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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운전석- 볼보 S80 V8 AWD

힘과 안정성 그리고 최첨단 안전장치 두루 갖춰

김정환 사외기자 기자  2007.02.12 23: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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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볼보가 이렇게 잘 나가는 차였나...’

기자는 요즘 출시되는 볼보의 신차들을 탈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지난 연말 ‘S80 D5’를 타면서  ‘5기통 디젤버전이 이렇게 잘 나간다면 8기통 가솔린 버전은 얼마나 잘 나갈까’하는 생각을 했다. 이후 벼르고 벼르다 얼마 전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볼보의 최상급 모델인 ‘S80 V8 AWD’의 앞모습은 D5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보닛 안쪽부터 시작한 캐릭터 라인이 범퍼 아래 흡입구까지 좌우로 이어지며 V자를 이루는 모습이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여기에 그 안쪽으로 보닛 위에 라인 두 개가 더 형성돼 보다 당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범퍼 아래 3개의 흡입구는 그물형으로 만들어 스포티함을 더했다.

옆에서 보니 16인치 휠이 장착됐던 D5와 달리 2인치나 큰 18인치 휠이 달려 있었다. 게다가 D5의 휠이 무난한 7 스포크였다면 이 차의 휠은 브레이크 냉각 효과가 더욱 큰 14 스포크여서 휠만으로도 이 차가 지닌 만만찮은 퍼포먼스를 가늠할 수 있었다. 

리어 램프를 위쪽에 배치하고, 범퍼 또한 위로 올린 뒷모습에서 스타트라인에 선 육상선수의 그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는 D5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범퍼 아래 에어로파츠 양측으로 머플러를 하나씩 배치해놓은 것이 머플러가 숨겨진 D5에 비해 속도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실내를 둘러 보니 이 차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는 ‘스칸디나비안 럭셔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잘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단순함과 고품격의 조화였다.

우선 S40과 V50에 적용돼 빅히트를 친 프리 플로팅(free-floating) 센터 콘솔은 이 차에선 무광택 우드가 곁들여져 클래식하면서 고급스러워 보였다. 프리 플로팅은 ‘붕 떠 있다’는 의미처럼 앞쪽엔 오디오 및 전자식 온도조절 시스템 등을 다룰 수 있는 각종 버튼을 사용하기 쉽게 설치하고 뒤편은 텅 비워놓아 수납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시트는 최고급 가죽 시트를 적용했고, 디자인 면에서도 인체 공학적 설계를 통해 더욱 편안한 실내 공간을 연출했다. 특히 이전 S80 모델과 비교해 전체 길이는 동일하나 내부는 가로 27mm, 세로34mm가 각각 넓어진만큼 한결 여유로워졌다.

이제 그렇게도 기다렸던 드라이빙 시간.

계기판 우측에 마련된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소리가 역시 달랐다. 엔진음이 시원하면서도 강렬했다. 고성능 스포츠카인 ‘포드 머스탱’의 그것을 연상케 했다.

소리만 스포츠카 닮은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달려보니 볼보에서 최초로 얹었다는 4414cc V8 엔진이 뿜어내는 엄청난 파워와 폭발적인 가속력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심야시간 경기 파주에서 서울까지 쭉 이어진 자유로에서 이 차는 정말 바람처럼 달렸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시속 150km를 넘나들었다.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4.9kg.m의 넘치는 힘은 달라진 볼보의 위용을 과시하듯 거침없었다.

처음엔 컴포트(Comfort) 모드로 달려봤다. 부드럽고 편안했다. 대형 트럭들이 자주 다니는 길이라 노면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닌데도 웬만한 노면 충격은 거의 흡수해 버리는지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해볼 요량으로 스포츠(Sport) 모드로 전환했다. 승차감이 다소 딱딱해졌다고 느껴질 무렵 차가 더욱 강렬하게 반응했다. 6단 자동기어를 업 다운할 때마다 가속 페달의 응답성이 좀 더 즉각적으로 이뤄졌고, 스티어링 휠도 훨씬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 덕에 쌩쌩 달리는 차량들 사이를 절묘한 핸들링으로 휘젓듯 달려나가는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 단계 높여 어드밴스드(Advanced) 모드로 변환시켰다. 이 모드에선 전자제어식 최첨단 섀시 시스템이 센서를 통해 차량의 움직임과 반응을 1초에 500번씩 수집,  0.015~0.04초 이내에 차량 상태를 주행 환경에 가장 적합한 모드로 자동 설정해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달릴수록 차와 몸이 하나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몸은 지면에 착 달라붙어 시속 180km로 미끄러지듯이 달려나갔다.

그 어떤 노면 상태에서도 확실한 접지력을 보여주는 AWD(항시 네바퀴 굴림)는 직선도로는 물론 급커브 길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단, 눈이 내리지 않아 눈길 빙판길 주행 성능을 테스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따름이다.

제로백 6.5초의 놀라운 주파력을 바탕으로 자유로를 휘감듯 내리 달리는 동안 마음 편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안전’의 대명사 볼보의 기함 격인 이 차의 완벽한 안전 시스템 덕이었다.

이 차의 대표적 안전장치인 ‘BLIS(사각지대 정보 시스템)’는 고속주행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사각지대로 숨어든 차량의 존재를 알람등이 점멸하며 알려주는 덕에 차로 변경 시 일부러 고개를 돌릴 필요 없이 사이드 미러를 보면서 알람등만 함께 확인하면 되니 더욱 빠르고 간편했다. 

여기에 SIPS(측면보호 시스템), WHIPS(경추보호시스템) 등 볼보 고유의 안전장비들, 사고 시 충돌 에너지를 최대한 흡수하는 4개의 충격 흡수 구역, 충돌 시 엔진이 운전석으로 밀려들어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 엔진을 최소화해 가로로 얹은 점 등은 격렬한 드라이빙에서도 기자를 든든하게 했다.

특히 차량 추돌 위험시 자동으로 감속해주는 브레이크 서포트(BS), 차량 흐름에 맞춰 속도를 유지시켜주는 적응식 크루즈 컨트롤(ACC), 야간 주행 시 헤드라이트의 방향과 조도를 자동 조절해 시야를 최대한 확보해주는 액티브 바이제논 램프 등 SF영화에 나옴직한 최첨단 안전장치들도 올 상반기 국내 법규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적용된다고 하니 그날이 기다려진다. 
 
편의 장치도 탁월했다. 온보드형 DMB 내비게이션, 차량에 내장된 심장 박동센서를 통해 침입자 여부까지 확인해주는 세계 최초 PCC(개인 통신 단말기), 속도와 소음에 따라 볼륨은 물론 톤까지 자동 조절되는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키를 주머니에 넣은 채 차 문을 여닫고 시동까지 걸고 끌 수 있는 기능, 뒤 유리 성에 자동 제거 기능, 도어를 잠그면 알아서 사이드 미러가 접히는 기능, 버튼식 파킹 브레이크, 앞좌석 히팅 및 쿨링 시트, 뒷좌석 히팅 시트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간 ‘안전한 차= 둔한 차’란 편견에 발목 잡혀 제 평가를 받지 못했던 볼보가 모처럼 ‘잘 나가는’ 차를 내놓았다. 주행 면에서 인정받은 만큼 판매 면에서도 잘 나갈지 궁금해진다. 요즘 팔리는 볼보 차 10대 중 3대가 S80 V8 AWD이라니 일단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86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