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명박 정부의 서민금융 관련 야심작이던 미소금융이 결국 단임제 정권을 따라 단명할까? 최근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미소금융의 갈 길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이 임기를 2년경이나 남긴 상황에서 중도에 물러날 것이라는 일부 보도가 나오면서 미소금융이 더 눈길을 끌고 있다.
◆미소금융 현안➀ : 포스트 김승유 시대, '카리스마'에서 '제도'로
미소금융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창업자금과 운영자금 등을 소액대출해 주는 사업으로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컨트롤타워격이라고 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 그라민뱅크 등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사회단체들이 유사한 구조를 설립, 운영에 나선 바는 있지만, 미소금중앙재단이 설립되는 등 정부적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면서 대대적으로 성장한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2008년 4월 재단이 설립된 후 2010년부터는 매년 3000억원 규모의 미소금융사업이 진행, 명실상부 '미소금융=MB 시대의 서민금융 대표작'으로 각인돼 왔다.
즉 김 이사장은 현재의 미소금융이 일정한 꼴을 갖추게 한 산파이자 보모라고 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풍부한 금융 경험을 갖춘 데다 친MB인사로 분류가 가능해 첫 걸음마를 떼는 조직이 자리를 잡는 데에는 적절한 카리스마형 지도자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김 이사장이 물러나게 된다는 변수는 정권 교체기 등 변화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과 함께, 김 이사장으로 대변되는 카리스마형 지도자에서 제도에 따른 지배(지도)로 미소금융의 발전사가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풀이 역시 제기된다.
김 이사장이 물러나는 대신 박근혜 당선인의 공식적인 대통령 취임 이후 등장할 새 이사장이 역량을 발휘해 김 이사장 시대의 창업에서 수성으로 키워드 변화를 잘 이끌어 가야 한다는 과제가 부과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힘있는 실세가 오는 것도 좋지만 무색무취하게 서민금융을 잘 처리할 수 있는 인사가 오는 게 더 나을 여지도 있다. 특히 박 당선인의 현재 인사 스타일로 보면 특별하게 비전문가를 무리하게 인선하지 않고 있어 김 이사장의 공백이 진통 없이 메워질 수 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소금융 현안➁ : 문제생긴 연체율, 초장에 잡아라
하지만 이처럼 제도에 의한 컨트롤 시대로 안착하려면 새 이사장이 처리해야 할 선결 과제가 있다. 바로 도덕적 해이 경향을 따라 나타나고 있는 미소금융의 연체율 상승 상황이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의 김승유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미소금융 문제에도 새삼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하나금융지주 회장 재직 시절의 김 이사장. ⓒ 하나금융지주
지난해 12월 기준 미소금융 연체율은 5.7%로 지난해 9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햇살론과 바꿔드림론 대위변제율도 9.9%, 9.1%로 각각 0.3%포인트, 0.6%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햇살론과 바꿔드림론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여겨졌던 미소금융도 혼란기에 접어 들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이미 미소금융의 지난해 9월 자료의 경우도 2010년 말 1.6%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선 정권 초 미소금융의 현안은 국민행복기금 등과의 조율 문제를 어떻게 해 빨리 시장의 혼선(다르게 말하면 정부가 빚을 탕감해 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심리 및 도덕적 해이)을 잠재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소금융 현안➂ : 재원 채우기도 관심 기울여야
미소금융의 앞날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 역시 앞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대법원이 지난해 8월 우리은행과 남대문세무서 간 법인세 부과 처분 관련 소송에서 "은행이 예금주에게 이자를 계속 지급하고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휴면예금이 아니다"라며 은행 손을 들어줬다(대법원 2010두12996). 대부분의 예금이 이자가 있고 은행도 관행적으로 이를 지급해 왔으므로 사실상 휴면예금이라는 것은 사라지게 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부분이다.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휴면예금을 출연한 것이 미소금융제도의 근간이 돼 왔는데, 이렇게 되면 앞으로 자금 유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좀 다른 전문가 의견도 있기는 하다. 정용 변호사(전북지방변호사회 소속)는 이와 관련 "(은행측이) 이자를 0으로 표시하는 것까지 '이자를 주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소액이나마) 이자가 지급된 경우와는 구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이번 대법원 판결의 경우는 일정한 이자가 실제 지급되고 언제든 이를 고객(예금주)이 조회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지만, 이자가 없는 경우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이 적용되는 경우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소멸시효(5년) 완성이 되기까지 한 번도 이자를 얻지 못한 소액의 휴면예금은 이번 판결과 관련없이 은행의 수입이므로 이를 출연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일정한 동원이 가능한 자금 규모의 감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소금융을 위한 대안 마련은 필요하다는 추가 의견도 나온다. 결국, 휴면예금관리법 개정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높아지는 형국이다. 대법원 판결 자체가 휴면예금 출연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법 개정으로 근거를 명확히 하고, 위에서 해석 논란이 나오는 점을 모두 해결하자는 것이다.
즉 소멸시효가 완성된 휴면예금을 미소금융에 출연하는 것을 은행 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강제화하면, 대법원 판결과 모순되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새 재원 발굴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이 추진됐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휴면예금 전체 규모 중 상당액을 잡수익으로 잡고(은행이 갖고) 일부만 출연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따라서 미소금융이 앞으로 어떻게 자리를 잡는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의 향배는 단순히 특정 정권이 작품이 그쪽과 가까운 코드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던 첫 지도자가 물러나면서 흔들릴 여지가 높다는 식으로 간단히 볼 부분은 아니다. 미소금융이 이번 정권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미소금융으로 대변되는 '서민금융' 자체는 차기 정권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관련 주제의 기둥 중 하나인 미소금융이 제 역할을 하기까지 손보는 문제는 새 정권 초기 중요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