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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⑩] 연주 '열정'으로 밴드서 서울오케스트라까지

음악인들 90% 이상 실직자 "사랑담아 공연하자" 한뜻으로 삼삼오오 모여

이종희 기자 기자  2013.02.14 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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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연주가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음악 전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실직자에요. 유학까지 다녀와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저도 마찬가지였고…그래서 모이기 시작했어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해 있는 '서울오케스트라'는 지난 2008년 김희준 단장에 의해 창단, 오는 20일 소월아트홀에서 서울오케스트라 콩쿠르 입상자들이 펼치는 '유망신예콘서트'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내달 29일에는 KBS홀에서 '정기연주회' 공연을 진행한다.

   
김희준 서울오케스트라 단장은 2009년 우여곡절 끝에 사회적 기업 법인 신청을 마무리했다.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발판삼아 '서울오케스트라'의 모양새를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선재영 기자

지난 2010년 사회적 기업으로 법인 승인을 받은 서울오케스트라는 현재 40명 정도의 단원과 직원으로 구성돼 품격 있는 공연을 향한 열정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1월이면 사회적 기업으로의 정부지원은 끝나지만 이들의 품격 있는 연주는 계속될 예정이다. 

◆고교 밴드부로 시작 "열정 살아있네~"

김 단장(겸 서울오케스트라 법인이사)는 아직 연주에 대한 지고지순한 열정을 살리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딴따라'라고 반대하던 집안을 외면한 채 밴드부에 들어가 기타를 연주했다며 혼잡하기만 했던 당시가 떠올랐는지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군 시절에는 장관·대통령·VIP 고객에게 연주를 들려주는 '캄보밴드'로 활동하며 클라리넷을 손에 잡았다. 이후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클라리넷 전공을 위해 유학생활하며 한국 땅이 그리웠던 김 단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삶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연주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연주가 하고 싶어 'INT.챔버오케스트라'를 기획했다. 자비를 들여 홀로 독무대를 계획하는 등 음악에 대한 활화산 같은 속내를 감추지 않았고 이러한 그의 주변에 유학시절 알게 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다소 무리하게 진행된 연주기획으로 자금에 어려움이 생긴 김 단장은 우연히 사회적 기업에 대해 알게 됐고, 2009년 우여곡절 끝에 사회적 기업 법인 신청을 마무리하게 됐다.

현재 서울오케스트라에서 단원들과 함께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있는 김 단장은 아직까지도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특히 사회적기업에 대한 후원으로 인연을 맺게 된 이상호 남부발전소 사장의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알고 이틀째는 동료가, 셋째 날이 되면 청중이 알게 된다"는 조언을 가슴 속 깊이 새기며 오늘도 연주를 향한 고독한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다.

2년 정도는 단원들과 함께 섞여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김 단장은 이후 사업가로서 우뚝 서 서울오케스트라의 발전을 위한 순교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단원 간 한뜻에 대한 '감사'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특히 음악 하는 사람들 각자 개성이 강하다보니 단결이 가장 힘들었죠. 함께 이뤄내야 하는 공연인데…"

서울오케스트라 직원 수는 단원 30명, 사무원 10명 정도. 사회적 기업의 목적에 맞게 청소년 실업자부터 물 건너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유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오케스트라 공연을 위해 뭉쳐있다.

   
서울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내달 29일 KBS홀에서 펼쳐지는 '정기연주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30명 정도로 구성된 서울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단합'을 중요시하며 품격 있는 공연을 위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 =선재영 기자
이른 아침 단원들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사무실에서 밤을 새는 등 김 단장은 함께 이뤄내는 공연을 위한 단원들 간 '단합'을 최우선 추구가치로 삼고 있다. 특히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서울대 출신 악장의 "매일 아침 출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말에 극한 감동을 표현할 만큼 현재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랑담은 새로운 공연으로 클래식·기부 저변 확대

서울오케스트라는 한 달에 3~4회는 기본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특히 클래식을 바탕으로 발레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새로운 공연예술 '오감만족 콘서트'가 볼거리다. 이와 함께 문화소외지역인 복지관·고아원·박물관 등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음악회' 청소년을 위한 '뮤직캠프'·'힐링콘서트' 등 신선한 기획공연으로 클래식 음악의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사랑과 소통의 음악회'에 초청돼 중국 산동성 청도에서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으며 공연 수익금은 중국 내 어린이 심장병환자 치료기금으로 사용했다.

   
서울오케스트라는 클래식을 바탕으로 발레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오감만족 콘서트', 문화소외지역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음악회', 청소년을 위한 '뮤직캠프'·'힐링콘서트'등 신선한 기획공연에 힘쓰고 있다. ⓒ서울오케스트라
또한 서울오케스트라는 바우처 교육사업과 업무협약 후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악기레슨을 하고 있으며 매 공연마다 객석의 30%를 문화적 소외계층에게 기부하고 있다. 이런 공로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서울학생 직업체험 교육기부' 인증을, 2010년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 기부금 단체'로 선정돼 '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남녀고용평등기업으로 인정받아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순간 김 단장은 "단원들과 함께 서울시 홍제동에서 '연탄 나르기' 봉사를 함께 했다"며 단원들과의 화합된 분위기를 거듭 자랑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서울오케스트라는 사회적 기업으로 정부 지원을 받은 지 올해로 2년차에 접어들고 내년 4월이 되면 지원이 끝난다.

100% 지원에서 50% 지원, 그리고 곧 홀로 서야하는 부담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자신감을 피력하며 "서울오케스트라의 포부는 처음과 같다"고 단언한 김 단장은 이에 대한 일환으로 "음악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직접 찾아가는 공격적인 마케팅 자세를 갖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단장은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의 자생 성공률은 30% 밖에 안 되지만 연주의 퀄리티를 우선으로 우리나라의 '코리안심포니'와 같은 품격 있는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최종 목표를 밝혔다.