 가까이 급락했다. 한화케미칼은 전일 장마감 후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를 이유로 한화생명 주식 1610만2083주(1159억3400만원 상당)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로존, 특히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이 주식시장의 새로운 걱정거리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24~25일(현지시간) 진행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베르사니가 이끄는 중도좌파연합인 민주당이 하원에서 29.5%의 특표율로 근소하게 승리했으나 상원 의석수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당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혼조세를 보인 게 원인이었다.
장진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정부 구성이 힘들어지면서 유로존 재정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오는 28일을 시작으로 4월에 대규모 국채만기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 연구원은 또 "국내증시에서는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게 없는 상황에서 지지력이 조금씩 약해지는 모습"이라며 "지수가 불안정할수록 일부 현금 비중을 확보하면서 보수적인 시각으로 수급이 양호한 중소형주나 코스닥 내수주 중심으로 단기 대응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4개 등 340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2개를 비롯해 480개 종목이 내렸다. 70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코스닥 홈쇼핑株 실적개선 전망에 일제히↑
코스닥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하루 만에 강보합세로 돌아섰다. 26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1.29포인트(0.24%) 오른 528.5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에서 개인은 486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1억원, 424억원을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는 혼조세였다. MBC 민영화 가능성이 불거지며 방송서비스가 4.00% 급등했고 통신방송서비스, 통신서비스, 운송장비/부품, 코스닥 신성장기업, 섬유/의류, 디지털컨텐츠 등이 1~3%대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출판/매체복제가 3.08% 미끄러졌고 건설, 기타제조, 종이/목재, 운송 등은 1%대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CJ오쇼핑이 홈쇼핑 업체들의 1분기 실적 개선 전망에 일제히 급등하면서 4% 이상 치솟았고 CJ E&M도 6% 넘게 뛰어올랐다. SK브로드밴드와 GS홈표싱, 동서, 에스엠 등도 2~4% 상승했다. 반면 셀트리온이 0.88% 하락한 것을 비롯해 다음, 씨젠, 젬백스 등이 약세 마감했으며 파라다이스와 포스코 ICT는 보합이었다.
특징주 가운데서는 뉴인텍과 필코전자, 이엠코리아 등 수소연료전지차 관련주들이 동반 급등했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한다는 소식에 관련주로 부각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뉴인텍은 현대차에 수소연료전지차 인버터용 콘덴서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필코전자는 뉴인텍과 개발 제휴를 맺은 점이 두드러졌다. 이엠코리아 역시 관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일경산업개발은 일본 업체와 79억원 상당의 태양광 발전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역시 상한가로 직행했다. iMBC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전격 사임하면서 MBC 민영화 가능성이 다시 급부상한 덕분에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고 엔에스브이는 올해 수주 증가에 따른 실적개선 전망이 주가를 띄웠다.
반면 로엔은 SK플래닛과의 합병설을 부인하며 5% 넘게 밀렸으며 파인테크닉스는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하한가로 고꾸라졌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9개 등 379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2개를 비롯해 546개 종목이 내렸다. 76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한편 원/달러 환율 역시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부추기며 상승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7원(0.16%) 오른 108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