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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의 카드사 규제 "서민까지 옥죈다"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2.14 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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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카드사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했으며 내달부터는 잔고가 일시적으로 부족할 때 결제를 미루기 위한 수단인 현금서비스 리볼빙 결제도 중단한다.

이에 더해 4월부터는 카드를 이용해 자동인출기 등에서 현금을 빌리고 2~3개월에 걸쳐 나눠 갚아 할부 수수료가 따로 붙지 않는 현금서비스 할부 결제도 사라진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규제는 '카드돌려막기'를 제한해 가계부채 확대를 막고 카드사들의 리스크를 줄여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특히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의 개정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에까지 메스를 대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1월부터 무이자할부 서비스 등을 중단하며 마케팅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설 연휴 기간까지 상시 행사로 진행된 무이자할부 서비스는 오는 18일부터 대다수 카드사들이 서비스를 중지한다. 카드사들은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더는 상시 행사 등으로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카드사들은 지난해 순익이 2011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전년대비 14.4%, KB국민카드는 8.8% 순익이 줄었으며 삼성카드는 2011년 대비 42.8%나 급감했다.

카드사들은 여전법에 따른 실적 악화가 현실로 나타나는 동시에 금융당국의 규제로 신용판매가 점차 어려워짐에 따라 올해부터 마케팅비용 축소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계부체 확대를 막고 현금유동성을 늘리기 위함이라고 주장하는 금융당국과 이에 발을 맞춰가는 카드사의 행보를 보면 카드사 규제와 더불어 서민 또한 궁지로 내모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금서비스 할부·리볼빙 등을 제한하면 결국 급전이 필요하나 당장 갚을 여력이 없는 서민들은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금리지만 여유를 두고 갚을 수 있는 길을 막는다면 소비자들은 카드빚을 갚기 위해 사채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렇게 생성된 악성 신용불량자들은 다시 카드사의 유동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여지가 크다.

이미 카드업계는 2003년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한차례 위기를 겪었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카드사들은 과열경쟁으로 카드를 무작위로 발급했고 결국 연체율이 치솟아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신용불량자는 400만명에 육박했고 카드사들의 당기순손실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점유율 1위였던 LG카드는 결국 무너졌다.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과 카드사 리스크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서민 옥죄기로 이어져 신용불량자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이유다.

현재 금융당국의 카드사 규제가 결코 '틀린 것'이라고 할 순 없지만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소비문화가 개선될 지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미 오랜 시간 정착된 소비경향이 서비스 제한으로 단기간 내 바뀔 수 있다는 판단이 오히려 잘못된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현재처럼 구체적 영업행위까지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월권일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비판을 차치하고라도 금융당국은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카드사의 건전성 유지를 체크하며 저신용자들의 숨통을 트여줄 필요가 있다. 서비스 규제 시에는 소비자들이 적응할 수 있게끔 충분한 유예기간을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카드사의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이라는 큰 목표가 '서민 옥죄기'가 아닌 '서민과 함께 가는 정책'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