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 기자 기자 2013.02.22 17:06:11
신형 G클래스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놀라운 성능을 자랑하는 오프로더로, 영화 '다이하드5' 속에서 '세상 최고의 안전한 자동차'로 비쳐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
[프라임경제] 얼마전 개봉한 '다이하드5: 굿 데이 투 다이(Good Day to Die)'에 등장한 메르세데스-벤츠의 G-클래스가 높은 관심사로 떠올랐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차량만 해도 세단부터 럭셔리카, 트럭 등까지 무려 70여대가 넘지만, 유독 차량 추격전을 통해 인상 깊은 모습을 남겼기 때문이다. '세상 최고의 안전한 자동차'로 비쳐진 G클래스가 실제 운행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보일지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지난 1979년 극한의 오프-로드 주행 차량으로 제작돼 지난 1994년까지 'G(Gelande·지형)바겐'이라 불린 G클래스는 험로를 헤치는 것이 주특기인 정통 4WD 오프로더다. 출시 이후 독보적인 자동차 아이콘으로 지난 33년간 진화를 거듭하며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초창기 실용성에 중점을 둔 오프-로드 스페셜리스트에서 이제는 벤츠 프리미엄 세단에 버금가는 최고급 인테리어와 첨단 주행 성능을 겸비한 럭셔리 오프로더 차량으로 자리매김했다.
초대 모델 출시 이후 외관에 큰 변화 없이 개량 모델만이 지금까지 약 20만대가량 생산되던 G클래스가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모터쇼를 통해 완전 신차 모델로 재탄생했다.
특히 이번 G클래스는 영화 '다이하드5' 속 차량 추격전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놀라운 성능을 자랑하는 오프로더로, 경쟁사 모델들은 깔아뭉개는 것은 물론, 차량이 뒤집어져도 운전자는 안전하게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으로 '세상 최고의 안전한 자동차'로 비쳐지면서 그 성능과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저돌적인 남성미를 자랑하는 G클래스의 매력을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이번 시승은 일산(라페스타)을 출발해 △자유로 △서해안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을 거쳐 수원역까지 가는 왕복 140㎞에 해당하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클래식한 외관과 세련된 실내 '新舊의 조화'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된 G클래스는 1979년 데뷔 이후 총 7번의 페이스리프트만을 거쳤지만, '정통 오프로드'라는 네임텍을 위해 큼지막한 변화보다는 시대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바꿨다.
기존 클래식한 디자인을 고수한 외관과 달리 실내 인테리어는 향상된 고급스러움과 현대적인 요소가 공존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차체로 인해 운전석 전방 시야도 매우 훌륭했다. |
기존 명성 때문일까.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다듬었고 최신 전자장비와 LED 라이트로 무장했지만, 전체적인 G클래스 외관은 기존 디자인을 고수했으며 뒷모습도 동일한 느낌이다. 차체도 △전장 4725㎜ △전폭 1770㎜ △전고 1970㎜이며 공차중량만 2550kg으로, 예전 그대로 오로지 직선으로만 구성되면서 '무식할 정도'로 강인한 오프로더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실제 도심 주행에선 독특한 디자인과 영화 속 활약으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는 정도다.
단순히 튼튼해 보이는 것이 아니다. 코팅마감으로 차량 페인트가 쉽게 벗겨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차체가 높은 덕에 운전석 전방 시야는 매우 훌륭하지만, 커다란 스페어타이어를 단 해치도어로 인해 후방 시야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또 개인차가 있겠지만, 경첩식 도어로 여닫이에 꽤 많은 힘이 들어간다는 단점도 있었다.
기존 디자인을 고수한 외관과 달리 실내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움을 더욱 강조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요소를 고루 갖췄다. 계기반과 센터 콘솔은 모던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했으며 두 개의 원형 계기반 사이에는 칼라 스크린이 장착돼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명확하게 제공했다.
승차감도 오프로딩 실력과 편안함을 모두 만족시키겠다는 목표로 만든 차인 만큼, 다른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딱딱한 편은 아니었다.
◆최고 성능의 오프로더…'4ETS·디퍼렌셜 락' 강화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시동을 걸자, 미세한 진동과 함께 묵직한 엔진음이 온몸에 전율을 일으킨다. 하지만 무거운 중량(2550kg) 때문인지 정지상태에서의 스티어링 휠 움직임은 여성 운전자에게는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로 꽤 무거웠다.
G클래스의 넘치는 힘은 고속주행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G클래스에 탑재된 V형 6기통엔진으로부터 나오는 최고 출력 211마력(3400rpm)과 최대 토크 55.1kg·m(1600-2400rpm)의 힘을 자랑했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정지 상태에서 100km/h를 9.1초 만에 주파하는 등 순발력 있는 움직임도 합격점이다.
G클래스의 공인연비는 기존모델보다 향상된 7.4km/ℓ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크고 무거운 덩치와 높은 배기량,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하게 설계된 만큼 경제성도 향상된 편이다.
테스트 드라이빙을 위해 액셀을 지그시 밟아 속도를 올려봤다. 차체가 높고 사각형의 각진 디자인 탓인지 풍절음과 공기저항은 심한 편이었다. 또 특유의 묵직한 이미지 때문인지 가속성능도 느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자동 7단 변속기와의 조화를 이뤄 오프로드는 물론 온로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이번 시승에서 안타까웠던 점은 험로에서의 G클래스 성능을 살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벤츠 측에 따르면, 이번 모델에 적용된 상시 사륜 구동이 네 바퀴가 모두 최고의 구동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주행 역동성과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이를 위해 벤츠 승용차에도 적용된 '4ETS'(헛도는 바퀴에 제동을 가하는 대신 접지력이 살아 있는 바퀴에 구동력을 집중시키는 장비)와 '디퍼렌셜 락(차동제어장치)'을 강화시켰다.
사실 어느 한 바퀴가 헛돌 경우 다른 한 바퀴의 구동력도 줄어들게 되지만 디퍼렌셜 락을 걸어놓으면 두 바퀴 중 최소한 한 바퀴는 구동력이 살아 있어 미끄러운 노면을 탈출할 수 있게 된다. G클래스는 이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제작하면서 거의 모든 노면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된 셈이다.
오프로드에서 최고의 성능을 보이는 G클래스는 긴박한 도심 추격신을 위해 마련된 세트장에서 험한 도로 상황에도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교통사고 등과 같은 상황을 제외한 실제 도심 주행에서 운전자가 G클래스의 실용성을 체감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최고의 오프로드 성능과 안전성을 자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의 판매가격(부가세 포함)은 △G350 블루텍 1억4800만원 △G63 AMG 2억9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