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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간호사-간호조무사 교류 물꼬, 어떻게 틀까

조국희 기자 기자  2013.02.20 17: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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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백의의 천사, 간호사 인력을 배출, 관리하는 시스템에 근원적 수술이 시작된다. 보건복지부가 "간호인력개편에 대해 논의의 물꼬를 트게 돼 기쁘게 생각하며, 관련 단체와 긴밀한 협의 하에 계획대로 추진돼 국민에게 질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길 바란다"는 거창한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간호인력 개편방향(안)'에 시동을 걸었다.

2018년 시행을 목표로 간호계 등 관련단체 및 이해관계자,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인데, 현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로 이원화 돼 있는 간호인력 체계를 3단계(가칭 △간호사 △1급 실무간호인력 △2급 실무간호인력 등)로 개편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교육과 경력에 따라 상위의 간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설계하는 등의 개편방향을 제시했다.

그간 의료현장에서 간호인력 부족과 이에 따른 업무부담 가중,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의 관리 부실 및 업무범위 논란 등의 계속된 문제들을 간호인력 일원화를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직능위에 간호인력 3단계 개편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현행 간호조무사 제도는 의료현장에서도 간호보조행위를 넘어선 위법적 행태의 문제가 있어 적극적 방안을 마련해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와 반대로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만큼의 경력과 추가 교육을 갖추고 이를 검증할 시험 등의 장치를 통해 간호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면 이야말로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임상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간호인력을 배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병원에서 환자를 다룰 때 학문적 깊이나 실무경험은 둘 다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런 만큼 서로 출발이 달랐다고 하더라도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노력과 능력을 검증받았다면, 둘 사이에 영원히 영역의 벽을 남겨둘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옳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는 어중간하게 기간과 요구조건만 채우는 시늉을 하면 바로 상위급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힘들여 공부해 합격한 간호사 국가시험이 어디 쉽게 학원 출신 간호조무사들과 비교될 법 하냐는 학벌주의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런 점을 특히 당부하고 싶다. 철저한 관리와 선별, 사후감독 등이 가능하도록 모든 대책을 촘촘히 짠 다음에 정부안의 물꼬를 틔우자는 것이다. 간호사의 업무는 단순히 그 일을 할 줄 아는 걸 넘어서서 깊은 학문적 배경을 갖춘 위에 능력을 배양할 때 성립될 수 있다.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바란다면 의료현장에서 실현가능한 제도로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될 것이다. 개편 물꼬를 튼다는 자체에 의의를 두고 급히 벌였다가는 가뭄에 서로 드잡이를 벌이는 물꼬 싸움만 빚는 격이 될 것이다.

물꼬를 잘 트면 모두가 살 수 있지만 그렇게 관리하고 중재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간호사들의 지위와 기득권에 손해가 오는 것이 분명한 안을 추진하려면, 그 반대급부가 훨씬 커 대승적 판단에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명분이 서는 개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