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세계는 수개월간의 협상과정에서 칼가루 쥐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다 롯데로 결정되고 나니 투정과 시비를 걸고 있다"
14일 인천지방법원 418호실에는 진실 공방이 한창이었다. 신세계와 인천시는 서로가 가진 주장을 밝히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입장차만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었다.
신세계는 지난달 30일 인천시와 롯데가 인천터미널 부지를 두고 매매계약을 단행한 것에 '부동산 처분금지'와 '매매계약 이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2월26일 법원이 인천터미널 매각절차 중단 결정을 내렸는데도 인천시와 롯데가 계약을 강행하자 신세계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 다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바라본 두 이해 당사자의 진흙탕 싸움 중 언론에서 스리슬쩍 넘어간 몇가지 사항들을 짚어볼까 한다.
신세계는 일단 지난해 12월 롯데쇼핑에서 설립한 외국인 투자기업 롯데인천개발 주식회사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신세계 변호인은 "롯데인천개발은 롯데호텔이 상당한 금리 부담을 안고 차입한 금액의 지분으로 설립한 외국인투자회사"라며 "사실상 롯데인천개발은 이번 계약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곳일 뿐이다. 이들이 왜 투자를 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며 갑작스레 탄생한 롯데인천개발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국내 외국인투자촉진법 제13조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장관, 국유재산의 관리청, 지자체의 장, 공공기관의 장 또는 지방공기업의 장은 재산을 수의계약에 의해 외국인투자기업 등에게 임대, 매각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5일 기준 전자공시에 따르면 기존 롯데인천개발은 롯데쇼핑 5%(1만주), 호텔롯데 42.5%(8만5000주), 롯데건설 42.5%(8만5000주) 등이 지분을 소유했었다. 그러나 지난 9일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각각 299만주와 291만5000주를 취득함에 따라 총 지분 37.5%를 보유, 1대 주주가 변동, 사실상 이 회사의 주최는 롯데쇼핑이 됐다. 호텔롯데와 함께 1대 주주로 올랐던 롯데건설은 6.25%의 지분만을 소유 3대주주로 밀린 상태다.
즉 롯데인천개발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리돼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실질적 주인은 롯데로 볼 수 있다. 이로써 신세계가 주장하는 계약 방식 특혜 의혹은 제법 설득력이 있게 여겨진다. 더구나 롯데는 기존 약정서를 취소하고 법원이 문제로 제기했던 매매금액을 올려 계열사인 롯데인천개발을 주체로 인천시와 계약을 단행했다. 롯데인천개발은 지난해 말 해외기업으로부터 출자 받아 수의 계약이 가능한 외국인 투자기업 등록을 마쳤고 이후 다른 해외기업으로부터도 추가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천시 입장도 이해된다.
인천시 변호인은 "3월 말까지 7800억 규모의 채무를 이행해야 하는 시는 수차례 신세계와 롯데의 만남을 가졌다"며 "시는 7~8개월 걸리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조차 어려운 재정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어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관련 법령에 어긋나는 행위 없이 적합하게 이뤄진 계약"이라며 "신세계와 계약을 했다면 더 큰 문제 발생으로 어차피 법적 분쟁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와 롯데가 신세계를 포기하고 움직였기에 종점에서 250억원이나 올라간 9000억원에 계약이 가능했단 뜻이다. 돈이 급했던 인천시는 롯데의 좋은 조건을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인천시는 현재 극심한 재정난으로 3월말까지 매매대금 완납을 통한 계약 종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채무자금처리 이행 및 2014년 9월 '제17회 인천아시안 게임', 인천 도시철도 2호선 개통 등 사업이 남아 있어 계약에 차질이 생기면 더 큰 법적 분쟁과 손해가 예상된다.
짐작컨대, 신세계는 당장 배가 고파 죽기 직전인 인천시에 떡을 줄 듯 말 듯 약 올리다 그틈을 노리고 얄밉게 등장한 경쟁사 롯데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된 듯 보인다.
현 재판부 인사이동이 25일로 이뤄질 예정이다. 따라서 3차 심문일이 오는 28일 오후 3시로 정해졌다. 이것 역시 신세계를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상황일 수 밖에 없다.
이날 심문을 마치기전 인천지법 민사21부 김진형 부장판사는 "오는 25일 인사이동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양측이 일주일 안에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차라리 새 재판부에게 결정권을 넘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헌법 제 103조에는 "기본권 보호를 위해 재판 과정에 외부 압력이나 간섭을 배제하며, 법관의 신분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되며, 외부의 간섭 없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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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국내 두 거대 유통기업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유통 기자들에겐 귀추가 주목되는 싸움이다. 하지만 세 이해당사자가 '특혜시비', '투정', '꼼수' 등의 말들로 서로를 얼룩지우기 보다는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떤 습관적 행동을 해 왔는지 반성하길 바란다. 국내 기업 문화, 이제는 바뀔 때도 됐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