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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드 민감한 KB금융, 외풍 더 타려나

ING 블록딜로 국민연금 입김 높아질 듯…향후 수익성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2.18 09: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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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B금융그룹(105560·회장 어윤대)에서 ING의 지분이 이탈하면서 앞으로 KB금융이 어떤 영향를 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KB금융은 ING생명 인수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했지만 이 문제가 무산된 데 이어 이번에 ING에서 지분을 블록딜하면서 새 전기를 맞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KB금융은 우선 당장 KB생명의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는 새 과제를 안게 됐다. ING생명을 인수했다면 지급여력비율(RBC) 보충을 하지 않아도 됐겠지만 이 문제를 따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 필요 규모는 약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에 가려져 있지만 증자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현재 KB금융이 주인없는 기업이면서도 외풍을 적잖이 타고 있다는 특성이 더 심화될 여지가 있다는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증의 ING, 그래도 떠나면?

ING는 오랜 세월 KB금융과 함께 해 온 데다 선진 금융 기법을 수입하는 통로로서의 순기능도 수행해 왔다는 평가다.

물론 ING쪽이 마냥 백기사 역할만 해 온 것은 아니라는 평도 있다.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이 합병될 당시에도 옛 국민은행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와 옛 주택은행 대주주였던 ING베어링이 통합 국민은행의 행장에 어느 은행 출신을 앉힐지를 놓고 힘겨루기 양상을 연출한 적이 있다.

또 ING는 자국의 세제상 혜택을 보기 위해 민감한 시기이던 KB금융 지주사 전환 국면에서(2008년 가을) KB의 보유 지분을 높이려고 했다. ING쪽에서 보면 네덜란드 세법상 금융지주회사 출범 전 지분율이 5% 이상이 되면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이 같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지만, 최대주주가 변경되면 심사 문제로 지주사 출범에 차질이 생길 여지가 있었던 대목이었다(다만, 국민연금에서도 추가로 지분을 높여 최대주주 변동 후폭풍은 차단).

하지만 이 같은 여러 이기적이거나 냉정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KB로서는 ING라는 투자자를 '방패'로 잘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큰 도움을 받아온 것으로 손익계산의 총계를 맞추는 게 낫다는 평이 나온다.

◆외국인 주주 핑계 더 이상 안 통하게 되면 '대략 난감'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2011년 금융감독원의 고배당 자제 요청에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진 바가 있다.

   
오랜 파트너 ING와의 결별, 그와 함께 불거지는 국민연금 입김 강화 가능성에 KB금융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여러 경영의 패턴이 좋지 않은 상황에 당국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더 타게 될 경우 문제가 크다는 우려다. 명동의 KB금융 본사.= 임혜현기자
어 회장은 여기에 금감원이 이자수수료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당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2011년도 배당 성향을 보면 신한금융이 20.3%였고 하나금융(11.8%), KB금융(11.7%),우리금융(9.4%) 등이었던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즉 KB금융으로서는 외국인 주주를 고려해야 한다는 가장 적당한 명분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실상 당국의 이중에 전적으로 엇박자를 내는 수준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이제 ING 이탈로 국민연금의 입김이 높아질 수 있는 구도가 되는 점, 국민연금이 최근 동아제약 지주사 전환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는 등 주주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는 점 등을 모두 감안하면 앞으로 KB금융은 당국의 의사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한층 더 가깝게 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은행 쏠림 현상 개선되고 있다지만…정부 코드 맞추기로 난감함 배가될 듯

문제는 KB금융의 현재 상황은 이런 구도 변화의 효과를 모두 감당(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KB금융은 2008년경까지 은행 부문의 공격적 확장 전략을 폈다. 이자마진 희생을 무릅쓴 채 대출자산과 점포망 등 가장 공격적 확장전략을 택한 것인데, 이후 은행업의 수익 쏠림 현상을 고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즉 그간의 시간은 수익성과 건전성 등의 경쟁 우위가 상당 부분 희석되면서 몸집을 키운 부분에서 살은 근육으로 바꾸고 불필요한 지방을 태우기 위한 기간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KB금융의 은행업 수익 치중 현상은 일부 개선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당기순읻 중 87.5%를 우리은행에서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KB금융의 은행 비중은 82.3%. 상당히 높지만 은행 비중을 비율로 보면 2011년 83.3%보다 1.0%포인트 낮춘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은행 쏠림현상이 심화됐지만 신한은행의 수익 비중은 아직 60%대로 워낙 낮다(타금융지주와 비교해 다변화된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임).

하지만 이처럼 쏠림 현상이 다소 개선된 바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모두 불식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수익성 흐름이 좋지 않다. 지난 4분기 신한은행의 NIM은 1.85%(분기 기준)로 2%대를 하회했다. 국민은행의 NIM은 2.08%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문제는 하락폭이다. 전년말대비 31bp 급락한 2.08%를 기록한 것.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지표는 2.49%와 1.59%였는데 같은 기준 하락폭을 빼 보면 24bp, 15bp 하락했다.

이는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여러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KB금융이 정부의 시책에 대체로는 따르는 행동을 취해온 것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또 국민은행은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낮게 관리, 당국의 주택금융 관련 연착륙 추진 기조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경영 기조를 보인 한편, 중기 대출 관련에서도 이런 추세를 보이고 있다.

CEO스코어가 작년 말 내놓은 자료를 보면(9월말까지 집계)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31.5%(재작년 대비 1.1%포인트 끌어내림) 외환은행은 27.5%, 우리은행 24.5%로 관리할 때 국민은행은 19.6%로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중소기업 원화대출금액은 12월 말 기준으로 66조7000억원으로, 재작년에 대비 3.1% 늘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작년 1년간 2000억원 가량 중소기업대출을 줄였으며 신한은행 역시 중소기업대출을 연간 52조원대에서 51조원대로 줄였다. 다른 은행들이 우수 자영업자 중심의 소호 관련 대출에 눈길을 둘 동안 국민은행이 당국의 바람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상황을 저평가로 보고 전략적 투자자 나설까 귀추 주목

문제는 이런 가운데, 은행의 부실채권 목표비율 관리에는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데 있다. 금년 초 집계 분석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1.66%로 4대 은행중 가장 높았고, 국민은행(1.34%)도 부실채권 목표비율 (1.3%)을 웃돌고 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삼성카드와 2위 경쟁을 하고 있고 수익 감소폭 등에서 보면 삼성카드보다 나은 부분도 있다. 다만 KB국민카드의 경우 SK텔레콤의 단말기 할부대금 채권을 받아 자산도 늘리고 이자수입에다 수수료도 얻는 상황(법률상으로는 팩토링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음) 등 본업 외 부가사업에서 충당하고 있는 면이 적지 않다. 카드업 저수익 경쟁 상황이 본격화하면 이 같은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B생명이 RBC 보충이 필요한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ING의 블록딜과 관련, 오버행 우려를 해소됐지만 근래 주가 흐름은 전형적인 모멘텀 부재로 인한 부진으로 못 볼 바 아니다. 그간의 경영 패턴에서 볼 때, 막강한 사외이사진이 버티고 있어 '주요 안건'(예를 들어 ING생명 인수추진 건)에서 회장 전횡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큰 현재 KB의 구조도 당국 흐름에 순응하는 경영 '패턴 전체'를 제어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ING의 블록딜과 관련, 오버행 우려를 해소됐지만 근래 주가 흐름은 전형적인 모멘텀 부재로 인한 부진으로 못 볼 바 아니다. 이런 상황 하에서 현재 국면을 저평가로 보고 전략적 투자자로 부상할 곳이 있을지, 이런 전략적 투자자의 등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