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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 은행 고객 유혹하는 증권사의 '특별한 판매'

역마진 우려 불구, 연 4% 이상 RP·해외국공채 등 특판 상품 러시

이수영 기자 기자  2013.02.21 16: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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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돈 벌기 힘든 요즘, 있는 돈 굴리기도 쉽지가 않다. 한때 이자 불리는 재미가 '솔솔'했던 CMA 금리가 2%대로 추락한 가운데 단 0.1% 우대금리가 아쉬운 사람들이 증권사로 몰리고 있다. 물론 주식 투자로 한 몫 잡아보려는 속셈은 아니다.

착실한 은행 예금자들을 잡기 위해 증권사들이 채권을 비장의 카드로 내놨다. 최근 대형사를 중심으로 연 4%대 금리를 내세운 특판(특별판매) 채권을 출시해 인기몰이 중이다. 주식거래량 감소로 된서리를 맞은 증권사들로서는 역마진 우려를 감수하고서라도 신규 고객들의 뭉칫돈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증권사 특판채권 연초에만 4조원어치 팔려

일례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은행 저축성 예금 가운데 6530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증권사 특판 상품으로 출시된 RP(환매조건부채권)는 같은 기간 3조9100억원어치가 팔렸다.

RP는 채권상품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단기금융 상품으로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뒤에 이자를 얹어 되사는 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연 4%대 금리에 안정성까지 높아 일석이조인 셈이다.

   
최근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연 4%대 금리를 내세운 특판 RP 판매가 한창이다. 대부분 신규고객이나 장기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선착순 마감하는 등 판매 조건이 까다롭지만 저금리에 지친 은행 예적금 고객들을 끌어들이기에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 현대증권
KDB대우증권은 올해 초 통화안정채권(통안채)와 RP를 매주 월요일마다 400억원 규모로 판매 중이다. 통안채는 3개월 만기 금리가 연 3.4%, RP는 연 4.0%다. 당초 이벤트 성격이 강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자산관리부문 강화를 위해 아예 상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준비된 물량이 대부분 당일 소진되는 추세"라며 "새정부 출범 후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수록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역마진 우려도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잠재고객을 미리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문제"라고 귀띔했다.

현대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각각 19일과 20일 RP 특판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증권은 앞서 12일 200억원 규모의 특판 RP를 선보였으나 일찌감치 물량이 동나자 당초 예정됐던 1000억원 중 나머지 물량 800억원을 한꺼번에 시장에 풀었다. 신한금융투자도 매주 500억원씩, 6주 동안 3000억원 규모의 RP를 선착순 판매할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김경식 KDB대우증권 상품개발부장은 "가정주부를 비롯해 평생 은행 예·적금만 했던 고객들도 고금리 상품을 찾아 증권계좌를 트는 경우가 많다"며 "특판을 통해 마케팅 비용은 줄이면서 고객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터키·멕시코 국채, 우리다시본드 해외채권도 눈독

국내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해외채권도 증권사의 주력 판매 상품으로 등장했다. 대신증권이 일본식 해외통화 채권인 '우리다시본드'를 선보인 것을 비롯해 KDB대우증권, 삼성증권도 각각 터키, 멕시코 등 이머징 국가 채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신증권이 20일 출시한 '우리다시본드'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일본에서 발행한 터키 리라화, 러시아 루블화, 멕시코 페소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 총 4개 통화의 해외채권들이다. 표면금리는 연 6.45~8.04%이며 만기는 2015년과 2017년이다. 이자소득세율은 국내와 같은 14%(주민세 1.4% 별도)가 적용되고 자본차익과 환차익은 비과세된다.

   
대신증권은 20일 일본식 해외통화 채권인 '우리다시본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일본에서 발행한 해외통화채권이며 표면금리가 연 6%대 이상으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이 특장점이다. 증권사들은 한국채권 대비 수익률이 높은 이머징 채권을 앞세워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 대신증권
이 증권사 오상훈 리테일채권부 팀장은 "한국수출입은행은 S&P 기준으로 A+의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만큼 터키국채나 브라질국채에 비해 안정성이 높다"며 "브라질국채와 달리 토빈세 등 세금부담도 덜해 2~4년 정도의 짧은 만기에도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이보다 먼저 KDB대우증권은 지난달 말 국내 최초로 터키국채 판매에 나섰으며 삼성증권도 이달 19일부터 멕시코국채를 시장에 내놨다. 표면금리는 만기일에 따라 5.0~6.5% 사이다.

해외채권은 최근 지속적인 이자 수익이 가능한 '인컴자산'으로 각광 받으며 몸값이 높아지는 추세다. 또 글로벌 경기가 회복 추세에 접어들면서 한국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이머징 채권과 하이일드 채권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자 기간과 대상을 명확히 구분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부분 증권사들이 취급하는 이머징 국채의 경우 만기가 3~7년 정도로 중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들"이라며 "1년 이내에는 가격 변동성이 클 수 있어 적어도 3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환율 변화에 따른 환차손 위험도 고려해야할 변수다. 해외채권형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거나 다양한 국가에 분산투자할 경우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이 이머징 국채의 높은 수익률만 강조해 일반 투자자들이 환차손이나 채권의 부도 가능성 같은 위험을 제대로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좋다는 상품에 자산을 몰아넣는 것 보다는 여러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부도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