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사안에 따라 할 일이지만 지금까지도 총리 부인이 그런 역할을 많이 해왔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 내정자가 20일, 사흘 간의 청문회 일정 첫날 청문회장에서 한 말입니다. '미혼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지요.
앞서 정 내정자는 "제가 얘기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면서도 "집사람은 큰 재주는 없지만 봉사에는 도가 트인 사람이라 잘 할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을 보탰습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입니다. 오는 25일 취임식 이후 최초의 여성 대통령 시대를 열게 되는 것이지요.
박 당선자가 독신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영부인인 퍼스트레이디도, 여성대통령의 남편인 퍼스트젠틀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진 이유입니다.
정계에서는 박 당선인이 외국에 나갈 때는 '나홀로' 순방을 할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 정상이 방한할 때나 배우자를 반드시 동행해야 하는 국빈 접대 시 동반자 선정을 두고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방한한 정상 부인들과 별도 행사를 주재할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당선인의 퍼스트레이디로 가장 설득력 있는 인물은 정 내정자의 아내인 최옥자 여사가 꼽힙니다. 정 내정자의 말마따나 봉사활동에 도가 트인 최 여사는 부산 출신으로 경희대 기악과를 졸업, 결혼 이후 평범한 가정주부로 정 내정자를 내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선교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는 후문도 있지요. 하지만 정 내정자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아내의 대외활동을 지지(?)했으니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물론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 여사가 아니더라도 외교부 장관의 부인이 할 수도 있고, 박 당선인이 직접 적임자를 지명할 수도 있습니다. 외교통상부에도 공석인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누가 대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식 규정은 없기 때문입니다.
외교상 퍼스트젠틀맨의 역할이 필요할 때는 국무총리, 혹은 외교통상부 장관이 동행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박 당선인 측에서도 언론을 통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적당한 사람이 하면 된다"면서 "상황에 맞춰 최 여사가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다"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습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5일 후면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는데도 말이지요.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에 기대와 우려가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박 당선인의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두고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틀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규정 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