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입에서 청와대 입으로"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이 24일 늦은 저녁 청와대 대변인으로 중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비난 여론이 뜨겁다. |
[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대변인 인선에 여야 모두 난색을 표했다. 인수위원회 대변인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았던 윤창중 대변인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중용한 이유에서다.
특히, 취임식 하루 전날 늦은 밤 슬그머니 인사 발표를 한 탓에 '도둑인선'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으며,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이번 인선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24일 늦은 저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윤창중 대변인의 청와대 대변인 내정 소식에 정가가 들끓었다.
먼저 야당의 비판이 시작됐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 인선 소식이 전해진 직후 논평을 통해 "박근혜 당선인의 첫 인사이자 잘못된 인사로 판명된 윤창중 대변인을 다시 중용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 늦은 시간에 청와대 대변인 발표가 이루어진 점도 상당히 의아하다"면서 "그럼에도 대변인 없는 청와대보다는 낫다는 점에서 취임식에 앞서 발표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비꼬았다.
같은 당 박용진 대변인도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글을 올리고,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친절히(?) 알림문자를 보냈다. 박 대변인은 "모든 기자가 무능하다는 그의 청와대 가능성을 제로로 봤지만 왠지 나는 이럴 것 같았다"면서 "윤창중 씨로서야 인생 최고의 날이겠지만, 그의 막말을 본 국민과 무능을 본 기자들에게 어처구니없는 인선 발표"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가 기자와 언론,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기보다는 국민의 알권리를 봉쇄하는 최선봉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면서 "비판과 견제, 우려의 목소리는 그것이 누구의 것이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박 당선인의 유아독존 태도를 보는 것 같아 가슴마저 아프다"고 덧붙였다.
하루가 지나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이 진행됐지만 윤 내정자를 향한 야당의 싸늘한 시선은 계속됐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과의 인터뷰에서 윤창중 대변인 인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소신인지 고집불통인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실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며, 대통령은 국민을 대신해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직자를 임명할 때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평소에 박 대통령이 얘기했던 대통합이나 소통과는 거리가 있지 않나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윤 대변인 중용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야당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25일 평화방송 라디오 '얼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윤창중 대변인은 야당 측이나 시민사회, 언론에서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기용한 것이 좀 의아하다"고 지적하고, '국민과의 소통, 언론과의 소통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게 걱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홍 의원은 "어쨌든 윤창중 대변인 본인이 이런 문제점을 잘 인식해서 대통령을 제대로 잘 보좌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막말 논란과 불통 논란으로 이미 대변인으로 부적격하다고 판명된 윤 대변인을 계속해서 청와대의 입으로 쓰겠다는 박 대통령의 고집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정계 일각에서는 윤 내정자의 인선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동교동계 한화갑 전 대표는 "임명권자는 앞으로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 협조자가 될 수 있다, 팀워크 플레이가 될 수 있겠다 해서 임명했을 것"이라면서 "청와대 대변인을 제대로 하느냐 안하느냐를 가지고 시비를 가려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공정한 청와대 대변인으로 역할을 잘 하면 되는 것이고, 잘 못할 때 그 문제점이 다시 지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한 정치 평론가는 윤 내정자의 철저한 보안을 '불통'이라고 비판하는 언론에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소통과 국민의 알 권리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인수위를 조용히 운영해야 할 근거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
그는 박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2월25일 취임 때가지 대한민국에는 이명박 대통령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는 점을 밝히고, 이는 과거 인수위가 점령군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라고 말을 보탰다.
한국의 정권 교체기에는 두 개의 태양이 뜨고, 뉴스에서 현직 대통령은 거의 사라지는 등 우리 언론의 쏠림현상이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지나고 보면 조용한 인수위는 정치문화 선진화의 한 과정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