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건설의 명가 쌍용건설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기업개선작업 즉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워크아웃에 대한 우려 경고가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 문제 외에도 금호산업 관련 문제로 우리은행과 산업은행간 의견 충돌이 빚어지는 등 최근 기업의 회생을 논하는 창구여야 할 워크아웃이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호산업과 쌍용건설 등 근래 워크아웃에 관련된 문제로 세간의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진은 쌍용건설 워크아웃 신청 국면서 중요한 역할을 기대받고 있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본점 전경. ⓒ 프라임경제 |
26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쌍용건설은 2년 연속 적자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법정관리나 부도 등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에 채권은행간의 의견 조율이 제대로 될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원활한 처리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주요 의사결정 과정의 발언권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채권 자체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신한은행 등도 지분 문제로 이번 문제에 개입할 전망이다. 정부와 및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무책임하게 쌍용건설 지분을 은행에 떠넘겼다는 논란이 불거진 문제도 세간의 관심거리다.
우선 이 같이 쌍용건설 문제 하나만 보더 라도 채권단 내부(은행간) 의견 조율 문제, 또 당국이 개입된 경우의 조율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발견된다.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주채권은행의 의사 하나가 중심이 돼 문제를 풀 수 있을 만큼 녹록찮은 상황이라는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저기서 이기주의 논란 벌어져
현재 워크아웃 상황은 이상적 모습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여럿 연출되고 있다. 근래 불거졌다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한 우리은행과 산업은행간의 금호산업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 일부 지분 매각대금 가압류 문제는 SPC 채권이 협약채권이냐 비협약채권이냐의 법리적 논쟁일 뿐만 아니라, 워크아웃 국면에서 자사(자기 은행) 이기주의가 불거질 경우 채권단 내 의견 대립이 격화될 여지가 높다는 점을 확실하게 방증하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5월 초 풍림산업이 최종 만기가 돌아온 기업어음(CP) 422억원을 막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상황에 몰린 점도 불협화음의 주요 사례로 꼽힌다.
풍림산업 채권단은 지원을 결의했지만, 풍림산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2곳의 주채권은행인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지원 중단이 난색을 표한 것. 이에 따라 신규자금을 대출받아 협력업체에 밀린 공사비를 지급하려던 풍린산업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단 부각된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기업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경우 실패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워크아웃 초기부터 출구까지 전체 진행방향을 사전구상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 연말 주채권은행의 권한 강화를 하겠다는 당국 추진안이 나오면서 주채권은행이 향후 기업의 구조조정 관련 영역에서도 주채권은행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는 보인다.
주채권은행이 기업의 부실 징후를 제때 포착하지 못해 더 큰 부실을 야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것.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 측에 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어음 발행 규모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정확한 답변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향후 권한이 강해지면, 주채권은행이 일종의 '기업 주치의'로서 기업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과 치료(신규자금지원, 채권 유예나 출자전환 등 채권재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은행쪽에서 회사측 스스로의 노력을 유도,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제도가 바뀐다 해도, 주채권은행이 주도적으로 자기 뜻을 관철한다기 보다는,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구조조정안을 도출할 필요는 여전히 남는다. 또 채권단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주채권은행 역시 일부 희생과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당국 역할론도 여전히 남아
아울러 유관기관의 협조 문제 역시 기업을 구조조정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다.
위의 쌍용건설 사건 역시 캠코가 발빼기 논란을 빚은 와중에 일이 커진 경우지만, 캠코는 2001년 대우인터내셔널 워크아웃 국면에서 추진되던 출자전환이 난항에 봉착하게 원인을 제공한 적도 있다. 캠코는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분할시 상당액의 CP에 우선상환권을 부여받았다며 이를 출자전환 대상채권에서 제외해 달라고 나선 바 있다.
즉 캠코가 개입돼 있는 경우든(캠코는 금융위 산하), 은행간 마찰과 해석 논란이 있는 경우든, 당국이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 정도로 지나친 역할을 해도 문제겠지만, 최소한의 역할론은 갖고 가 줘야 한다는 점은 근래 워크아웃 와중에서 여러 번 확인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캠코가 구조적 한계로 유상증자와 같이 기업 정상화를 위한 능동적 관리에는 적합치 않은 문제를 새 정권에서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구도 개편이 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부터는 현행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효력이 상실될 것이 예정돼 있는 국면에서, 워크아웃과 관련한 당국과 금융권의 의식 개선 필요성이 더욱 강도높게 요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