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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 서민금융 주력 맡기려면…개선 이렇게 하자

서민대출 목표 강제화 등 논의 활발: 미국·일본도 전례 있어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2.22 10: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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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이 서민금융에 발을 넓히면서 곪아온 내부 문제가 이제 터지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당면한 과제인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서민금융이라는 문제는 사각지대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민금융을 관리해야 할 필요는 높아지는 반면, 현재까지 서민금융의 주력 선수로 뛰어온 미소금융 등 사회적 금융이 정권 교체기에 역할 축소 상황을 맞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서민금융의 영역에서 역할을 맡을 것은 상호금융이어야 한다는 결론인데, 이에 따라 지금처럼 이 영역을 둬서는 안 된다는 요청 또한 제기되고 있다.

제2의 저축은행 우려? 필요 이상의 규제 강화? 

은행권이 서민금융쪽으로 파고든 것은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또 은행들이 최근 '서민 맞춤 서비스' 등 서민 지원 활동을 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거의 모든 금융회사들이 서민 전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만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들에 서민금융을 맡겨두어서도 안 된다는 점 역시 공지의 사실이다.

은행, 저축은행 그리고 여전사 등 주주 가치를 우선시(주주를 위한 이익 극대화)해야 하는 금융기관들에게 서민의 금융 관련 목적을 위해 이익을 희생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들의 존립 목적을 흔드는 것이 된다. 따라서 서민금융의 이해관계자 가치를 중시하는 상호금융(신협과 새마을금고 혹은 농협 등 각종 조합금융)이나 사회적 금융(미소금융 등)이 이 영역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MB정권의 최대 작품인 미소금융이 현재 재원 추가 충당에 대한 논란(휴면예금 관련 판련 여파로 인한 문제), 박근혜 차기 정부의 각종 금융지원과의 역할 조율 등으로 위축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결국 초점은 신협 등 이해관계자 가치를 중시하는 상호금융에 실릴 수밖에 없다는 풀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이들(신협, 새마을금고 및 각종 협동조합)이 서민금융을 주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무게를 싣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까? 상호금융권으로서는 각종 규제를 짊어지면서 현재와 같이 은행권이 서민금융의 그 중 우수한 고객층을 잠식하면서 치열하고도 불리한 경쟁을 붙어야 하는 상황에 시달리고 있다. 당연히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 제도 관련 추진 상황을 보면 신협과 농협 같은 상호금융권은 2015년까지 은행 수준으로 건전성 분류를 강화해야 한다. 자산건전성 분류와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은행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2금융권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고 추가적인 연쇄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따른 것이다.

물론 상호금융 역시 건전성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점은 옳은 것이며 금융권 내외에서도 이 선의에 대해서는 이견없이 동의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저축은행부터 여전사, 상호금융을 모두 아우르는 2금융권이라는 단어의 추상성, 모호함에서 보듯 이처럼 조이기만 하는 정책 기조 아래에서 서민금융의 주력을 맡아달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점은 옳지 않으며 이는 당국에서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대화가 답인가? 지역밀착형으로 가야 하나? 의견 엇갈리지만

이런 상황에서 상호금융은 예대율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일반 시중은행의 예대율(대출 잔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비율)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96.7%다. 하지만 신협의 예대율은 2008년말 76.6%에서 지난해 9월말 기준 66.2%로 떨어졌고 이 기간에 농협·수협·산림조합은 근래 60%대 후반까지 감소했다. 새마을금고도 61% 수준이라고 파악된다.

이렇게 낮은 예대율로 고생하는 상황은 돈이 들어오지만 그 중 상당 부분이 굴릴 상황이 마땅찮기 때문.박 교수는 "사실 예대율 상황이 정도면 이들은 예금을 더 이상 받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까지 지적한다.

하지만 일단 이에 대한 해법 구상이 전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협은 서민 대출에서 발생하는 신용위험에 대해 정부가 일부 보전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근본적으로는 영업구역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거래를 원하는 고객 거주지 인근에 신협이 있어도 시군구 등 행정구역이 다를 경우 대출한도가 절반으로 제한되는 문제를 해소해 달라는 것이다.
   
서민금융을 정책금융 위주로 맡겨놓기 보다는 지역밀착형 상호금융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정부 출범 이후 관련 제도 마련 방향과 추진폭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각종 논의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사진은 21일 열린 금융연구원 주최 서민금융 세미나 장면. = 임혜현 기자

즉 팽창과 거대화를 통한 해법인 셈인데, 이는 일부 해외 상호금융들이 문제가 된 상황과 겹쳐 보면 좋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소시에떼 제네랄 같은 상호금융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프랑스 금융기관들은 2008년 국제 금융위기 국면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고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지역 밀착형 상호금융들은 이 같은 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21일 한 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현재 영업 중인 전국 90여개 저축은행 가운데 소규모 자본의 지역 밀착형 저축은행은 재무상태가 비교적 괜찮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와 관련 "서민금융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기보다 지역에서 제대로 영업할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밀착=재원 지원 필요, 하지만 일정 비율 대출 강제해야

이렇게 지역 밀착의 장점을 보자면, 꼭 대형화를 통해 시중은행처럼 성장할 필수적인 요청은 없는 것 같다. 작은 지역을 무대로 여수신을 하면서 지역민과 이익을 나누는 상호금융으로 가자는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상호금융권의 연체 대출은 10조6000억원, 연체율은 4% 수준을 나타낸다. 지역 밀착으로 가면 이 수준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민금융이 비재무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재무 정보는 과거 실적이고 비재무 정보는 현재 벌어지는 모습 이게 미래 재무 정보로 이어진다. 상호금융이 이걸 얻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노동집약적 구조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수익성에서 불리).

손 선임연구위원은 아울러 서민금융은 경기변동 효과를 완충하기 위한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받으므로 손실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결국 "서민금융을 정상화하려면 지역밀착 및 관계형 금융을 활성화하도록 지도하고,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 대한 소액 신용대출을 자발적으로 확대하게 해야 한다"는 게 손 선임연구위원의 해법이다.

손 선임연구위원의 구상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 선진국 사례도 있다.

미국의 경우 금융 감독을 최소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도 테마 검사 같은 제도를 통해 서민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일정한 비율은 서민에게 금융의 지원을 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일본 역시 금융청에서 2002년부터 금융재생프로그램을 통한 중소금융 혹은 지역금융의 부실채권 처리 과정에서 관계형 금융으로 거듭나도록 가이드라인을 주고 콘트롤하는 안을 긴 안목에서 추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금융연구원 세미나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