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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⑫] 학원 가방에 짓눌린 소녀, '더베프'를 만나다

전인적 인격체로서의 성장 도울 '문화예술교육의 장' 마련 꿈 이뤄

조국희 기자 기자  2013.02.22 13: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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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따뜻하게 감싸 주세요/사랑해 주세요." 80년대 후반 어린이들의 고민을 담은 영화 주제곡으로 쓰였던 '어른들은 몰라요'가 생각나는 취재일정이었다. 유난히 바람이 매서웠던 지난 20일, 꽁꽁 얼어버린 손으로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며 사회적기업 '문화예술교육 더베프'를 방문했다. 서울지하철 6호선 신당역 1번 출구에서 그리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 더베프를 찾을 수 있었다. 충무아트홀 지하 1층에 위치한 연습실에 도착하니 묘령의 여인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깨에 숄을 두른 여인은 바로 이미희 더베프 대표. 연극배우 출신인 그녀는 흔히 기자들이 인터뷰이와 마주앉는 딱딱한 테이블과 의자가 아닌, 교육에 사용되는 연습실 소품 틈에서 기자를 맞이했다. 소품에 몸과 노트북을 맡긴 채 이 대표와 대화를 시작했다.

◆아이들, 마음껏 뛰놀며 세상을 이해하다

더베프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문화예술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단체다. 전인교육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예술교육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적인 가치관과 무절제한 대중매체 오락성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올바른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더베프는 △교육프로그램(통합예술교육, 연극놀이 등) △공연(엄마, 오늘 회사 안가면 안돼? 등) △체험프로그램(출동! 어린이 과학수사대, 왁자지껄 책놀이터 등) 등의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베프가 발족된 1997년은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다. 이 무렵은 불경기로 경제 전반이 어렵기도 했지만(이후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 지원을 신청하게 됨), 사교육 시장은 여전한 위세를 자랑했다. 더욱이 초등학교 교과목에 '영어'가 도입돼 초등학생 3~6학년에게 주당 2시간씩 영어수업을 진행했던 시기로 사교육 수요가 줄래야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더베프는 사교육 열풍으로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한 어린이들이 교육연극을 통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처음엔 문화예술단체로 시작하려 했지만, 더 좋은 사업을 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로 인가를 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사업이 점차 가족, 어르신으로 대상이 확대돼 우리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을 심어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베프는 수익이 발생하면 단순히 단체의 성장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닌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게 창단목표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지난 2011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까지 더베프에서 6개월 과정의 상설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은 모두 1100명이며 경영·기획팀 7명, 배우신분으로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10명이 단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문화예술단체로서 공연도 진행해야 되고, 비영리단체로서 나라연계사업도 시작해야 되고, 늘 해오던 교육사업도 빼놓을 수 없어 뿌리가 없는 것에 대해 단체 스스로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 많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단체라고 생각돼 제일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 됐다"고 강조했다.

◆'엄마, 회사 안가면 안돼?'…사회문제에 돌직구

더베프는 항상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잡아 △교육프로그램(통합예술교육, 연극놀이 등) △공연(엄마, 오늘 회사 안가면 안돼? 등) △체험프로그램(출동! 어린이 과학수사대, 왁자지껄 책놀이터 등) 등의 교육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극에 관객이 직접 참여해 결말을 바꿔보고, 다시 연기해 볼 수 있는 체험시간을 갖는다.

특히 더베프에서는 '책 드라마 페스티벌', '국제장애어린이축제' 등 매년 2번의 큰 축제를 맞이하게 된다.

책 드라마 페스티벌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어린이집 친구들과 가족단위로 이뤄지며, 1000~2000원의 금액으로 전시, 인형극, 페이스 페인팅 등 다양한 체험과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국제장애어린이축제의 경우, 행사가 진행되는 이틀 동안 3000여명(지난해 기준)의 인원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이 대표는 "장애어린이들이 그 날 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마음껏 극장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며 "'장애'라는 단어를 넣어야 축제기금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나중엔 그 단어를 빼고 싶다"는 마음을 비쳤다.

◆'돈'벌고 싶다…사회적기업 고정관념 깬 포부

몇일 전 한 해 계획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직원들과 워크샵을 다녀왔다는 이 대표는 올해의 경영목표를 "돈을 벌자"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에는 운이 좋게도 기금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돼 직장인 연수 프로그램, 가족인형극 프로그램을 신설할 수 있었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돈을 모아 올해 진행될 국제어린이페스티벌에 많은 어린이들을 초대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라고 기뻐했다.

   
이미희 더베프 대표는 "작년에 개발한 장인 연수 프로그램, 가족인형극 등의 교육사업을 통한 수익으로 올해 진행될 장애어린이축제에 많은 어린이들을 초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영세한 문화예술단체에서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문을 구해올 때 그들의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어 기쁘다는 이 대표는 한편으로 사회적기업의 안타까운 측면도 늘어놓았다.

그녀는 "사회적기업이 일자리창출을 목표로 시작된 게 안타까운 부분인데, 인력지원금이 삭감될 경우 그 공백을 매우지 못해 문 닫는 기업을 여럿 봤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 대표는 "인력비 지원이 아닌 그 단체를 지원한다면 그 기업은 자부심을 느끼며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장애우들에게 휠체어 제공, 독거노인에게 따뜻한 밥 굉장히 중요한 것이지만, 우리는 그분들이 상처를 스스로 꺼내 보고 약도 찾아 바를 수 있는 힘을 불어넣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