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민금융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인데 정책성 서민금융은 저금리 자금이 과도하게 제공되거나 높은 신용보증 의존도를 보인다. 콘트롤타워 부재로 장기적으로 고착화할 수는 없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 자리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 결국 서민금융이 당국의 주도와 후원으로 진행되는 정책성 서민금융 중심에서 시장성 서민금융 중심으로 이동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라 나오는 대목이다.
그런 맥락에서 결국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서민금융의 '4번 타자'로 나서달라고 요청하려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예대율이 낮다는 점이 큰 숙제다. 결국 상호금융에서는 대출을 많이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는 돈을 짊어지고 있다. 돈이 남으면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중앙회에 예치하거나 국공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상호금융 기관이 중앙회에 예치한 돈은 2008년 63조원선에서 2009년 80조원대를 기록하는 등 수신액이 늘면서 예치금도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 바 있다.
이는 특히, 2009년 상호금융의 비과세 예금 한도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아진 뒤 수신 규모가 올라간 점과 연결해 볼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과세 예탁금 제도가 오는 2015년 말까지 연장되면서 '예금 쏠림'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윳돈을 처리, 즉 '굴리는' 문제에서 이들이 전문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업무를 맡는 (각종 상호금융의) 인력들이 전문성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협동조합의) 중앙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단위조합의 경우 전문성에 의문이 있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또 있다. 중앙회나 연합회 등에서 단위조합 내지 회원사의 돈을 받아 예치를 하면서 또 이들을 일부 관리 및 감독(당국에서 위임을 받음)한다는 것도 논리구조상 우려스럽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감독과 사업을 분리하자는 의견마저 나온다.
결국 그나마 작은 상호금융에서 직접 여윳돈을 채권 등에 투자를 하느니 중앙회나 연합회로 돈을 맡겨 그쪽에서 굴리게끔 하는 것도 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협동조합형 금융기관의 Apex를 만들어 투자만 전문적으로 시키자는 구상이다.
박 교수는 "신협의 경우 여유자금의 40% 가량을 전문성이 없는 개별조합이 직접 운용함으로써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상호금융의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할 Apex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여러 상호금융이 공동의 Apex를 통해 여윳돈을 회전시키는 경우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별도의 관리감독을 받던 패턴에서 공동수익을 노리며 연대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기대할 수 있다. = 임혜현 기자 |
통합형으로 Apex를 만드는 문제는 또한 현재 여러 상호금융들의 관리감독권이 여러 행정기관에 분산돼 일관성이 없는 상황을 고치는 부분과도 함께 논의될 수 있는 이슈다. 상호금융들에 대한 금융 관리감독을 일관성있게 몰아 주거나 적어도 통일성을 꾀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최근 나온다.
이런 문제를 개혁하면서 공통의 관리감독 틀이 마련되면 통합 Apex를 쓰기에도 좋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금융 전반이 힘들어져 서민금융은 더더욱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서민금융을 활성화할 상호금융에 대한 본격적이고 최종적인 지원 해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명 '죽어 버린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 사이의 공백기에 상호금융은 어떻게 해야 잘 나갈 수 있을지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까지 비과세 예탁금으로 돈이 쏠리는 것이 명약관화한 이 상황에서 Apex 도입 문제가 바로 이 '(서민금융이 활짝 꽃필) 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길 가속페달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