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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9개 목숨' 가필드도 신비롭다?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2.18 15: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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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필드가 나타났다" 주말 오후 강남 한복판에 나타난 조금 야윈 가필드. 반쯤 감긴 눈에 털썩 주저 앉아있는 모습에 시선이 쏠린다. = 이보배 기자

[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강남역 인근에서 한눈에 보기에도 피곤에 지친 듯한 커다란 고양이 한마리를 마주했습니다. 주말의 강남거리 상상이 되실 텐데요.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 반쯤 감긴 눈을 하고 털썩 주저 앉아있는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어린시절 TV시리즈로 처음 만난 이후 몇 해 전까지 영화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가필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무슨 연유로 북적이는 주말 강남 한복판에 주저 앉아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가움이 앞섰습니다.

넉넉한 풍채에 귀차니즘의 대명사. 라자냐를 좋아하고 쥐와 개를 친구로 삼아버리는 쿨(?)한 성격. 주인보다 더 주인 같은 노련함까지 갖춘 가필드는 그 시절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한방에 날려준 꼬마친구였죠.

당시 만화영화 속 가필드는 자신의 목숨이 9개라는 점을 어필하기도 했었는데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목숨이 9개'라는 속설이 귀에 익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파트 19층에서 떨어졌는데도 몸 한 군데 다치지 않은 멀쩡한 고양이가 화제를 모으는가 하면, 몇 해 전에는 미국의 한 동물복지센터가 안락사 시킨 고양이가 냉동고에서 다시 살아난 채 발견되 눈길을 끌기도 했지요. 심지어 세탁기 안에 들어가 있다가 빨래와 함께 약 2시간 동안 세탁을 당한(?) 고양이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사례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고양이의 목숨은 9개인 것일까요? 물론 속설에 불과한 이야기 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는 여신인 '바스테트'의 화신으로 숭상 받으면서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실수로라도 고양이를 죽이면 사형에 처하고,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죽으면 상복을 입고 미라로 만들기도 했다지요.

특히 당시 사람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에게 또 다른 생명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고양이의 척추와 관절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충격을 받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뿐히 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몰랐던 것이지요.

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이 계속되지는 않았습니다. 중세 들어 고양이는 마녀의 친구이자 요물로 여겨지게 됐습니다. 많은 민간 축제에서 고양이를 죽이는 의례를 치렀고, 기독교에서도 고양이를 인간을 타락으로 이끄는 위험한 존재로 여겼지요.

특히 검은 고양이는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검은색의 불길함까지 더해 저주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졌습니다. 이후 고양이에 대한 악평이 더해져 '9개의 목숨이 있다'는 속설이 '죽어도 죽지 않는 더러운 존재'로 치부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17~18세기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이 부귀를 누리던 당시 귀족들은 고양이 사육을 즐겼는데, 당시 고양이 한 마리가 누리던 사치가 평민 4인 가족의 한달 식비에 준할 정도여서 고양이에 대한 서민들의 악감정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둘러싼 여러 미신에도 불구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고양이는 전장의 수호신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적을 공격하려 출격하는 전투기 조종사가 고양이를 태우고 출격하면 적기를 격추시키고 살아 돌아오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적기를 격추시키고 살아 돌아오는 횟수가 많아지자 조종사 소속 부대원들은 정말 그의 고양이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었고, 심지어 그 고양이가 밟은 낙하산을 메고 공중에서 뛰어내린 공수대원은 살아 돌아온다는 루머까지 퍼졌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이야기만을 놓고 고양이가 신성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 따지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개와 함게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 부쩍 늘었고, 고양이를 소재로 한 만화는 물론 '고양이 카페'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른 애완동물과 비교했을 때 잘 길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고양이의 도도함과 세상만사를 통달한 것 같은 표정에서 가끔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