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지만, 근래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간에 불거진 금호아시아나 플리자 사이공 지분 일부 매각 대금의 성격 해석 의견차는 기업 구조조정 상황에서 은행이 처한 위상과 워크아웃 관련 난제들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암초가 산재한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의 진행 상황이 갈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언제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간 논쟁이 시작된 부분은 우리은행이 지난 15일 금호산업의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 지분 50% 매각대금 590억원 중 300억원을 가압류한 부분. 이에 산업은행이 '법적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반격하면서 '비협약채권 논란'이 시작됐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006년 금호산업이 베트남 호치민 소재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 자본금을 출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회사 즉 SPC(아시아나사이공)에 590억원을 지원했는데, 이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바뀌면서(현재 기촉법은 3차 기촉법) 아전인수식 해석 논쟁의 불씨가 남았다.
즉 지난 2009년말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당시에는 기촉법이 규정하는 '협약채권의 범위'에 SPC에 대한 출자가 해당되지 않았지만 이후 상황 변화에 따라 지분 매각대금을 협약채권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이미 비협약채권으로 정해진 사항을 바꿀 없다고 보는 의견이 갈리게 된 것이다.
◆협약채권 여부 따라 콘트롤 가능성 달라져
기촉법 도입 배경에는 2000년 대우 상황이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대우는 투신과 종금등 2금융권 여신이 많아 은행 위주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수많은 2금융권과의 합의를 거쳐야 워크아웃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 됐고, 해외채권 등까지 얽히면서 워크아웃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비협약채권자들도 다른 워크아웃기업에 비해 많았다. 당시에는 워크아웃이 금융기관간 협약외에는 법적인 강제성을 띄고 있지 않아 비협약채권자가 반대할 경우에는 워크아웃을 풀어갈 수 없다는 문제가 부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적 구조조정 필요성에 따라 기촉법이 2001년 제정되기는 했지만, 이 법은 상시화되지 않고 2001년 제정 후 폐지와 재입법을 거듭하면서 가동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촉법이 있다 없다를 반복하면서 논쟁 여지가 발생하는 사각지대 문제도 없지 않다.
따라서 위의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사이의 해석 논란처럼 비협약채권과 협약채권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가의 해석 여부를 두고 논쟁이 종종 불거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0년 당국에 유권해석 요청 등 치열한 논쟁 끊이지 않아
이런 맥락에서 기촉법 미적용 대상 즉 비협약채권(자)의 보상 문제를 개선하는 안도 예전에 이슈가 됐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봄에는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과 당시 비협약채권자들과의 이견 좁히기를 위해 원리금 분할이나 만기연장, 출자전환 등 다양한 방법이 제시됐다. 당연히 개인채권자들은 가장 유리한 원리금 일시상환만을 주장했고 협상에 적잖이 난항이 지속됐다.
이 당시만 해도 관행적으로 워크아웃 추진 국면에서는 채권단이 금융회사의 특정금전신탁에서 매입한 회사채(CP)를 개인 투자자 채권으로 간주해 금융기관 채권(협약채권)보다 우대해 왔다. 하지만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CP 상환규모가 커 논란이 발생했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2010년 1월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CP를 협약대상 채권이라고 유권해석을 제시했다.
◆허점 있더라도, 없으면 곤란한 법…법 한시기한 만료 후가 문제
이런 상황에서 기촉법이 향후 어떤 상황을 맞을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지 눈길을 끌고 있다. 금호 관련 문제에서 허점이 일부 드러나기는 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법제도 자체가 없는 상황과는 처리의 어려움 크기 차이가 비할 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팬택의 경우를 보면, 비협약채권기관의 협조가 되지 않아 워크아웃 개시의 결정이 수차례 연장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팬택은 당시 기촉법 적용이 안 되는 문제까지 겹친 상태였다.
또 웅진 사태를 계기로 기촉법의 상시화 및 법 적용대상 신용공여 확대 아이디어를 언급해 논란을 유발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현재 새 정권 출범기를 맞아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고, 이에 따라 현재처럼 기촉법의 제도와 현재 채권단 자율협정으로 진행되는 여타 워크아웃 방식을 병행하는 선에서 개편 추진을 하는 방안이 남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통합도산법을 관할하는 법무부와 금융위 간 의견 차이를 어떻게 좁히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2008년 이후 누적돼 온 부실기업들의 문제를 털고 가려면 내년에 기촉법이 만료된 이후 공백기가 생기지 않도록 손을 볼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