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취업포털 채용공고 무단복제, 어떻게 될까?

잡코리아 피해 호소… 서울중앙지법, 사람인에이치알에 조정금 부과

김경태 기자 기자  2013.02.15 17:48:3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대기업 A사는 체코법인 채용정보를 잡코리아에 게재한 바 있다. 그런데 사람인에이치알이 잡코리아에 뜬 A사의 채용 공고를 무단복제하면서 채용마감일을 줄여 잘못 게재했다. 이에 따라 입사지원자가 체코법인 인사담당자에게 문의하거나 아예 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해 지원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이에 사람인에이치알은 자사 사이트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잘못을 시인했다. 

잡코리아에 구인공고를 낸 B사는 채용공고 마감일이 길게 게재되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 채용마감일이 지났음에도 구직자가 계속 입사지원을 해 문의전화 응대하느라 업무 방해를 입은 것이다. 잡코리아에만 올린 채용공고가 사람인 사이트에도 올라간 것을 확인한 B사 채용담당자는 잡코리아와 사람인에이치알 사이에 모종의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B사 측은 "잡코리아에만 공개된 인사담당자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의 신상정보가 여러 곳에 노출됐다"며 잡코리아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포괄적 동의 혹은 개별동의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월4일 2008년 이전부터 5년 넘게 수차례의 합의 및 판결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잡코리아 채용공고를 무단으로 이용한 사람인에이치알(143240·대표 이정근)에게 취업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당부하며 양사 조정을 권고했다.

사람인에이치알은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잡코리아가 주장하는 채용정보에 대한 사적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았고 다만, 채용정보에 대한 구인기업 동의 방식에 있어서 사람인에이치알이 제시한 '포괄적 동의'보다는 잡코리아가 주장하는 '개별동의'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잡코리아 vs사람인에이치알 소송 (*채용공고 무단등록건) ⓒ잡코리아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사람인에이치알은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현재 우리사회에 중요한 사안인 만큼, 항소 없이 대승적 차원에서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들여 취업포털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잡코리아 관계자는 "사람인에이치알이 2008년 이전부터 잡코리아에 등록된 채용공고를 무단으로 자사 사이트에 등록해 불공정한 영업을 해 왔다"며 "이후 직접적으로 구인업체의 허락을 받아 채용공고를 등록하라는 양사간의 상호합의가 이뤄졌지만, 사람인에이치알이 이를 일방적으로 지키지 않고 상도에 어긋나는 영업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며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잡코리아에 따르면, 사람인에이치알의 무단 채용공고 퍼가기 영업으로 인해 구직자와 기업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잡코리아를 통해 채용공고를 등록한 기업들의 경우, 채용진행 과정에서 입사 접수기간을 변경하거나 모집 내용을 수정했음에도 사람인에이치알이 무단으로 자사 사이트에 게재한 채용공고에서는 이런 수정내용들이 전혀 반영되지 못해 기업과 입사지원자들 간에 큰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람인에이치알은 "잡코리아가 최근 몇 년 동안 본사를 상대로 다양한 소송을 진행해 오고 있다"며 "잡코리아의 이 같은 행보는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국내 채용시장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라고 밝혔다.

◆바짝 쫓고 쫓기는 1·2위 신경전?

잡코리아는 과거 사업 초창기에 대규모 취업사이트를 포함해 200여개 취업사이트의 채용정보를 수집하는 잡스파이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구인·구직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내면서 국내 취업포털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사람인에이치알이 잡코리아의 뒤를 바짝 따라잡고 있는 것. 지난 2006년 매출 100억원에 불과했던 사람인에이치알은 5년만에 매출 4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매출은 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사람인에이치알 관계자는 "잡코리아는 국내 취업시장에서 창출된 이익이 여러 차례 미국 최대주주에게 해외 배당금으로 송금됐다"며 "흠결 없이 유리알 같은 기업은 없겠지만 자기 성찰과 반성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인에이치알은 양사간 시비를 가리는 무모한 분쟁 보다, 구인기업과 구직자들을 위한 공익적 노력이 우선돼야 할 때"라며 "일자리 창출과 취업기회 확대가 취업포털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의무이자 책임인 만큼, 잡코리아도 구직기업과 구직자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소송을 중단하고 채용시장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잡코리아 관계자는 "사람인에이치알이 잡코리아의 저작권 및 기타 지적재산권을 인정한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수년 간 부당한 방법으로 잡코리아의 권리를 침해해왔다"며 "소가 진행되는 중에도 위반으로 추정되는 무단복제가 최근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채용공고의 양과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 취업포털 업계에서 후발사업자가 쉽게 복사할 수 있다는 속성을 이용해 이를 편취하는 사람인에이치알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서도 업계를 대표해 근절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국내 취업포털에 대해 시정 및 위반사실 공표 명령을 내렸다. 국내 1·2위를 다투는 취업포털 양대산맥의 소송은 다른 취업포털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을 보인다.

한편, 잡코리아는 지난해 4월 구직자들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잡코리아'를 검색하거나 도메인을 클릭 했을 때 잡코리아가 아닌 '사람인' 사이트를 강제로 열리게 하는 사람인에이치알의 불공정한 마케팅행위에 대해서도 민·형사 고소를 취했으며, 현재 경찰조사를 마치고 검찰로 송치돼 조사가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